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미래 남미 수산식품시장 교두보로 활용 가치 커
페루, 미래 남미 수산식품시장 교두보로 활용 가치 커
  • 주문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
  • 승인 2019.06.07 0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루 밀레니얼 세대를 우리 고객으로

 

주문배 KMI 연구위원

[현대해양] 필자는 지난달 초에 ‘글로벌 해양수산 거점 연구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남미 경제의 숨은 용’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만한 페루를 2주간 다녀왔다. 페루는 남미에서 칠레와 함께 수산물 소비가 상대적으로 많은 국가이다. 특히, 페루의 최고 인기 수산물 요리인 세비체(Ceviche)나 문어 요리는 지속적인 소득 증대와 함께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페루에서 가장 생산량이 많은 어종인 멸치(엔쵸비)를 어떻게 하면 식용으로 전환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페루 중앙정부 생산부는 물론 연안 주 정부들이 정책적으로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도 목격할 수 있었다. 또 나의 눈에 비춰진 페루는 선진국과 후진국이 공존하는 듯한 도시 경관과 교통환경, 그리고 식문화가 강하게 와 닿는 국가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18년 이상이나 지속된 플러스 경제성장의 영향이 아직까지 페루 국민 생활환경의 곳곳으로 스며들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불균형적인 발전과 변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그러했듯이 18년 이상이나 지속된 플러스 경제성장의 자신감은 수도 리마를 시작으로 도시권을 중심으로 생활환경의 개선은 물론 그 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전통적인 수산업 구조 개선까지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지금의 페루는 30여 년 전 서울 올림픽 성공과 함께 나타난 소득 증대와 웰빙 붐으로 수산물 소비가 확대되는 계기가 된 한국의 상황과 너무나 흡사했다.

 

광어를 선호하는 나라

그 동안 사료용 멸치(엔쵸비)만 많이 생산하는 나라, 돈이 되지 않는 수산업을 경영하는 페루로 생각했던 나로서는 조금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이유로는 가는 곳마다 페루의 전통 수산물 요리인 세비체와 문어 요리가 주변 테이블을 항상 장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로모 살타도(Lomo saltado)라는 소고기 요리나 뽀요 아 라 부라서(Poll a la brasa)라는 닭고기 요리가 인기가 높지만, 건강을 생각하기 시작한 중산층 이상의 페루 사람들과 젊은이들은 다이어트와 건강한 삶을 강하게 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세비체 재료로 흰살 생선을 선호하며 최근 출하처를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우리나라의 양식광어와 같은 광어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글로벌 건강식이라는 한식과 수산식품 요리를 가진 우리의 산해진미를 페루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어떨까 하고 페루에 머물렀던 2주간 내내 생각해왔다. 바로 이점이 미래의 새로운 남미 시장 교두보로서 「페루」수산물 시장을 눈 여겨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 페루의 수산업은 어선어업 중심의 생산량의 부침이 심한 구조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페루 수산업은 어분을 만드는 원료로 대부분 사용하는 엔쵸비(멸치)의 생산량에 따라 세계 생산량 2위 국가로 되었다가 어떤 때는 10위 이하로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엔쵸비 생산량을 제외하고 어획하는 주요 어종으로는 대왕오징어, 전갱이, 가다랭이, 고등어, 문어 등을 들 수 있다.

 

틈새시장이자 남미 수산식문화권 확보 교두보

2016년 페루의 수산물 총 생산량은 약 390만 톤인데, 거의 대부분이 어업 생산에 의한 것이고, 양식어업 생산량은 10만 톤 남짓한 정도로 전체 3%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페루는 수산물 생산 대국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한마디로 비식용 수산물 생산 대국이라고 불러야 될 정도로 식용 수산물 공급은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는 페루 시장을 선점하여 남미시장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많은 나라들의 정부와 민간기관들이 그 가능성을 오래 전부터 타진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나라가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이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의 진출에 비하면 저만큼 앞서 나가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저들이 하는 협력 사업은 어업인의 역량강화 지원 사업, 수산자원 연구조사 지원 사업, 어업 인프라 개발 지원 사업을 통하여 입어권을 선점하려는 노력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으로 페루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리보다 몇 발짝 앞서서 진출한 중국과 일본은 많은 물량과 재원으로 건설, 가공공장, 교육 등 다방면에서 더 큰 시장을 얻기 위해 씨를 뿌려오고 있었지만, 페루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그 동안 페루 수산업계나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았다.

