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수협, 수도권 진출 러시
지방 수협, 수도권 진출 러시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9.07.0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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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진 등으로 수익 예전 같지 않아…“신중해야”

[현대해양] 지방 소재 수협 회원조합들의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영업점 개설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전국 수협 회원조합은 91개. 이 중 8개를 제외한 83개 조합이 지방 소재 조합이다. 이 중 17개 조합 30개 영업점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진출, 25.9%가 수도권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도권 영업점 중 최근 3년간 2/3가 집중적으로 진출할 정도로 2016년부터 현재까지 러시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

지난 5월 경북지역 조합장 간담회에서 ‘상호금융 수도권 점포 설치 확대 요청’이 있었다. 이날 강구수협 조합장은 “회원조합의 성장은 경제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상호금융 중심의 수익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며 “현행 조합 당 수도권 점포가 3개소로 제한돼 있는데, 회원조합의 장기적 수익구조 마련을 위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조합에 한해 3개소를 초과해 신설이 가능토록 해달라”고 수협중앙회장에게 요구했다. 이 제안자의 말대로 회원조합들의 권역 외 영업점 설치 가능 점포 수는 최대 3개까지다. 강구수협은 이미 3개 점포가 수도권에 진출해 있다.

 

수도권 진출의 꿈

지난 3월 동시선거에서 후포수협 신임 조합장으로 당선된 김대경 후보의 공약은 ‘상호금융 사업의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한 도시권 점포개설’이었다. 이처럼 지방 소재 조합의 꿈은 수도권 진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방 조합들이 수도권 진출을 갈망하는 이유는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경기와 지역경제 침체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로 지역에서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역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인구가 더 많고 예탁금 조성과 대출 수요가 많은 도시, 수도권 시장으로 진출해 상호금융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2019년 6월 25일 기준 지방 소재 조합이 수도권에 개설한 영업점은 17개 조합 30개소에 이른다. 수협의 권역 외 영업점 진출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2010년 12월 경북 영덕에 소재한 강구수협이 경기도 하남에 영업점을 신설함으로써 첫 발을 내딛었다. 이어 여수·구룡포·해남·완도·영광·죽변수협 등이 수도권 진출 행렬에 동참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11월 죽변수협은 여·수신 1조 원을 달성하고 축하연을 열었다. 지방 면단위 어촌지역 수협에서 1조 원 여·수신을 달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수도권 상호금융 영업점 확대였다. 임병옥 당시 죽변수협 조합장은 “여·수신 1조원 돌파는 지역 상호금융의 한계를 예측하고 첫 수도권 영업점인 용인수지지점을 개설한지 5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라고 자평했다.

죽변수협뿐만 아니라 5월말 현재 전국 470개 수협 상호금융 영업점의 평균 예탁금은 574억 원인데 비해 수도권 진출 영업점의 평균 예탁금은 987억 원으로 확연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잔액기준). 또 상호금융 대출금도 전국 영업점 평균이 430억 원인데 비해 수도권 진출 영업점은 801억 원이다. 이처럼 외형만 큰 게 아니고 내실도 양호한 것이 사실. 전국 평균 연체율이 2.86%인 반면 수도권 진출 영업점의 연체율은 2.01%로 0.85%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연체율 증가 등 악재 상존

그런데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 4월 수협중앙회는 ‘수도권 상호금융 영업점 연체 감축 회의’를 열었다. 대출 연체율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전국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지방에 있는 본점과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홀하거니 관리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사전 대비를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열린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은 회원조합의 수도권 진출에 대해 중앙회 차원에서 자제를 당부하는 분위기다.

조윤기 수협중앙회 상호금융부 차장은 “대부분 조합이 수도권 진출을 원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상황이 안 좋으니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신숙 수협중앙회 상무는 “지방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수도권 진출을 원하지만 운용이 안 되니까 진출 자체를 자제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는 초기 손실 등 악재 때문. 강 상무는 “첫 해에는 보통 8억 정도 손실을 본다. 그걸 감내할 수 있는, 손실 흡수 능력이 있는 조합이어야 한다. 10억 정도 이익 나는 정도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도권 등 권역 외 영업점 설치기준도 강화되는 추세다. 수협중앙회가 마련한 권역 외 영업점 설치기준은 순자본비율이 4% 이상이어야 하고, 직전 분기말 자산총액이 2,000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또 연체율 비율이 3% 미만이어야 하고 3년 연속 흑자여야 한다.

 

비오기 전 ‘우산’ 준비해야

83개 지방 조합 중 강구·구룡포·죽변수협 등 3곳은 이미 최대 진출 가능 점포수인 3개 영업점에 도달했고, 여수·해남·고흥군·완도금일·영광군·보령·군산·해남군수협 등 8곳은 2개 점포가 수도권에 진출한 상태다. 이 중 여수·고흥군수협 등 2곳은 남은 한 개 영업점을 올해 안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 밖에 하나의 영업점만 진출한 곳은 포항·부안·안면도·목포·통영·신안군·울산수협 등 7곳. 이 중 부안수협은 연내에 점포를 하나 더 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외 연내 수도권 진출이 유력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곳은 성산포·서귀포 등 제주권 2개 수협이 있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일선수협의 권역 외 영업점 경영실적이 현재까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부진 등으로 연체율 증가 등 경영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수협중앙회는 이들 영업점에 대한 지원과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강신숙 상무는 “지금은 가능한 한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때”라며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회원조합을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지난달 18일 신임 조합장 연수회 특강을 통해 당부를 잊지 않았다. 임 회장은 “지방에서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상호금융 환경 악화 시에도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히 있는 조합만 신중하게 권역 외 진출을 검토할 것을 권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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