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도 맞짱 뜨는 미국·중국
북극에서도 맞짱 뜨는 미국·중국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7.0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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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책에서 개발정책으로 변화

[현대해양]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신규 관세 부과 보류 및 무역협상 재개 의사를 밝혔으나 무역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이 이번엔 중국의 북극개발에 제동을 걸었다. 북극개발에 관해 미국과 중국이 살얼음판을 걸으며 대치하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어 출혈경쟁이 북극에서도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풍부한 자원, 북극항로 ‘눈길’

에너지, 금속, 수산물 등의 자원, 신항로, 관광 등 북극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북극권 국가인 미국, 캐나다, 러시아,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덴마크 등 8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북극에 대한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북극에서 발견되지 않은 석유와 가스 평가(Assessment of undiscovered oil and gas in the arctic)’에 따르면 지구상 발견되지 않은 천연가스 30%(47조㎥)와 석유 13%(900억 배럴)가 북극에 존재하며, 여타 광물자원을 제외하고 에너지 자원만의 가치가 172조 달러(20경 원)에 이른다고 한다.

아울러 북극에는 금, 은, 다이아몬드, 우라늄, 아연, 철, 망간, 희토류 등의 광물자원도 상당히 매장돼 있다. 최근 러시아 천연자원부는 2030년까지 북극 광물자원 개발을 위해 약 181조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118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외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북극은 또한, 고급 어종이 다량으로 생산되는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어 수산자원의 보고라고 알려져 있다. 명태, 대구류, 게, 가자미 등 고급 수산물이 전 세계 어획량의 약 5%를 차지한다. 북극해 수산강국 노르웨이는 올해 초 원격 관리가 가능한 ‘북극해 양식사업(Arctic Offshore Farming)’을 추진, 오는 2020년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미 해안경비대 쇄빙선

 

한편,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상선 항해가 가능한 북극항로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지난 5월 핵추진 쇄빙선인 ‘우랄(Ural)’호를 진수, 북극항로를 연중 활용하기 위한 포석을 깔았다. 덴마크 선사인 머스크(Mearsk)는 러시아 핵추진 쇄빙선 운영사인 ‘FSUE 아톰플롯(FSUE Atomflot)’과 손을 잡고 북극항로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북극항로를 이용한다면 유럽 해상운송에의 비용이 대폭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항에서 네델란드의 로테르담항까지 ‘말라카해협’과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남방항로(2만100㎞)에 비해 ‘베링해협’을 거치는 북극항로(1만2,700㎞)를 이용하면 거리는 37% 단축되고 운항일수는 30일에서 20일로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정책협력부장은 “러시아,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에서는 이미 북극 바닷길 개척을 위해 유류사고 대응, 선박 전복 사고 시 수습 등의 시스템도 갖춰지고 있다”고 밝혔다.

북극의 백야현상, 빙하를 주제로 한 관광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특히, 북극 해빙이 가속화되면서 크루즈관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북극 전문 외신(Arctic Today)에 따르면 전세계 쇄빙 크루즈선은 2022년까지 28척의 신규 선박이 건조될 예정이며 특히, 프랑스 크루즈선사인 포낭(Ponant)은 오는 2020년까지 LNG추진 쇄빙 크루즈선을 건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흔들리는 북극권 국가 협력

극지연구소 북극연구험단 해양생물조사
극지연구소 북극연구험단 해양생물조사

북극권의 국가들은 난개발을 지양하고 지속 가능한 북극 보호와 발전을 위해 지난 1996년 9월 19일 ‘오타와선언’을 통해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를 설립했다. 옵서버로 한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등 13개 국가와 EU, IMO 등 국제기구·단체 28개가 참여하는 북극이사회는 △북극 주변 거주민 복지 및 원주민 지역 전통보호, △생물다양성 유지, △자연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협력을 도모 등을 주요 과제로 선정하고 있다. 특히, 군사, 안보 관련 행위를 배제하기 위해 ‘오타와선언(Thegovernance of the Arctic was founded by Ottawa Declaration)’에서는 ‘북극이사회는 군사안보와 관련된 문제를 다뤄서는 안된다(The Arctic Council should not deal with matters related to military security)’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어 ‘북극 예외주의(Arcticexceptionalism)’를 실현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극이사회 최대 관심사는 ‘기후변화’였다.

신현철 부장은 “기후변화 대응은 북극이사회와 학계의 중론이다. 북극 해빙 면적이 줄어드는 속도는 사람이 경험하지 못할 정도이며, 컴퓨터 예측보다 빠르다”고 진단했다.

지구적으로 재앙적인 온난화 현상이 북극권의 경제, 생태계, 주민 건강 및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어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미국과 북극권 국가 및 옵서버들은 기후변화 대응 기치를 바탕으로 협력을 강화해 왔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북극정책에서 기후변화를 배제하면서 국가 간 협력이 무뎌질 우려가 붉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8월에는 유엔을 대상으로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Agreement, 2015)의 공식적인 탈퇴를 선언했다.

