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붐 어떻게 만들어졌나?
서핑붐 어떻게 만들어졌나?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7.08 07: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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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위해 민간이 주도해야
사진 = 염관식 작가
사진 = 염관식 작가

[현대해양] 올 여름 해수욕장에는 서핑 이용객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좋은 파도가 없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편견을 깨고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서핑이 한시적 이슈로 그치지 않고 국내 해양레저의 한 축으로 안착하고 있다.

 

매년 급성장세

서핑이 대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서핑을 검색(2019.6.21.기준)하면 76만 건이 나온다, 요트 22만 건, 제트스키 8만5,000 건, 스킨스쿠버 2만4,000건, 윈드서핑 2만2,000건 등 타 해양레저에 비해 서핑은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인다.

2014년과 2017년 서핑 이용객 및 업체 증가 추이
2014년과 2017년 서핑 이용객 및 업체 증가 추이

서핑 이용객들은 지속적인 증가세에 있다. 대한서핑협회 자료에 따르면 서핑 인구는 지난 2014년 4만명 수준에서 이후 2015년 5만5,000명, 2016년 10만명, 2017년 20만명 순으로 매년 2배씩 늘어났다. 이와 더불어 서핑숍과 서핑학교 등 서핑 관련 업체 수도 2014년 50여 개에서 2017년 200여 개로 4배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 유럽, 호주 등지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끌던 해양레저인 서핑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5년 제주도에 들어선 서핑클럽이 시작이었다. 이후 제주 중문, 부산 송정을 중심으로 서핑숍이 확산됐으며 2012년부터는 외국 여행을 통해 서핑을 접한 젊은층과 교포들이 강원도 기사문, 양양에 발을 들이면서 수도권 이용객을 견인했다. 2014년부터는 박준영, 이천희, 유세윤, 전혜빈, 야노시호 등 유명 연예인의 서핑 활동이 미디어와 SNS를 통해 급속히 전파됐으며 특히, 전혜빈 씨는 양양에 한 서핑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눈길을 끌었다.

최상균 양양군 해양레포츠 관리사무소 계장은 “지난해 서핑 이용객 4만4,000여명이 양양군을 찾았다. 지난해 전국적인 폭염사태로 군 내 해수욕장 이용객은 10%가량 감소했지만 서핑 이용자는 오히려 15%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죽도해변의 셔핑숍들

국내 대표적인 3대 서핑 명소로인 양양의 죽도 해수욕장은 평일에도 몇 십명이 찾아올 정도로 낮은 수심과 서핑에 적합한 파도로 초급자부터 상급자까지 서핑을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해변을 따라 상당 수의 숙소, 장비 대여, 교육 등 연관 서비스 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다. 또 다른 서핑 포인트인 부산 송정해수욕장은 지난 2018년 10만명이 방문, 주로 부산·경남 지역민 위주의 방문객 비중이 높다. 이곳은 최근 서핑, 해수욕 구역을 분리했으며 얕은 모래바닥으로 인해 부상도 적어 서핑 입문 최적지로 꼽힌다.

서해안도 서핑 포인트가 있다. ‘만리포니아’가 별칭인 충남 태안 만리표해수욕장은 바닥이 완만하고 파도와 수온이 연중 최적화됐으며 수도권과 접근성이 좋아 지난해에는 2만3,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좋은 파도 없다는 편견...최적지 추천 필요

우리나라는 서핑에 좋은 파도를 만나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서핑에 좋은 파도를 예측하기 힘들다.

올 여름도 서핑 경험을 위해 물밀 듯이 사람들의 발길이 해수욕장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질적으로 좋은 파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20살부터 세계 각지에서 요트와 서핑을 즐기고 있는 부산 기장군에 사는 회사원 김 모(31)씨는 평일 아침 인근 송정해수욕장에 들러 서핑을 하고 출근할 만큼 매니아다. 그는 “송정에서는 그래도 좋은 파도를 만날 수 있지만 전국에 양양, 송정, 제주 중문 이외에는 좋은 파도를 접하기 어려워 겨울에는 하와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지로 가서 서핑을 즐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풍랑주의보가 발령되면 좋은 파도를 맞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해양경찰에 입수를 하겠다는 허가를 받고 난 뒤 바다에 들어가는 서퍼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서핑 관련 기상청의 날씨정보를 딥러닝(Deep-Learning) 기술로 분석하는 업체인 ‘서핑어드바이저’의 이경민 대표는 “여름철 우리나라는 태평양에서 오는 대형파도를 일본이 막고 있어 그만큼 상쇄된 파도가 우리나라로 지역을 달리하며 오기 때문에 서핑에 좋은 파도를 추측하기 힘들다”며, “파도 공장이라 부르는 발리, 하와이 등 해외 서핑포인트와 같이 365일 대부분 파도가 좋은 곳은 없다 해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이에 별다른 파도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입문자들은 서핑으로 유명한 특정 지역으로 몰리게 되나, 기대를 안고 도착한 해변의 낮은 파도에 실망감을 느끼기고 그만큼 이탈도 늘어난다. 이경민 대표는 “서핑은 파도가 좋은 곳에 일정한 인원들이 자연을 벗삼아 즐기는 레저활동이다. 보통 해외 서핑은 그날 그 사람 수준에 맞는 파도가 있는 장소를 선택한다”며,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송정, 죽도로 너무 몰리다 보니 해상에서도 혼잡하고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서핑 인구에 비하여 서핑 구역이 협소해 서핑 이용객 간 안전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프 보드(Surf board)는 대부분 길이가 2m, 발목에 리쉬(Leash)라 불리는 줄이 부착돼 이것이 해상에서는 무기로 돌변해 휘둘리다 보니 보드에 맞아 부상을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용이한 접근성이 젊은층 유인

