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선진국 흉내 내는 TAC

2020-12-09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현대해양] 물고기에게는 국경이 없다. 우리가 즐겨 먹고 가장 많이 잡는 고등어, 오징어, 갈치, 멸치와 같은 어종들은 주로 중국 영해인 동중국해에서 산란을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 바다로 갈라져 회유하면서 자라고, 황해는 물론 북한 동해 바다를 지나 북단 러시아 연안까지 가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회유 어종들을 수산자원으로 잘 관리하려면 우리나라만 관리를 열심히 해서는 별 효과가 없다. 적어도 이웃 중국과 일본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공조를 해야 한다. 그러나 동북아시아(그림 1)는 어획고와 수산물 소비는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국제수산관리기구는 결성하지 못했다.

 

동북아시아보다 나라 수도 많고 수산물을 둘러싼 어업권이나 영해 분쟁이 더 많았던 유럽에서는 이미 20세기 초에 국제해양개발위원회(International Council for the Exploration of the Sea: ICES)라고 하는 국제공동해양수산 연구기구가 만들어져 노르웨이를 비롯한 유럽 주요 수산 국가들은 물론 미국도 가입하여 지난 120년 동안 세계 해양수산 연구를 주도해오고 있다. 이 ICES에서 각 나라 해양수산 과학자들이 해온 연구결과를 토대로 내린 수산자원관리 권고안들은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ission: EC)를 통해서 초국가적인 강제력을 가지고 바로 실행된다.

동북아시아에서 유럽 ICES와 비슷한 국제 공동 과학 연구기구로는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North Pacific Marine Science Organization: PICES)가 1992년 결성되어, 북위 31° 이북 북태평양 해역 해양수산 국제공동연구와 교류를 해오고 있다. 회원국은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미국 등 6개국이다. PICES와 ICES의 가장 큰 차이점은 ICES는 수산관리 정책 결정권이 있고 EC를 통해서 강력하게 실행된다. 반면에 PICES는 아직 순수학문 분야 교류와 교육에만 치중하고 있으며, 수산 관리 정책 결정에까지 관여하지는 않는다. 동북아시아 수산자원 관리는 현안에 따라 상대 국가와 1:1로 대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한·중, 한·일 어업공동위원회가 따로 운영되며, 한·중·일을 포괄하는 수산관련 위원회도 없다.

 

회유 어종에 TAC 적용하려면…

회유하는 어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수산자원을 관리하려면 적어도 중국과 일본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가 1999년도부터 추진해오고 있으며, 수산혁신2030 계획에서 핵심이 되는 총허용어획량제(Total Allowable Catch; TAC)도 회유 어종에 대해서 일본과 중국이 함께 참여하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한 행정에 지나지 않는다.

해양수산부가 TAC 제도를 도입한 이래 그 대상 어종을 11개 어종으로 확대해오면서 국내외에서 선진국 수준의 수산자원관리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먼저 TAC를 시작했고, 수산 선진국이라고 하는 일본은 아직도 TAC 대상 어종이 7개에 머물러 있다.

한·일 수산 연구자나 관련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나라 영해를 왔다 갔다 하고 산란력과 재생률이 높아 어업충격에도 잘 견디는 고등어와 같은 회유 소형부어류에게 과연 TAC가 효과가 있겠냐며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기 힘들다고 했더니, “한국은 일본을 따라하는 것이고, 일본은 미국을 따라하는 것”이라는 답이 나왔다. 사석에서 나눈 이야기라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드나, 적어도 우리나라는 그냥 일본을 따라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고등어를 TAC에 포함시킨 분명한 이유가 있었으나, 우리나라는 선진국 따라한다는 것 외에는 분명한 이유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고등어 TAC

<그림 2>는 세계식량기구(FAO) 어획해역 61번, 즉 한·중·일, 그리고 러시아가 주로 조업하는 동북아시아 인접 바다와 공해에서의 국가별 고등어 어획고이다. 지난 70년 동안 이 해역 고등어는 대부분 일본이 잡아왔으나, 1990년대 이후로는 중국도 일본만큼 어획해온 것을 알 수 있다. 1970년대 한 때 연간 160만 톤에 이르렀던 일본의 고등어 어획고는 1980년대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이렇게 줄어든 것이 1980년대 최고 400만 톤 이상 잡혔던 일본 정어리 출현 때문인지, 아니면 남획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UN해양법’이 시행되자 일본은 1996년 TAC를 시작하면서 고등어 어획노력량을 줄였다. 즉, 일본은 한 때 160만 톤에 달했던 고등어 연간 어획고가 그 절반도 안 되는 60만 톤 이하로 줄어든 것이 TAC를 실시한 분명한 이유였다.

