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산양읍 영운리, 주민과 학생이 함께 고민하는 어촌개발
통영 산양읍 영운리, 주민과 학생이 함께 고민하는 어촌개발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6.0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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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참여형 현장포럼’ 개최

[현대해양] 어촌주민과 대학생들이 머리를 맞대어 특색 있는 어촌의 자원을 찾고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15일까지 통영시 산양읍 영운마을에서는 공주대학교 지역개발학과 교수 및 학생 39명이 방문해 마을주민과 함께 ‘대국민 참여형 현장포럼’을 진행했다. 이번 현장포럼에서는 어촌마을 활력 제고를 위하여 다양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마을방문

영운리 이원 마을회관 앞으로 도착한 버스에서는 김정태, 배성의, 박덕병 교수와 학생들이 내렸다. 그동안 농촌지역 현장학습 경험이 많은 학생들은 어촌은 처음이라며 청량한 바다내음과 푸르게 펼쳐진 바다 빛깔에 감탄사를 쏟아내며 연신 스마트폰으로 바다 풍경을 담아내기에 바빴다.

학생들 사이로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학생도 눈에 띄었다. 한국 농어촌 개발을 공부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대학 교수였으며 현재 공주대 박사과정에 있는 가모베레켓로바도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에티오피아에도 수산물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해양경관이 있다. 한국의 선진 어촌개발 기술을 습득해 고국의 어촌 및 수산업 발전에 기여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일운마을과 이운마을로 구성된 영운리 어촌마을 곳곳을 둘러보기 위해 짐을 마을회관에 풀었다. 두 그룹으로 나눠 김석진 일운마을 어촌계장과 김광진 이운마을 어촌계장을 따라 나섰다. 한산도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자랑인 영운마을은 주위에 리조트, 마리나, 케이블카가 있는 등 해양관광자원이 풍부한 포구마을이다. 특히, 영운마을 건너편에 있는 통영한산마리나의 고급스런 해양레저시설과 멍게 양식장에서 작업하는 어민들의 모습이 조화롭게 어울려져 있다.

마을을 안내하는 김관진 어촌계장은 “마리나 요트들이 조업을 나가는 어선들의 항로구역에 침범하지 않고 어민들은 마리나 항로에 어망을 놓지 않는 등 상생을 기반으로 서로 바다를 공유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현장포럼

“오늘 예정된 현장포럼이 곧 시작할 예정이니 주민들께서는 마을회관으로 다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영운마을 이장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진다. 교수들과 학생들도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주민 48명이 참석했는데 마을회관이 협소해 학생들은 포럼장 주위로 서서 참관해야 했다.

행사 환영사에서 이수구 통영시 해양개발과장은 “과거 관 주도의 어촌개발 사업은 실질적인 마을 특성을 반영하기에 역부족했다. 이제 주민 여러분이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며, “시에서는 행정적인 부분에서 전폭 지원하겠으니 여러분들께서 스스로 만들어 보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서구 어촌어항공단 어촌개발팀장은 “공주대에서 힘든 걸음 해 주신 교수님과 학생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번 프로그램에 가감 없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쏟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서 마을 활동을 돋고 있는 서강원 창미이엔지 이사가 정부의 농어촌 개발을 소개하는 발표를 진행했다. 농어촌개발 사업은 크게 회관, 산책로, CCTV 등 ‘기초생활기반확충’ 분야, 특산물집하장, 낚시터 등 ‘지역소득증대’ 분야, 생태공원, 마을 섬 등 ‘지역경관개선’ 분야로 구분되므로 이번 행사를 통해 주민들과 학생들이 합심해 분야별로 대안을 제시해 주실 것을 요청했다.

이어서 김정태 교수의 6차산업화에 대한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김 교수는 “농촌에서는 파스타, 바비큐, 와인을 즐기는 곳이 늘고 있으며, 부모들이 가꾼 농업을 2세, 3세들이 이어가는데 SNS 등을 통해 유명해지는 곳이 많아 졌다”고 말했다.

그는 “청양 구기자, 예산 사과 등 해당 지역에 특산물이 있듯이 해당 지역에 농수산물이 중요하다”며, “새롭게 만들면 실패한다. 영운리는 멍게에 강점이 있으므로 멍게를 응용한 지역특산품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 주민토의

