어업인-낚시인 갈등, 손 못쓰는 정부

낚시 면허제, 포획량 제한 등 진전 없어

2021-06-09     정상원 기자
무창포항에

[현대해양] 어업인과 낚시인 간의 마찰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만 있다. 지난달 4일 개최된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재갑 더불어민주당(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 의원은 ‘유어 낚시’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여태껏 개선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무분별한 유어 낚시(游魚)의 문제점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안전사고 문제다. 2017년 224건이었던 낚시 어선 사고는 2019년 264건, 2020년 281건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다음으로는 생계를 위해 조업하는 어업인들이 어획할 수 있는 수산물의 양이 크게 준다는 것이다. 낚시인들의 취미 활동으로 소득원이 줄게 되자 어업인과 낚시인들은 갈등을 겪고 있다. 또 이 문제는 자원량 고갈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낚시 추, 낚시 미끼, 음식물 쓰레기 등 낚시 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쓰레기로 환경오염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낚시터 쓰레기 수거량은 2016년 757톤, 2017년 998톤, 2018년 831톤으로 낚시터와 그 주변 환경이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쏙’ 들어간 ‘낚시 면허제’

“낚시객이 마음먹고 주꾸미를 잡으면 한 사람 당 1kg 이상은 순식간에 낚는다. 주꾸미가 kg당 3만 원을 오가고 사매매도 기승인데 어업인들이 어떻게 살겠나” 경기도 화성의 어업인 A씨의 하소연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어업인들은 힐링·레저를 위해 유어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야속할 수밖에 없다.

낚시인과 어업인 간의 갈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이를 해소할 만한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간 수산업계 전문가들은 ‘낚시 면허제’의 도입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안을 내놨다. 낚시 면허제란 낚시를 하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에 따라 주된 의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면허제를 도입한 국가는 낚시 활동의 규제보다는 수산자원 보호와 환경보호 등 책임감 있는 낚시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면허제 도입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해양수산부는 낚시 제도에 대해 1997년, 2006년, 2013년, 2019년 등 수차례 시행 방안을 검토했으나 낚시 애호가들의 반발로 번번히 무산됐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Action for Animals) 대표는 “지난 2019년 어족자원을 보호하고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낚시 면허제의 적극적 추진을 해양수산부에 건의했으나 역시나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며 “지난 2월 일부 개정된 낚시관리 및 육성법에도 낚시인에 대한 안전 관리 강화 문제만 강조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낚시줄을

면허제뿐만 아니라 낚시 포획량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1인당 수산물 포획량 제한’도 낚시관리 및 육성법에 포함되지 못했다.

군산시수협 관계자는 “우리 수협에서는 수산자원 관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주꾸미 종자를 방류하는데 낚시인들이 너도 나도 주꾸미를 잡아가니 방류 사업의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몇 차례 방류 사업을 진행했지만 결국에는 낚시인들이 모조리 잡아간다는 것. 이어 군산시수협 관계자는 “유어 낚시로 바다환경 오염 문제까지 발생돼 어업인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음에도 해양수산부는 낚시인들을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어업인들을 위한 대책을 내어주지 못하면서 낚시 산업의 육성을 지원하고 있으니 모순이 아닌가”라고 분노했다.

이에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과 관계자는 “낚시 면허제의 경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충돌로 진전이 어려웠지만 건전한 레저활동을 위해 계속해서 의견을 조율해가려고 한다”고 설명했으며 “낚시인들과 어업인 간의 갈등, 수산자원 관리, 쓰레기 문제 등도 인지하고 있다. 위와 관련한 연구용역 중이며 끝나는 대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인식 개선 필요, 책임의식 갖고 낚시 즐겨야”

윤재갑 의원은 “레저활동을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전문적으로 낚시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단속은 필요하다. 그러나 들인 행정력에 비해 단속 효과는 적을 수 있다”며 “낚시인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채은 대표 역시 책임감 있는 낚시활동을 위해서는 낚시인들 스스로가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과거 낚시인을 대상으로 ‘책임감 있는 낚시 레저 활동’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다수의 젊은 층은 무분별한 낚시 활동을 개선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을 내놓은 반면 높은 연령층은 개선할 필요성이 없다고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더 높았다”며 “책임 의식을 갖고 생태계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 하는 레저 활동을 즐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