여기서 유의해야할 것은 이렇게 일본 고등어 어획고가 줄어든 것은 일본 태평양 앞바다에서 일어난 일이었지, 우리나라가 고등어를 주로 잡는 대한해협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일본은 태평양쪽 연안에서 잡는 고등어를 태평양 계군이라고 하고, 반대편인 동해쪽 연안서 잡는 고등어를 쓰시마 계군이라고 한다.

태평양 계군과는 달리 쓰시마 계군 연간어획고는 1970년대 이후 연간 20만 톤 수준에서 안정적이었다. TAC를 시작한 1996년에는 오히려 최고치인 약 40만 톤이 잡혔고, 우리나라도 이 해에는 사상 최고치인 약 40만 톤이 잡혔다. 따라서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TAC를 실시한 1990년대 후반에 태평양 계군 어획고는 크게 줄었으나, 쓰시마 계군은 한일 합쳐서 사상최대인 80만 톤까지 잡을 정도로 잘 잡혀서 굳이 TAC를 실시할 이유가 없었다.

 

동북아시아 고등어 회유 모델 동영상

일본과 함께하는 TAC

일본과 한국은 1990년대 후반 고등어 TAC를 실시했으니 어획량은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은 60만 톤 이하, 한국은 20만 톤 이하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쓰시마 계군만 보면 최근에는 한·일 양국 합쳐서 약 30만 톤 이하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으나, 태평양 계군에 비교하면 안정적이어서 남획이 일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TAC를 하지 않는데 1990년대 20만 톤 정도 잡았던 고등어를 최근에는 최고 약 60만 톤까지 잡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이 같은 고등어를 두고 일본과 중국이 잡은 연간 어획고는 합쳐서 1979년에는 190만 톤를 기록했고, 2010년대 이후는 약 100만 톤에 이른다. 이 틈새로 우리나라는 최근 약 12만 톤 정도를 잡고 있는데, 중국과 일본이 잡고 있는 어획량의 약 12% 수준이다. 더 놀라운 것은 2017년 이후 러시아와 대만이 잡은 고등어 어획고 합계는 우리나라를 추월했다는 점이다(그림 2).

이웃나라들은 고등어를 잡을 만큼 잡고 있는데, 전체 고등어 어획고에서 1/10 정도 차지하는 한국만 TAC도 하고 금어기도 설정하는 등 수산자원보호 모범생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고등어가 산란장에 모여든다면 금어기는 어획강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우리 영해에서는 부산 앞바다에서 극히 일부만 산란을 하는데도 굳이 금어기를 지정하고 있다. 그래도 고등어는 일본과 함께 TAC라도 해서 조금 낫지만 다른 어종들을 보면, 우리나라만 열심히 TAC를 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

<그림 3>은 어린 새끼인 풀치를 남획해서 국내 몇몇 수산연구기관에서 씨가 마른다고 평가했던 갈치의 국가별 연간어획고다. 2000년대 이후 이웃 중국은 약 100만 톤을 잡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 6%인 약 6만 톤 정도에 그친다(그림 3-a). 심지어는 우리나라 영해 안에서도 1991년 이후에는 중국 어선이 10만 톤 이상을 잡고 있으며, 2011년 이후에는 우리나라보다 갈치를 2배 이상 잡고 있는데도, 해양수산부에서는 감척사업과 금어기에 이어 곧 TAC도 할 것이라고 한다(그림 3-b). 우리나라에서 갈치를 되도록 덜 잡아서 중국이 조금이라도 더 잡는데 도움을 주려고 하는 모양새다.

