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만남…‘수산’이 빠졌다
아름다운 만남…‘수산’이 빠졌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3.05.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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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농연과 대형마트 3사는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대형마트와 농축산업의 상생 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왼쪽 세번째부터 이승한(홈플러스) 한체협 회장,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준봉 한농연 회장.

지난달 9일 서울 모처에서 선남선녀의 아름다운 만남이 있었다. 이들의 만남을 지켜보고 성사시킬 역할을 할 중매인(仲媒人)도 함께였다. 당사자인 남녀는 그 자리에서 잘 해보자고 손을 맞잡았고 중매인은 축하해주는 장면을 연출했다.

aT센터에서 열린 ‘대형마트와 농축산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식’ 이야기다. 이번 협약식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회장 김준봉)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한체협, 회장 이승한) 소속 대형마트 3사간 상생 협력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한농연은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체인스토어협회와 협력하고, 대형마트는 농축산물의 소비지 유통 활성화와 해외수출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

이와 관련, 우선 이마트는 농산물 수확 후 인근 지역 매장에서 직거래를 통해 바로 소비하는 ‘로컬푸드’ 시스템을 확대키로 했다. 기존 5단계의 유통구조가 2단계로 축소되면 물류비용이 크게 절감돼 가격을 최대 20% 낮출 수 있다는 게 이마트측 설명이다. 롯데마트도 산지 직거래가 가능한 전용 하우스를 오는 8월까지 시범 운영한 후 상추·부추 등으로 품목을 확대한다.

김준봉 한농연 회장은 “그동안 대형마트와 농민단체는 많은 갈등을 겪어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농업의 어려운 현실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농축산물의 최대 판매자인 대형마트와의 상생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수산’이 빠졌다는 것이다. 유통구조 개선, 생산자 소득증대, 소비자가격 인하는 농축산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농연이 밝힌대로 이들 대형마트는 싫든 좋든 최대 판매자이자 소비자가 된지 오래다. 이들과의 협력은 지금같이 어려운 상황에 천군만마를 얻는 일이다.

혹자는 말한다, “해양수산부가 신설되지 않았다면 수산도 저 자리에 있었을 텐데...” 하고. 실제로 모 기관은 “농수축산물 유통 활성화와 상호 유기적...”에서처럼 예전대로 ‘수’를 포함시키는 보도자료를 내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은 농림축산수산식품부에서 수산의 분리 여부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이(단체)가 있나 없나의 문제다. 무임승차 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 선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처럼 당사자가 직접 나서면 되는 것이다.

이번 만남(협약)은 한농연이 주도했다고 한다. 한농연처럼 먼저 손 내밀기 어렵다면 교량 역할을 할 중매인을 내세우면 된다. 수산이 농축산 규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수산계에도 한농연과 비슷한 단체가 있고 중매인 역할을 할 ‘독립’ 정부조직도 생겼다.

부러워 할 일이 또 있다. 협약식이 끝난 뒤 한농연 임원진은 농림축산식품부 이동필 장관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농업, 농촌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농업인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돋보인다. 수산계는 부러워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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