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헌 아라온호 선장, 국내 유일 쇄빙선 타고 극지를 항해하라

코로나 뚫고 북극해로 무정박 항해 나서

2020-08-10     정상원 기자

[현대해양] 182일간의 긴 항해 끝에 남극해에서 본선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 4월 말 돌아온 쇄빙선 아라온호. 연구 작업 지원 및 물자 보급 임무뿐만 아니라 고립된 어선을 구조하는 작업까지 마치고 귀국한 이 선박은 약 두 달 여간의 선박수리와 운항 점검을 모두 마치고 지난달 17일 연구 작업을 위해 북극해로 또 다시 출항에 나섰다.

이번 출항길에도 조타기를 잡게 된 김광헌 아라온호 선장은 1985년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 후 3항사로 승선해 현재까지 항해 경력만 35년이다. 아라온호에 승선한 것은 2014년부터로 올해로 6년째 항해 중이다.

지난 남극해 출항에서 코로나19와 긴급 구조작업이 겹쳐 특히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는 김 선장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극지 연구 임무를 위해 또다시 북극해로 향했다. 코로나19로 북극 항해 이래 처음으로 무정박 항해를 시작한 아라온호는 특수 격리 시설인 음압 병상을 설치하고 의료진과 함께 동행하는 등의 대비 태세를 갖췄다. 무정박 항해로 신중을 기해 항해에 나선 김 선장에게 아라온호 극지 항해기를 들어봤다.

 

아라온호의 특징과 임무를 소개해달라.

건조기간 6년, 건조비 1,080억 원이 투입된 아라온호는 국내 유일의 극지 연구 쇄빙선입니다. 1m 두께 평탄빙(평평한 얼음 덩어리)을 3노트로 연속 쇄빙 가능한 기능을 탑재하여 남·북극 결빙지역에서의 독자적 항해가 가능합니다.

본선은 오지인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극지방 연구 작업 지원 및 남극에 위치한 장보고과학기지와 세종과학기지에 물자를 보급하고 인원을 수송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극지환경변화 모니터링 △대기환경 및 오존층 연구 △고해양 및 고기후 연구 △해양생물자원 개발 연구 △지질환경 및 자원특성 연구 등입니다. 아라온호는 수많은 빙산(氷山)과 유빙(流氷)이 산재하는 극지 환경에서 연구 활동 업무 성과를 극대화하는데 지대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북극 동시베리아해에서 거대빙상의 증거를 발견하고, 남극 아문센해 빙붕(氷棚,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의 해빙 원인을 밝혀내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둔바 있지요.

또, 아라온호는 운항하던 선박이 얼음에 갇힐 경우 이를 구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긴급 구조를 진행해야 할 상황이 오면 보통 구조조정본부(MRCC) 혹은 해양수산부로부터 조난선 사고 관련 긴급 전문을 접수하고 구조 작업 여부 결정하여 회사 및 극지연구소에 통보 후 구조 작업을 진행합니다. 아라온호는 일반 선박이 항해할 수 없는 결빙지역에서 얼음을 깨며 항해할 수 있기 때문에 조난 선박 구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반년 만에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소감은?

먼저, 반년간의 긴 시간 동안 본선 임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아무런 사고 없이 안전하게 마무리를 할 수 있게 해준 모든 승조원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올해 남극 항차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먼저 남극에서도 외진 곳인 아문젠 해역에서 연구 작업 중 한국어선 ‘707홍진호’가 조타장치 고장으로 조난신호를 보내와 구조작업을 실시하였습니다. 저희는 진행 중이던 연구작업을 중단하고 3일간의 쇄빙 항해를 시행하여 얼음에 갇혀 있던 홍진호 구조작업을 수행했으며, 선박을 안전한 해역까지 무사히 에스코트해 냈습니다.

이후 남극 항해를 무사히 완수하고 한국으로 귀항하던 중 파푸아 뉴기니에 우리 원양어선 선원들이 고립되어 구조하라는 해양수산부의 요청을 받고 항로를 변경하였습니다.