중국 어선이 잡는 갈치 양에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는 풀치를 우리 어선이 잡아 씨가 마르고 있다고 자칭타칭 수산전문가들이 나무라지만, 그런 평가와는 정반대로 올해 우리나라에서 갈치는 고등어, 참조기와 함께 대풍이라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라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한번쯤 되돌아봐야하지 않을까?

<그림 4>는 멸치 어획고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어획고가 꾸준히 늘어 2000년대 들어서 연간 약 100만 톤을 잡고 있다. 일본은 1950년대부터 약 30만 톤 정도를 잡아왔으나 2010년 이후로는 20만 톤까지 떨어졌는데, 아마 기후변화와 같은 주기적인 환경변동 때문으로 보인다(2020년 현대해양 6월호 연재 참고).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큰 변동 없이 20만 톤 수준에서 잡고 있다. 최근 가입당 생산 모형으로 추정한 우리나라 남해 멸치 연간 적정 어획량은 130만 톤이어서(이경환 외, 2017. 한국수산학회지), 멸치 어장과 어획노력량을 늘인다면 중국만큼 많이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에서는 멸치도 TAC에 포함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회유 어종, 북·중·일과 공동 관리해야

<그림 5>는 살오징어의 국가별 어획고이다. 남쪽 대만은 한 때 5만 톤까지 잡았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거의 잡고 있지 못하다. 한 때 연간 60만 톤 이상을 기록했던 일본 살오징어 어획고는 꾸준히 감소하여 최근에는 10만 톤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까지는 10만 톤 이하였으나 1990년대 이후 약 20만 톤까지 증가했다. 그러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최근에는 10만 톤 이하로 내려갔다.

반대로 오징어를 어획하지 않았던 동해 러시아 연안에서는 2016년 1,300톤에서 2018년 4,700톤으로 최근 오징어가 점점 많이 잡히고 있다고 한다. 즉, 오징어 어획고가 줄어든 순서를 보면 남쪽에서 북쪽으로 대만, 일본, 한국 순서인데, 북단 러시아에서는 최근 어획고가 증가하고, 북한 해역에서 중국 어선들과 목선 활동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았을 때 동해 온난화에 따라 그 서식지가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나라 오징어 어획고 감소 주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서식지 북상 때문으로 보이는데(Jung et al. 2014. Reviews in Fish Biology and Fisheries), 여기에서 TAC는 아무런 대책이 되지 못한다. 설령 기후변화가 아닌 지나친 어업활동 때문에 어획고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이는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이나 북한 목선이 더 큰 원인으로 보이기 때문에 북한과 함께 공동수산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TAC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TAC를 하고 있거나 시행을 검토하고 있는 우리나라 주요 어업 대상 회유성 어종은 그 어획고 변동 요인이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변동이거나, 설령 지나친 어획이 원인이더라도 ICES와 EC처럼 강제력을 가지고 이웃나라인 중국, 일본, 북한과 공동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별 효과가 없다. 따라서 지금 우리나라 TAC는 일본보다 대상 어종 숫자가 많다고 국제적으로 칭찬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유명무실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 수산관리 방법이다.

 

독자적 수산자원관리 모델 필요

해양수산부에서는 TAC 제도를 새로 검토하여 기후변화 요인에 따라 어획고 변동이 큰 어종은 제외하거나 다른 관리 방법을 개발하여 어업인들이 불필요한 희생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TAC는 국제 공조 없이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착성 어패류에 확대해보는 것이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이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선진국 중에서 TAC를 하고 있는 나라들은 뉴질랜드나 미국처럼 자체적으로 해도 충분하거나 유럽처럼 강력한 국제수산관리기구가 있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와 일본만 어정쩡하게 회유 어종을 대상으로 TAC를 하고 있다. 회유 어종을 대상으로 TAC를 꼭 해야겠다면 장기적으로 ICES와 EC와 같은 동북아시아 국제수산관리기구를 만드는 것부터 주도적으로 나서야할 것이다.

올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바이러스도 우리나라가 독자 대응 모델을 적용하지 않았다면 미국, 유럽처럼 됐을 것이다. TAC도 무작정 선진국을 따라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수산자원관리 모델을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