바로 이 점이 남미시장 확대를 노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페루에게 남미의 새로운 교두보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페루 시장은 단기적으로 틈새시장으로 가치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남미 수산식품 식문화권을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다.

주문배 연구위원 강의

선진 수산물 시장에 대한 수요

그런데 페루까지 진출한다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멀고도 먼 거리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출장에서도 충분하게 경험한 것이지만, 김해국제공항에서 새벽 비행기에 몸을 실은 나를 34시간 만에 리마 국제공항에 내려주었다. 긴 시간의 비행에서 느끼는 감각 이상으로 사업을 위해서는 충분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필자는 도착하자마자 수산물 시장 견학을 시작으로 1주일 동안 강의를 하게 될 까야오 국립대학의 교수님들과 리마 주 공무원 등 수산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들을 만날 때 마다 강열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수산물을 참 좋아하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가격은 물론 저온유통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늘 따뜻한 나라, 지금의 페루에서는 선도가 좋은 수산물에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되었다, 이것이 페루 사람들의 선진 수산물 시장에 대한 수요이기도 하지만.

 

미래의 수산물 수출시장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미래의 수출시장으로서 페루는 남한 면적의 12.9배로 광활한 국토를 가진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해안선 길이만 하더라도 2,200Km나 되는 연안 국가이다. 페루의 인구는 우리의 약 60% 수준인 3,250만 명 정도인데, 남녀 비율이 거의 비슷하고 40세 미만이 70% 정도이며 그 중에서도 19세 미만이 40% 정도를 차지한다.

또한 인구의 32% 정도가 수도인 리마에 거주할 정도로 인구 집중도가 심한 편인데, 그 만큼 소비시장이 리마에 집중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리마 다음으로는 리마에서 남쪽으로 약 1,000Km 떨어진 아레키파시(약 90만 명), 세 번째 소비자가 많은 도시는 리마 북쪽으로 약 580Km 떨어진 토루히요시(약 80만 명)이다.

이처럼 인구가 집중하고 있다는 여건은 수산식품 진출을 고려하는 수산 기업들에게는 사전 조사 및 테스트 베드로서의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커다란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수산물 수출시장으로서 인구 집중도, 소득 및 연령 계층, 한류 등을 고려할 때 페루 시장은 남미에서 우리의 시장으로 거점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해양수산 거점을 선점하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글로벌 해양수산 거점 연구협력사업의 하나로 페루 어업 분야 역량강화교육을 위해 다녀온 이번 출장은 미래 남미시장의 교두보로서 페루시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첫째로 한-페루 수산협력 강화를 위해 페루 까야오 지역의 어업 및 양식업 어업인, 관계 공무원,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통해 스킨십을 많이 하자는 것이었고, 둘째로는 페루 생산부 및 지방정부(리마, 푸노) 관계자 수산정책관련 컨설팅, 푸노지역 국립대학 수산전문가와 주정부 담당자들과의 티티카카호 양식업에 대한 자시들의 문제를 한국의 시니어 전문가들이 귀담아 들어 주고 해결의 경험을 즉석에서 얘기 해주는 시간을 가지자는 것이었다.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성을 가진다면 소기의 목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된다.

