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무책임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무책임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9.07.0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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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무너진 명태 양식의 꿈’ 기사가 공무원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어미명태 한 마리에 현상금 50만원까지 내건 것은 물론 자어 대량폐사 사태를 몇 차례 겪는 등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친 2세대 인공종자로부터 얻은 수정란을 키우던 어업인들이 ‘양식 포기’를 선언했다. 따라서 명태 양식의 꿈이 사실상 좌절됐다는 내용의 <현대해양> 6월호 기획기사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올 것이 왔구나’하는 반응과 ‘이런 심층기사가 있어야 수산이 발전하고 어업인이 행복해지며 정책관계자들이 반성하게 된다’는 격려 등이다. 전자는 현직 공무원, 후자는 퇴직 공무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그리고 ‘국민식탁에 2020년까지 양식명태를 올린다던 그 분들, 그를 통해 승진하고 국민혈세를 낭비한 사람들은 어찌해야 하나’라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고, ‘당시에 실패를 예견하고 반대하고 직언했던 사람들은 핍박받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개인 돈이었다면 그런 식으로 예산을 내다버렸을까’ 하는 비판도 쏟아진다. ‘상업적으로는 실패라 할지라도 종자생산기술을 확보한 것은 그나마 성과라고 할 수 있다’며 위안을 삼으려는 반응도 있었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는 크게 투 트랙(two-track)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대량생산에 의한 방류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화를 위한 대량양식이 그것이다. 이 중 후자가 관계자들의 무관심으로 이뤄질 수 없는 망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었다. 방류를 통한 자원 회복 방안에 대해서는 남획 때문인지, 기온변화 때문인지 등 자원고갈 원인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고 회복의 확신도 없는 상황에서 혈세를 쏟아 붓고 있다는 비판은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자원 회복까지 갈 길이 멀고 자원회복을 위한 노력이라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패를 탓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밝히는 이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실패를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것.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같은 격언을 굳이 내놓지 않더라도 성공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맞이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무책임이다. 말(公約)은 그럴듯하게 해놓고 뒤에 가서 나 몰라라 팽개치는 무책임과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퇴직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지적에 대한 수긍이 쉽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 반대로 매우 우려스러운 것은 현직 관계자들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듯한 인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의 어느 고위 공무원은 “양식이 아니라 방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책임을 피해가려 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어업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무대응, 침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거듭 강조하자면 실패가 문제가 아니라 책임지지 못할 핑크빛 정책 발표와 그 이후의 무책임한 행동, 책임 회피성 발언이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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