이렇듯 우리나라가 서핑 불모지임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서핑의 인기가 가파르게 치솟는 이유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는 전문가는 없으나 대체로 접근성, 젊은 층의 클럽·게스트하우스 문화, 여성 이용객 증가가 기폭제가 됐다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서핑은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스킨스쿠버, 보트·요트 등 타 해양레저에 비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

2019 제주오픈 ‘코리아 서프 프로 랭킹스’ 국제대회 운영진인 김명구 사무총장은 “저는 스킨스쿠버 강사도 겸하고 있지만 두 해양레저는 이용객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서핑은 보드하나만 있으면 해수욕장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지난 2017년 6월에 개통되면서 수도권 인구가 접근하기에 용이해졌다. 홍장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관광·문화연구실장은 “양양이 서핑문화 저변 확대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초기에 서핑이 안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나서서 서핑 전용 비치를 만들었고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수도권 사람들을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서울에서 양양으로 서핑활동을 하고 다시 서울로 올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숍들도 늘고 있다.

한편, 서핑 배후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클럽이 지금의 서핑문화에 불을 지폈다는 해석도 나온다.

6월 중순 서울에서 양양을 방문한 회사원 최 모씨(32)는 “양양을 다녀간 친구가 추천을 했는데 해변에서 클럽문화를 즐길 수 있다기에 이국적이며 색다른 경험일 것 같아 시간 내 오고 싶었다”며, “오늘 한 번도 파도를 타지 못했지만 아쉽지 않다. 저녁에 맥주파티와 클럽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여성 서핑 이용객 이 모씨(28)는 “여행을 좋아해서 게스트하우스를 많이 다녔는데. 주간에 할 수 있는 활동(Activity) 중 평범한 자전거, 스쿠터, 올레길 등 보다는 여름철 양양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서핑을 할 수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단순히 서핑활동에서 나아가 해변 지역에 즐비한 먹거리, 놀거리에 젊은층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송영택 한국수산정보콘텐츠협회(FICT) 회장은 “어느 한 해양레저가 산업으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연, 경제, 문화라는 3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하는데 좋은 파도가 없고 내수가 불안정한 현재의 여건 속에서 커지는 서핑붐은 젊은층의 문화요소의 역할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참여가 전체 서핑인구를 견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핑은 여성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해양레저 중 하나로 유투브, SNS에 검색하면 남성 사진 보다 여성 사진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해양레저이다.

김명구 사무총장은 “서핑은 남녀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해수욕장에서 자신을 드러내 세울 수 있다”며, “여성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전체 서핑 이용객도 늘어 났다고 본다”고 전했다.

송영택 회장은 “주로 성인 남성들이 즐기던 스포츠였던 야구도 여성 친화적 시설도입, 먹거리, 응원문화, 이벤트 등이 접목되면서 여성 관객 증가로 이어져 프로야구 800만명을 만들었다”며, “프로야구도 여성이 참여하면서 전환기를 맞았듯이 서핑도 여성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남녀 모두가 즐기는 해양레저로 입지가 다져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 = 양양군청
사진 = 양양군청

 

해변 이용주체 간 간극 좁혀야

이처럼 해수욕장에 젊은층 방문자가 폭증하면서 기존의 해변 이용주체와의 마찰음도 발생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해변 배후 지역의 클럽,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온 젊은층들이 달갑지 않다. 맥주파티, 클럽활동이 밤새 진행되다보니 밤늦게까지 고성방가가 이어지고 특히, 여성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돌아다니며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고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 주민들은 불편한 심기이다.

죽도해변의 김정훈 인구어촌계장 “젊은 이들이 옷을 벗고 길거리를 활보하며, 문신을 한 여성분들이 술병을 들고 담배를 피는 것은 어촌지역에서 지극히 낯선 관경이다”고 전했다.