그 외에도 이번 출장은 한국의 수산정책연구 전문가들이 전혀 경험할 수 없는 해발 4,000미터라는 고산지대 티티카카호 현지 송어 양식장 및 수산시장 방문과 자문, 현지 한국 기업인 및 주 페루 한국대사관 수산현안 자문, 페루 국회 산업경제 수산전문 국회위원실 방문 연안어업관리법 제・개정 자문 등 2주 동안 숨쉬기 어려운 일정을 소화하고 왔던 기억이다.

실제로 1주간 20시간 강의 프로그램과 고산지대에서의 페루 수산양식업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콜로키움과 송어 양식장 방문은 다시 하기 곤란한 정도의 육체노동이었던 기억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한국과 페루 수산업 협력이라는 미래의 그림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은 고생 보다는 보람이라는 편에 방점을 찍는다.

이러한 보람을 가질 수 있는 출장 성과는 훌륭한 기획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래 한국과 페루의 수산업 협력, 더 나아가서 다양한 분야의 경제협력을 연계시킬 수 있도록 한 기획은 수산자원정책연구 전문가인 KMI 류정곤 박사와 수산식품산업 정책 분야 전문가인 필자를 연계해 공동 강의와 자문하게 한 아주 재밌고 어려운 발상이었다. 그런 어려운 기획이었던 만큼, 페루 관계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도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러한 기획이 지금까지 국내에서 없었던 기획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융합이고 학제적 업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특히, 국격 제고는 물론 국책연구기관으로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위상 제고에도 손색없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산식품산업의 새 기능, 페루에서 발견

수산자원은 물론 많은 천연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페루와 수산정책 전문가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 서로에게 마음을 줄 수 있는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양국이 윈-윈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관계 설정을 보강하고 강화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페루는 소득 불균형과 아직은 미흡해 보이는 사회질서 업그레이드에 수산발전을 통한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도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에 수산식품산업벨트(대규모 수산식품산업센터)를 조성하여 사회경제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수산식품산업의 새로운 기능을 페루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기 위해서 페루 정부는 수산식품산업을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장단기 종합정책’ 수립을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각 주체들이 과제와 변화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하게 느꼈다. 물론 각 주체들의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남미와 한국 수산업의 공동 번영 희망

지난 2주간의 페루 현지 출장을 마치면서 한국과 페루의 수산업이 협력할 수 있는 10대 주요 과제를 정리해보면, △첫째, 멸치 자원의 식용화 프로젝트 △둘째, 생산후 수산물의 식용 강화, 단백질 공급원, 부가가치 제고 △셋째, 어장에서 식탁까지 유통 효율 향상과 저온유통 위생안전관리체계 구축 △넷째, 소규모 송어 양식어업개선 및 발전 대책 △다섯째, 수산물 수출확대를 통한 외화 가득과 국내수산발전의 선순환 체계 구축 △여섯째, 해면양식 종합대책 및 양식어종의 다양화 대책 △일곱째, 수산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 및 예산 확보(재원 조달방안) 대책 △여덟째, 수산산업 거점과 정주권으로서 어항과 어촌발전 대책 △아홉째, 연안어업 및 연안자원의 합리적 이용, 특히, 소규모 어선어업의 소득창출 △마지막으로 미래 페루 스마트수산업 발전을 위한 스마트 인력 양성 및 지원체계 구축이다.

1인당 국민소득 7,000 달러의 중진국 페루이지만, 아직도 소득 불균형과 미흡해 보이는 사회 경제적 질서가 우리 수산물의 진출에 단기적이고 일시적 장애가 될 수도 있겠지만, 또 일본에 비해 중국에 비해 늦었지만 새로운 시장으로서 선점의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보인다.

우리나라의 밀레니얼 세대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수산 식문화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페루 밀레니얼 세대의 니즈(Needs)와 마인드(Mind)를 얻는 국가와 사람이 최후의 승자일 것이다. 페루와 한국 수산업의 공동 번영을 희망한다.

 

해발 4,000미터 고산지대에 위치한 티티카카호 송어 양식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