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 싱크탱크 얼라이언스와 미래 해운연구 협력
글로벌 해운 싱크탱크 얼라이언스와 미래 해운연구 협력
  •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 승인 2019.07.0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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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TTA의 역할

지난 2016년 세계 13개 해운, 항만, 물류분야 연구기관이 모여 설립한 ‘글로벌 해운 싱크탱크 얼라이언스(Global Shipping Think Tank Alliance, 이하 GSTTA)’는 급변하는 해운환경에서 글로벌 해운산업의 발전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협력의 장이자 플랫폼으로 성장해 왔다. 이에 따라 참여 회원기관도 IHS Markit, 암스테르담 대학의 UTRI, DNV-GL 등 글로벌 리서치기관의 합류를 통해 16개 기관으로 확대됐다.

매년 열리는 GSTTA 총회에서는 당면한 해운, 항만, 물류의 주요 이슈들에 관해 논의하고 이에 대한 대응과 연구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17년에 GSTTA 사무국은 협력연구로 ‘싱가포르 해운 클러스터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으며, 회원기관인 드류리가 싱가포르의 해사 R&D와 해운금융에 관한 연구와 조사를 수행했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해운경제 전문연구기관인 SRM은 2017년에 자체 발간하는 연간보고서인 해운경제연간보고서(Maritime Economy Annual Report)의 한 세션을 상하이국제해운연구소(SISI)와 협력해 중국의 해운과 물류에 관해 다뤘다. 또한 2018년에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가 GSTTA의 회원기관으로서 SRM 연간보고서에 ‘유럽, 중국 및 한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해운금융의 현황과 추세’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게재하기도 했다.

GSTTA는 연구 결과물의 원활한 공유와 연구협력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부터 공동의 웹사이트(www.gstta.org)를 구축해 시범운영하고 있으며, 각 회원기관이 진행하고 개최하는 연구사업과 포럼, 세미나 등에 관한 정보공유를 통해 향후 미래 해운, 항만, 물류 부문의 실질적인 연구협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4차 총회에서는 주요 현안들에 대한 토론내용을 바탕으로 해운, 항만, 물류 부문에 필요한 연구와 정책을 검토하며 GSTTA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GSTTA 백서를 출간키로 했다.

지난 5월 21일 홍콩에서 개최된 4차 총회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국가・지역별 해운산업 발전 현황, 정책 및 도전 △무역 보호주의,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정치경제 이슈가 해운, 항만, 물류에 미치는 영향과 국가별 대응방안이라는 두 가지 주제에 관해 회원기관의 열띤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이번 총회에서 활발한 의견교류와 질의응답이 이뤄졌던 주제는 해운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이었다.

 

향후 회원국 간의 협력분야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의 빠른 변화는 우리 산업에 더욱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요구하고 있으며, 필자는 GSTTA의 의장으로서 기술적 변화와 대응에 초점을 맞추어 회원국 간의 협력과 공조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미래의 기술변화는 해운 물동량에 큰 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규제가 도입됨으로써 에너지 전환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이는 기존의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해상 에너지수송에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에서 주목을 받는 변화의 하나는 수소전지의 확대이다. IMO의 해양환경보호위원회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의 50%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수소연료전지이다.

또한 이 영역에서 가장 빠른 변화를 보이는 분야로 전기자동차가 있다. 독일이 2030년부터 화석연료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키로 했고,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도 2025년부터 판매 또는 운행을 금지하는 등 유럽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는 기존의 석유소비와 탱커시장의 판을 흔드는 변화이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기술적 트렌드는 셰일가스 채굴 기술의 변화이다. 지금까지는 고압의 워터제트를 사용하는 암석파쇄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했고, 그 결과 수자원이 충분하지 못한 지역에서는 채굴이 제한됐다. 하지만 중국의 한 대학에서 물을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 집적봉(energy concentration rod)이라는 장치를 개발함으로써 셰일가스 채굴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셰일가스 매장량과 3위의 셰일오일 매장량을 보유한 중국에서 채굴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에너지 수송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서 해상운송에 변화를 초래할 또 하나의 기술영역은 3D프린팅과 로보틱 생산이다. ING연구소에 의하면 빠르면 2040년까지 제조생산품의 50%가 3D프린팅으로 제작될 수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세계교역량의 감소폭이 40%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있으므로 장기적인 전략의 수립에는 이러한 트렌드가 반영돼야 한다. 로보틱 생산은 교역량뿐만 아니라 교역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선진국으로 제조기업이 회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으로 진행되고 있는 플랫폼화와 블록체인은 정기선 해운의 구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거래플랫폼에 블록체인이라는 ‘신뢰’의 망이 덧씌워지면서 기존에 실패를 거듭했던 온라인거래 플랫폼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주요 선사들은 기존의 ‘선박운영자’에서 전후방 모드를 통합한 ‘물류통합자’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해운업의 관점을 ‘수송’에서 ‘공급망(supply chain)’ 전체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규모의 경제를 따라잡고 있는 우리 정기선 업계가 이러한 변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용이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도 기존의 운송인(carrier)에서 화물의 공급사슬 파트너로 그 성격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빠른 수용(fast following) 전략이 미래생존의 길이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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