우리 선원들도 오랜 남극 운항으로 지쳐있었지만 어려움에 처한 선원들을 외면할 수 없어 신속하게 파푸아 뉴기니로 향하여 구조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원양어선원과 함께 국내로 기항할 때까지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본선 1개 층을 분리하여 따로 사용하게 했습니다. 또한 철저한 비대면을 위해 식당을 분리하고 식사 시간을 조절하였으며 매일 2회 체온 측정하는 등 최대한 질병관리본부의 자가 격리 대상자 생활수칙에 준하여 자가 격리를 시행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모두가 안전하게 무사 귀국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극지에서의 항해는 영하권 아래의 험한 날씨와 유빙으로 인해 늘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극지에서의 작업이 길어지면 승조원들의 고충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연구 및 구조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피곤함이 가시곤 합니다.

반년간의 승선 후 지난 4월 말 육지로 돌아왔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족들과 멀리 여행을 갈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북극 항해 전 주어진 휴가 때에는 가까운 산에 자주 등산하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항해 중 실제로 마주하는 남북극의 환경은 어떤 상태인가

주로 극지에서는 펭귄, 바다표범, 바다코끼리, 북극곰, 고래 등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년 녹고 있는 극지의 얼음으로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가 줄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생물의 개체 수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연구하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세계 각국에서 하고 있으며, 우리 아라온호도 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극지 환경 변화 모니터링 및 고기후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남북극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아라온호

제2쇄빙연구선 건조의 추진이 더뎌지고 있는데...

해마다 제2쇄빙연구선 건조를 위해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에서 노력하고 있으나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계속 미뤄지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라온호는 연구 및 기지 보급 작업을 위해 북극에서 2개월, 남극에서 6개월 정도 투입되고 있는데, 항시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모든 연구 일정을 소화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른 상황입니다. 또 아라온호의 쇄빙능력(Polar 10)으로는 연구범위에 한계가 있어 쇄빙능력을 향상시킨 제2쇄빙선의 추가 건조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2쇄빙선이 건조된다면 보다 폭넓은 극지에서의 연구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향상된 쇄빙 능력과 장비로 극지 모든 구역을 안전하게 항해하고 추가적 연구를 수행한다면 국위 선양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북극해 운항 일정은?

아라온호는 북극해에서의 연구 작업을 위해 7월 17일 광양항에서 출항했습니다. 이번에는 베링해, 척치해, 동시베이리아해 등지에서 △북극해 환경변화 통합 관측 및 연구 △북극해빙 위성관측을 위한 분석 기술 개발 △극지 기후변화 △기상재해 예측시스템 개발 및 연구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국내 출항 후 미국 알래스카주 항구에 도착하면 연구원들이 승선하여 북극 연구항해를 시작하고, 2항차 연구 기간 중 부두를 총 3번 기항하여 연구원 교대 및 연구 작업 물품 선적과 보급을 실시합니다. 그러나 이번 북극 연구 항차는 코로나19 여파로 외국항 기항이 배제되어 한국에서 1, 2항차 연구 작업에 참여하는 모든 연구원이 승선하여 중간 기항 없이 무보급으로 60일간 임무를 수행하여 9월 말 중으로 다시 국내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전에 이루어지던 알래스카 항구에서의 보급 작업이나 연구원 교체 없이 2개월간 연구 작업만 시행하게 되어 선박이나 인명 사고 발생 시는 모든 연구 작업 일정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전 보다 더 많은 관심과 주의를 가지고 운항할 것이며 모든 연구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해양

 

앞으로의 목표와 미래의 항해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주어진 환경 하에서 최선을 다하고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약간의 보탬이 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자 합니다.

전 세계 오대양 육대주를 항해하는 바다의 주인공 항해사가 되고자 하신다는 마음을 갖고 계신다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누구나 꿈만 있다면 도전하여 넓은 바다를 함께 누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