포럼에 이어 지역주민들 스스로 마을의 현황을 점검하고 허심탄회하게 문제점을 짚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김석진 일운마을 어촌계장은 “도로가 좁고 인도가 실질적으로 없다”며,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도로 진입부, 인도 정비가 필수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마을 유일의 마을회관과 경로당의 구분이 없고 매우 협소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김광진 이운마을 어촌계장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지만 타 어촌마을에 비해 우리마을 만의 테마가 없다”며, “통영의 통피랑, 서피랑을 찾는 전국의 관광객들이 한 번쯤 들릴 수 있는 특색있는 테마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마을에 정착한 지 2년 가량 됐다는 귀어인 A 씨는 관광객 시각에서 문제점을 들춰냈다. 그는 “한산마리나, 케이블카 등 유명 관광자원이 인근에 존재하지만 어촌마을에 활용되지 못한 채 그나마 우리마을을을 찾는 관광객은 마을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시내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실질적인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를 마련해 우리마을에서 지갑을 열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주민 B씨는 “통영 바다를 누비는 유람선이 우리마을에 정박해 승객들이 돈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관광시설, 정박시설 등의 인프라 구축사업을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C씨는 “주제발표에서도 언급됐듯이 우리마을 특색은 수려한 한산도 전경이다”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과 같이 한산도에 성운 이순신 장군상을 세워 우리마을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이자 역사적인 스토리를 가진 마을이라는 테마가 효과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마을 내 수산업 기업대표 D 씨는 “마을 대부분이 고령자인데 이분들이 마을사업에 참여해 결국 모든 주민들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며, “우리마을은 통영 전체 멍게 생산량의 40%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다. 멍게의 서식환경, 생육과정을 외부인이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주민들의 열성적인 의견 개진을 끝으로 현장포럼이 성황리에 마무리됐으며 주민들과 학생들이 어울려 저녁식사 시간을 가졌다.

 

#학생토의

저녁시간 몇몇 마을의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함께 펜션 내 다용도실에서 학생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배성의 교수는 “지역개발의 출발은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문제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일운, 이운마을은 자원은 풍부지만 이를 활용·발전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역량이 부족해 보인다”고 진단하며 학생들에게 “장점을 먼저 찾고 이후 문제점을 찾아 세부과제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조명 해 보자”고 제안했다.

학생들은 3개의 조로 나눠 각각 기초생활기반확충, 지역경관개선, 지역소득증대 분야에 대한 주제를 토의해보기로 했다. 각 조에 교수 1명, 주민 2~3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어촌마을의 장점과 문제점을 포스트잇에 적고 서로 생각을 나누며 조별로 나눠준 전지에 붙여나갔다.

 

#학생발표

다음날 오전 학생들이 이운마을회관에 모여 전날 토의 결과를 정리한 결과물을 주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기초생활기반분야에 대해 유규엽 학생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마을은 식당, 편의시설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며, 마을 관광지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유규열 학생은 “어촌 특성상 저녁이 되면 칠흑같이 어두워지는데도 가로등, 안내 팻말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이에 노인분들의 안전이 취약한 실정이다. 아울러 치안, 응급구조, 응급호출 서비스망 구축도 시급하다”고 전했다.

이어서 세부과제에 있어 하드웨어적으로는 복지회관, CCTV, 노인공동작업장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실버버스, 노인돌봄서비스, 복지회관 내 운동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이어서 김도형 학생은 지역경관개선 분야에 대한 세부과제를 발표했다. 주 내용은 마을의 경관은 훌륭하지만 이것을 활용할 마을 여건과 법적 규제가 마을의 성장판을 닫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학생들은 가로등 설치, 포토존, 해안자전거 도로, 벽화 스토리텔링 등을 하드웨어적인 과제로 이순신스토리마케팅, 마을홍보마케팅 등을 소프트웨어적 마을 발전 방안으로 선정했다.

김도형 학생은 “수려한 해안경치를 둘러싼 자전거 도로가 없다. 바다 경관이 좋아 마을에서 한산마리나까지 자전거 이용객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지역소득증대에 대해 공정 외 12명 학생들이 도출한 세부과제가 제시됐다.

공정 학생은 “어류, 멍게 등 어촌 생산물의 질이 뛰어나지만 홍보가 미흡하다”며, “지역역량강화사업으로 각 분야별 전문가를 배치하는 등 홍보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멍게 직판장이 있어야 하며, 낚시 체험객들이 즉석으로 자신들이 잡은 수산물로 조리할 수 있는 포차거리도 제안했다. 또한, 물놀이가 가능한 수상레저스포츠시설 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멍게측제, 멍게빵 등 먹거리 개발, 멍게를 대표하는 캐릭터, 마스코트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학생들의 의견에 김광진 어촌계장은 “마을의 발전을 위해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이렇게 생각해준데 대해 깊이 감사 드린다”고 전했다.

배성의 교수는 “주민들이 마을 실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마을 개발사업은 마을주민 모두가 참여해서 상향식으로 추진돼야 하며, 문제점 분석-대안책 마련의 과정은 전문가가 아닌 주민이 직접 실행해야 실현가능한 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업은 사업비가 투입되는 순간이 아닌 사업이 종료된 이후부터 진정한 개시가 이뤄지므로 주민들의 전문적인 운영관리, 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통영시는 대학생들이 참여한 이번 현장포럼을 통해 도출된 지역발전의 밑그림을 향후 마을의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주민들과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어 마을 발전을 방향을 모색한 알찬 1박2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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