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어업 간 ‘세제 불평등’ 심각
농업-어업 간 ‘세제 불평등’ 심각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9.07.0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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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법인세, 농·어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돼

[현대해양] 농업과 어업간 세제(稅制) 불평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소득세법이 농업과 어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그 괴리의 골이 매우 깊다는 것이다.

현재 농업부문의 경우 논·밭을 이용한 작물재배업과 수입금액 합계액이 10억 원 이하인 기타 작물재배업은 물론 일정규모의 축산소득과 영농조합법인(농업회사법인 포함)에 대해 소득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 즉 비과세 대상인 것이다. 반면에 어업의 경우 어업소득 3,000만 원까지만 비과세 대상이 된다. 어업소득 3,000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전액 과세되고 있다. 농업과 어업 사이에는 10억 원과 3,000만 원 간의 차이만큼이나 큰 간극, 즉 과세 기준에 엄청난 차이가 드러난다. 이처럼 농·어업부문간 세제지원의 형평성에 차이가 심한 상황이기에 어업인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0억 원 VS 3,000만 원

소득세법 12조(비과세 소득) 2호에서는 비과세 소득기준을 △논·밭을 작물 생산에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물재배업에서 발생하는 소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농어가 부업소득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득세법 시행령(대통령령 제29523호) 제9조의 4(비과세되는 작물재배업의 범위) 1항에는 “작물재배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이란 작물재배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으로서 해당 과세기간의 수입금액의 합계액이 10억 원 이하인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농어가 부업소득은 ‘소득세법 시행령 제9조(농어가부업소득의 범위)’에서 “농·어민이 부업으로 경영하는 축산, 고공품(藁工品)제조, 민박, 음식물판매, 특산물제조, 전통차제조, 어로·양어 및 그밖에 이와 유사한 활동에서 발생한 소득 중 농가부업 규모의 축산에서 발생하는 소득, 축산에서 발생하는 소득 이외의 소득금액의 합계액이 연 3,000만 원 이하인 소득, 어로·양어 및 그밖에 이와 유사한 활동에서 발생한 소득 중 합계액이 연 3,000만 원 이하인 소득까지를 말한다”고 적혀있다.

즉, 농업에서는 △논밭을 이용한 작물 생산 소득 외에도 △10억 원 이하의 작물재배업에서 발생하는 소득 △3,000만 원 이하의 부업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부여한 것과 달리 어업에서는 어로, 양어 및 그밖에 이와 유사한 활동(연근해어업, 내수면어업, 양식어업)에서 연 3,000만 원 이하인 소득에 한해서만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농·어업 간 세제혜택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372억 수혜액 발생 가능”

수협중앙회는 연근해·내수면어업과 수입금액 10억 원 이하 양식어업 소득의 비과세 제도가 신설되면 약 372억 원의 수혜액이 발생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2017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 결과를 토대로 실효세율 적용). 이 말은 농업과 같은 기준으로 과세가 이뤄진다면 어업인들은 372억 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수혜로부터 홀대를 당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어업분야에서는 ‘부업’ 규모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전액 과세됨에 따라 농·어업부문간 세제지원 형평성이 상실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어업인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불평등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불평등 상황 초래에 대해 어업인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호소하고 있지만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 어업인은 지난 5월 7일 ‘같은 1차 산업? 형평성에 어긋난 소득세법 개정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글을 올렸다. 이 어업인은 “같은 1차 산업이지만 농어업분야 소득세법 상 비과세 적용 금액이 너무 차이가 나 어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억울하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이 청원 동의자는 1,000명을 넘기지 못했다. 100단위에서 기한이 종료됐다. 일반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소외된 어업의 상황을 반증하는 사례가 됐다.

통계청이 지난해 4월 발표한 <2017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 결과>를 보면 어업, 어촌 경제가 얼마나 상대적으로 열악한지 알 수 있다. 농어가 소득, 자산, 부채 등의 현황을 보면 평균자산은 농가가 어가보다 1.16배 높다. 반면 부채는 소득대비 부채비율 및 자산대비 부채비율 모두 어가가 농가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농어가의 소득대비 부채비율은 농가 68.97%에 비해 어가는 약 18%p가 높은 86.61%에 이르러 어가 가계경제가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같은 자료에서 농가는 어가에 비해 더 많은 세제지원을 받을 뿐만 아니라 정부・지자체 등으로부터 지원받는 연간 보조금 규모도 259만 6,000원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인세 적용도 ‘역차별’

어업법인의 법인세도 농업법인과의 세제 형평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농조합법인 및 농업회사법인이 작물재배업에서 얻는 소득(농업소득) 전액은 조세특례제한법 제66조, 제68조에 의거해 전액 법인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다. 반면 어업법인은 농업회사법인과 설립요건과 주체, 출자한도, 사업내용 등이 흡사함에도 불구하고 농업회사법인과 달리 세제감면이 되지 않아 과세 역차별 사례라 할 수 있다.