또한,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서핑 포인트를 중심으로 엄습했다. 국내 서핑 포인트에는 이미 해외 서핑포인트 보다 훨씬 많은 서핑숍들이 들어서 있다.

최상균 양양군 계장은 “서핑숍이 전국에 200여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양양군에만 서핑숍이 67개가 있고 30여개가 죽도해변에 몰려있다”며, “죽도해변의 경우 기존 평(3.3m2)당 30만, 50만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500만원을 넘어간다”고 전했다.

문제는 땅값만 올리고 지역사회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정훈 인구어촌계장 “서핑 관련 업체들이 많이 들어섰지만 큰 도움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서핑구역에 조개를 캤었는데 지금은 못 캐고 있다”며, “지역의 ‘마트’ 매출이 몇십억대로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의 해수욕장 이용객들은 낮에는 해수욕을 즐기고 저녁에는 지역 횟집 등을 찾아 조개구이 등 지역 수산물을 이용하던 패턴과 달리 젊은 서핑 이용객 대부분은 근처 대형마트, 편의점을 이용하고, 게스트하우스, 클럽에 가서 먹고 즐기는 경향이 있다.

이 가운데 이용주체 간 대립각을 상쇄하고 장기적으로 지역 어촌에 젊은층 유입을 지속적으로 유도해 어촌마을의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홍장원 실장은 “어촌이 변하지 않으면서 변화되길 바래서는 안된다. 전통적인 것만 추구하면 성장판은 닫히게 되고 도태된다”며, “국민 소득 3만불 시대 해양레저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서핑을 통해 어촌마을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례로 일본언론사 ‘News24’는 지바현 동부에 위치하는 어촌인 ‘이치노미야’는 최근 연간 500명 이상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보도하며 이는 젊은층이 서핑을 즐기기 위해 이 지역으로 이주, 이들이 서핑관련 업체, 서핑 대회 유치를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서핑을 통해 어촌지역 소득이 창출되고 인구구조와 지역 이미지를 변화시킨 것.

젊은층 이용객들의 의식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린다. 이경민 대표는 “방문객인 젊은 층들도 해변 쓰레기를 줍고 치우는 ‘비치 클린(Beach Clean)’ 행사도 필요하다”며, “또한, 지역 소득과 연관되기 위해서는 죽도해변 지역연관 상품을 젊은층이 구매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민간이 산업화 주도해야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서핑이 첫 정식종목으로 등극해 서핑은 앞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인기 스포츠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현재 서핑붐이 한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산업화에 이르기 위한 행보에 국가가 나서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5월 제16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모든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해양레저관광의 육성 및 연안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해양레저관광활성화 대책을 확정하고 서핑활동과 관련해 추진과제로 7대 권역별 특성화 및 거점 조성, 우수 해양관광 콘텐츠 발굴 및 육성, 체험을 통한 친수문화 체화 등을 설정했다.

지자체도 적극 가담하고 있다. 지난 1월 양양군은 지자체 최초로 서핑 산업화 기본계획을 세우고 명성(입지), 사람(교육), 산업, 시장(마켓팅, 홍보) 등의 4대 추진전략을 바탕으로 각 전략별 5대 역점 추진과제를 선정하여 주요사업으로 모두 20대 역점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상균 양양군 계장은 “비치로드 조성사업, 서핑 특화조성사업 등에 내년까지 40여억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며, “특히, 모든 해양레저가 마찬가지로 겨울 서핑을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인데, 연중 서핑을 할 수 있도록 쾌적하고 안전한 주차장, 화장실, 서핑 장비 보관소, 보드 세척 공간 등을 확충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어서 “하드웨어와 더불어 소프트웨어적 투자를 위해서 군 직원과 군인들을 대상으로 서핑을 경험할 방침이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체험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서핑 활성화 행보에 더 이상의 개입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선을 긋는다. 홍장원 실장은 “정부가 서핑장을 운영할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정부는 시설 인프라 구축, 점검에서 그쳐 이용객들이 불편하게 만 안 해주면 된다”고 당부했다.

서핑붐으로 인해 서핑과 연계한 축제, 광고홍보, 용품시장 등이 함께 성장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관광 트렌드 변화를 반영해 해양레저 및 친수문화 육성을 위해 해양레저 교육과 홍보, 해양레저기업에 대한 창업 지원과 제도 정비를 바탕으로 한 민간시장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영택 회장은 “정부가 기반만 만들어 서핑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면 민간기업이 자연히 활동하게 돼 있다”며,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서핑과 서핑 관련 놀이문화가 지역의 관광을 견인한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해양레저 안전교육, 숙박, 음식, 패션, 미디어, 쇼핑, 관광 등이 육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주장했다.

서핑이 국내 해양레저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심이 모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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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호 2019-07-08 15:54:03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