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에 고민 깊어진 부산항 신항
외국자본에 고민 깊어진 부산항 신항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7.0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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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컨’부두 운영에 공공 실행력 확보해야

 

[현대해양] 환적화물 처리 세계 2위, 세계 6위 컨테이너 항만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한 부산항의 동력 신항, 하지만 내실을 들여다 보면 해외민간 운영사가 장악해 국부가 유출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공공정책 실행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북아 환적 허브항만의 엔진 ‘신항’

부산항은 1876년 개항 이후 축적된 노하우와 인프라로 세계 150여개국, 600여개 항만과 연결, 주간 268개 컨테이너 운송 노선(2019년 1월 기준)을 갖춘 세계적인 항만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중 환적화물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환적화물이란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해 중간 기착지에서 타 선박으로 옮겨 싣는 화물로 부산항의 환적화물은 통상 미주로 가는 일본, 중국, 동아시아 화물들이 주를 이룬다. 2018년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2,170만TEU) 중 환적화물은 52.8%(1,146만TEU로), 1조7,190억원 규모이다.

국내 수출입화물은 1%대 성장률에 머물러 정체된 상황에서 부산항은 앞으로 환적화물 유치에 방점을 찍고 있다. 환적화물 처리가 늦어지면 화주들은 다른 항만으로 눈길을 돌리기 때문에 부산항은 그동안 가용할 수 있는 인력·장비를 최대한 투입해 밀려오는 환적화물을 정시에 처리하는 항만으로 신뢰를 쌓아왔다. 강부원 부산항만공사(BPA) 경영본부장은 “국내산업의 부진으로 수출입은 계속해서 줄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항의 미래는 환적화물에 달려있다”며, “환적화물 유치를 위해서는 정시성이 확보돼야 하며 항만 내에서 안전한 화물관리 및 신속 정확한 반출입 서비스가 필수이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신속한 부산항 물동량 처리의 구심점은 신항이다. 신항의 역할은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2006년 개장한 신항의 물동량은 2012년(55.3%) 북항을 추월한 이후 전체 물동량에서 신항 물동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64%, 2015년·2016년 66%, 2017년 65.8%로 높아지는 추세이다.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70%에 달했으며 앞으로 서측 컨테이너부두(2-5단계, 2-6단계)가 개장되면 북항의 물동량도 넘어와 신항으로의 쏠림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

 

해외민간 운영사 난립… 비효율 초래

부산항 물동량을 견인할 신항은 현재 5개 터미널운영사들이 23개 선석을 나눠 운영하면서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997년 시공 때부터 막대한 국가재정(총사업비 19.3조원)이 투입됐음에도 외국자본 중심의 민간운영사가 신항 운영권을 장악해 수익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터미널 운영사는 각각 계약선사(얼라이언스)에 대해 우선적인 하역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침에 따라 다른 운영사의 선석에 여유가 있더라도 비계약선사는 외항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발생(2017년 148척)하고 있다. 신항 내에서도 타부두 간 환적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해 물류비용, 시간이 더 소모되는 상황인 것이다. 강부원 경영본부장은 “환적을 위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야적장이지만 게이트 밖으로 공용도로로 돌아가 다시 타 선석의 게이트에서 기다려서 야적장으로 들어가야 하는 등 도로에서 낭비되는 시간, 비용, 노력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한편, 하역료 덤핑으로 인한 터미널 수익성 악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항의 5개의 운영사가 난립해 물량유치를 위해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어 신항 하역료(4~6만원 대)는 중국의 1/2. 일본의 1/3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이에 인건비 증가와 하역장비 운용비용 상승에 따라 수익성은 악화돼 운영사들은 물동량 증대와 비례해 매출액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머스크라인(Mearsk Line)사가 부산항을 방문해 조각 조각 나눠진 터미널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반응을 보이며 해결을 촉구했으며,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부산항에 화물을 감축시키겠다고 일침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BPA가 주도로 ‘선석공동운영’을 위한 조정에 나서 운영사들의 협조를 구했으나 흑자를 내는 운영사들은 소극적인 상황이다. 이와 대비해 환적항 세계 1위의 싱가포르는 비효율적인 신항 운영의 귀감이 되고 있다. PSA라는 하나의 부두 운영사가 싱가포르항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터미널 간 하역료 덤핑, 물량 경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얼라이언스 당 단일 선석 제공이 가능해 신속하고 생산적인 물동량 처리가 가능하다.

공공정책 실행력 키워야

이와 같이 신항에 대한 공공정책의 실행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2-5부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연간 컨테이너 200만개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2-5단계를 2022년 상반기에, 130만TEU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2-6단계를 2026년에 개장하여 신항 컨테이너 처리 능력을 대폭 상향시킨다는 방침이다. 강부원 부사장은 “2-5단계 부두 운영사를 올해 안에 선정할 방침이다”며, “새로 개장될 부두들은 공공성을 확보하여 과당 경쟁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상쇄시켜 나갈 것이다”고 공언했다.

수심이 가장 깊고, 폭도 최대 800m로 신항 부두 중 가장 경쟁력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당 부두에 BPA는 지분을 최대 30% 갖고 국내 운영사에 최대한 운영권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가를 상대로 하는 계약에 반드시 국제입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내업체, 해외업체를 특별히 차별할 수 없으며 물량확보, 재정 능력을 판단기준으로 운영사를 선정하게 된다. 이에 관해 BPA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인센티브(가산점)를 줄 수 있다면 부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자본의 입김에 놀아나는 부산항 신항이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잡도록 관심이 모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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