면세유 공급대상에도 차이가 있다. 어업기계에 대한 면세유 공급대상도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농민이 농업용으로 사용하는 굴삭기(1톤 미만)는 2012년 3월 면세유 공급대상에 추가했으나 동일한 사용 목적의 어업용 굴삭기는 면세유를 사용할 수 없는 등 차별이 분명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어업용 면세유의 수송, 포획·채취 또는 양식한 수산물을 위판장에 출하하거나 닻·그물 등 어구의 운반, 어망의 상·하차 작업에 필요한 어업용 기계에 대해 면세유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업인이 운영하는 저온보관시설에도 농사용 전력요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 5월 28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 주최로 열린 해양수산부 장관 초청 정책간담회에서는 수산업에 농사용 전력요금 적용에 대한 건의가 있었다. 김영규 한국수산회장은 이날 “농업과 수산업은 같은 1차 산업임에도 불구, 각종 세제와 직불제, 농사용 전력 사용 등에 있어 형평성이 결여돼 있다”고 언급했다.

 

같은 장비 다른 세금

김동현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장도 같은 취지의 건의를 서면으로 제출했다. 김 회장은 “어업인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어업에 종사하고 있고 의무상장제는 아니지만 대부분 상장을 함으로써 소득이 노출되고 성실히 세금을 내고 있다”며 “먹거리산업을 책임지고 나아갈 젊은 어업인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세금 부담을 줄여주면 좋겠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기본공급 약관상 수산업에서 농사용 전력 적용 대상은 수산물양식업, 수협 또는 어촌계가 단독 소유해 운영하는 저온보관시설, 농수산물 생산자의 농수산물 건조시설, 수협 또는 어촌계가 단독 소유해 운영하는 수산물 제빙·냉동시설 중 계약전력 1,000㎾ 미만 등이다.

저온보관시설은 수협이나 어촌계 운영시설은 농사용 전력이 적용이 되지만 어업인(개인) 운영시설은 적용되지 않는다.

수산물 제빙·냉동시설 역시 수협이나 어촌계가 운영할 경우에는 적용이 되지만 임차 운영시설은 제외된다. 이마저도 수협이나 어촌계가 운영한다 하더라도 계약전력 1000㎾ 이상은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예산 당국의 인식차이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 김정봉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장은 “오래 전부터 농·어업 세제 불평등에 대한 지적은 있었지만 고쳐지지 않는다”며 “농업은 사유지에서 이뤄지는 반면 어업은 바다라는 공유재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 만큼 농업과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은 또 다른 특혜라는 인식을 기재부 등에서 하고 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소장은 “막무가내로 농업과 같이 해달라고 할 수는 없고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되는데 논리개발과 설득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농업만큼 어업도 경쟁력 키워야

이에 대해 유제범 국회 입법조사관은 “어구를 말리거나 보관하는 곳 등의 부대시설에는 사유재산이 많은데 비과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전기도 농업용 전기와 어업용 전기는 차이가 많다”고 농업과 어업의 서로 다른 잣대를 지적했다. 이어 유 입법조사관은 “(세제)균형을 이루는 게 맞다고 보는데 기재부 동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재부에서는 농어업에 혜택이 많아 오히려 세제혜택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이 늘어야 하는데 예산 지원을 계속 늘릴 수는 없고 다른 걸 줄이면서 세제혜택을 늘리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기재부 논리라는 것. 결국 조삼모사(朝三暮四)격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유 입법조사관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1차산업 유지를 위해서라도 더 많은 세제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위법인 헌법 제123조에는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농어촌 종합개발과 그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가가 농업과 어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업소득에 대해 세제를 지원하는 것과 같이 수산에 대한 세제 지원도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어업인들의 목소리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농업과 어업을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 타 산업에 비해서 농어업을 오히려 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어업 현장에서 느끼는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세제 불평등 문제에 대해 김현용 수산경제연구원장은 “농업, 어업 어느 하나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음에도 농·어업을 대하는 재정당국의 인식부터 뿌리 깊은 농경사회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분석한 뒤 “어업은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는 먹거리산업이자 안보산업이다. 해양 영토를 지키는 어업, 어촌이 무너지면 국가안보가 무너지게 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어업, 어촌 현실에 대한 재정당국의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수협중앙회는 지난 4월 어촌·어가의 열악한 여건과 농·축산업과 어업인의 과세 불균형을 언급하며 “10억 원 이하의 어로어업(연근해·내수면) 및 양식어업 소득에 대해 ‘비과세’로 전환(어업소득 비과세 신설)해줄 것을 해수부에 건의했다. 해수부는 이 의견을 기재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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