이어 올해 4월 21일 미국 해양경비대는 ‘신 북극전략(Unites States Coast Guard Arctic Strategic Outlook)’을 공표하며 구체적인 내용에서 ‘기후변화’를 전부 배제, ‘북극의 기후 손상’, ‘환경변형’ 등 완곡한 용어로 바꿨다.

지난 3월 26일 북극이사회 상급위원회 회의장면
지난 3월 26일 북극이사회 상급위원회 회의장면

김민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극지연구센터장은 “그간 중국, 러시아 등이 적극적으로 북극개발에 나서는 것에 반해 미국은 알레스카 지역에 해양경비대 소속 5척의 쇄빙성 운영 이외에는 다른 액션 없이 소극적으로 참여 해왔다”며, “앞으로 물리적, 군사적, 인적 자원을 투입해 북극개발에 있어 입지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최근 북극이사회 회의에서 기후변화를 노골적으로 밀어냈다. 북극이사회는 이사회 운영을 위한 재정적인 부담 등을 분담하기 위해 2년제 의장국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제11차 북극이사회 각료회의가 지난 5월 7일 필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열렸다. 올해부터 아이슬란드가 신임 의장국을 맡았으며 이 자리에서 의장국의 방향과 계획을 선보였으며 ‘장관 공동성명서(Joint Statement)’와 ‘핀란드 의장성명서(Statement by the Chair)’를 채택했다.

문제는 이번 각료회의에서 ‘기후변화’라는 중요 안건은 빠진 채 매듭지어진 것. 지난 2017년 5월 각료회의 당시 기후변화 대응에 포함된 ‘페어뱅크스 선언문(Fairbanks Declaration)’ 채택이 이번에는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으며 이는 북극이사회가 창설된 이후 각료 공동선언문 채택이 실패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KMI 동향분석 120호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러시아, 그린란드를 대표하는 원주민단체 총의장 삼보 도로(Samboo Dorough)는 이번 결정이 ‘불행한 선례’가 될 것이며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북극이사회의 운영에 큰 충격을 가했다고 평가했으며, 원주민 위원회 의장인 에드워드 알렉산더(Edward Alexander) 또한 미국의 태도는 북극 원주민들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지난 6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프리쵸프난센연구소의 MOU 체결 장면

무역분쟁 연장선

기후변화와 인프라 개발을 포함한 북극의 현안에 대해 그간 특별히 관심은 크지 않았던 미국이 기후변화를 배제하고 개발에 적극나서겠다고 천명하는 속내는 중국 견제라는 복선이 깔려있다.

이사회 각료회의 당시 연설에 나선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Michael Richard Mike Pompeo)는 “중국은 북극해가 군사화와 경쟁적인 영유권 주장으로 가득한 또 하나의 남중국해가 되기를 원하는가”라며, “이와 관련해 미국이 북극권 인프라 건설에 대한 불투명한 투자로 북극해를 남중국해처럼 군사화하려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했다.

이에 가오펑(高峰) 중국 외교부 북극특별대표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국가가 북극 환경 보호를 운운하고 있다”며, “미국은 시대에 뒤떨어진 냉전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맞대응했다.

이와 관련해 김민수 센터장은 “폼페이오가 남중국해를 거론한 것은 현재 남중국해에서 일어나는 미중 군사적 갈등을 북극에도 동일선 상에 놓으려는 것”이라고 풀어냈다.

신형철 부장은 “이와 같은 설전은 미중관계가 악화된 데에서 나온 비판의 목소리인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군사활동 및 적극적인 북극개발에 나서는 것이 불편한 것이다”며, “앞으로 미국은 북극개발을 위한 정당성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새로운 규범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북극 투자기세는 무섭다. 지난 2012년에서 2017년 사이 중국은 자국 자금, 회사, 인력을 통해 북극 내 핵심적인 인프라 건설을 시도하고 있는데 투입된 만 90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하여 지난 2014년부터 러시아 야말반도(Yamal)의 대규모 천연가스 생산을 위한 야말 프로젝트, 북극-2 프로젝트, 파워 오브 시베리아 1(Power of Siberia 1) 계획에 이어 파워 오브 시베리아 2(Power of Siberia 2)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러시아와 적극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이 누가 더 많은 동맹국을 확보하는지 경쟁해보자며 미국과 중국이 대립각을 세운 상황에서 현재 미국이 다소 우위에 서고 있는 상황이다.

신형철 부장은 “북극과 연관된 국가는 미국 눈치를 보는 나라들이 많다. 중국을 옹호하는 국가는 많을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의 적극적 투자에 실익을 고려해 북극권 국가들이 협조하고 있었지만 미국이 향후 거세게 대응한다면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중국 기업을 활용한 ‘그린란드 공항 건설 계획’은 덴마크 당국의 거부로 좌절된 바 있으며, 스웨덴 라이세킬(Lysekil) 지역 ‘심해항만에 대한 중국의 투자 계획’도 중간에 백지화됐다.

이번 사례와 같이 북극권 국가 간 이해관계가 상충 될 경우 이사회의 역할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나아가 북극도 협력의 거버넌스가 무너지면서 지역적으로 북극정책이 분절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향후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북극에서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북극정책에 대한 고민도 이래저래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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