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비뇽와인과 어울리는 참치
프랑스 아비뇽와인과 어울리는 참치
  • 이주/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 승인 2009.05.0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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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수산물>

 

 프랑스 파리에서 테제베(TGV)열차를 타고 남쪽으로 4시간 40분 정도, 거리로는 690여km를 가면 론강(Rhone river) 인근에 위치한 아비뇽지방에 도착하게 된다.

 아비뇽와인 하면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무엇일까? 독자 여러분들은 아마도 학교에 다니던 시절 세계사를 공부할 때 시험공부를 위해 외웠던 신권을 가진 교황과 세속권력을 가진 프랑스 왕과의 권력 싸움에서 패배하여 프랑스의 아비뇽에 교황청을 설치하고 교황이 머물게 되는 아비뇽 유수(Avignonese captivity)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아비뇽에는 샤토뇌프-뒤-파프(Chateauneuf-du-Pape) 와인이 유명한데 그 이유는 14세기에 약 70년 동안 아비뇽에 교황이 거주하였기 때문에 만들어지게 된 와인이며 이를 기려 현재에는 와인상표로 사용하고 있다.

 이 와인은 참치뱃살과 구운 참치, 토마토소스와 엔쵸비 해물스파게티, 양고기,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허브를 사용해 오븐에서 요리한 거위 및 오리 요리와 좋은 마리아주를 보이고 있다. 바다에서 생산되는 수산물로는 훈제연어로 만든 음식과 붉은 색깔을 띄는 생선류 즉 고등어회, 마구로, 방어 회 등과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 참치

 


 포도 재배가 고대 이탈리아 로마에서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다른 국가로 퍼진 것은 포도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기독교의 영향이 컸다. 와인이 기독교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된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가 '와인은 나의 피요, 빵은 나의 육체이다'라고 말한 것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와인은 미사주로 사용하게 되어 수도원에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고 그 영향으로 중세시대 때 와인의 제조방법이 엄청나게 발달하게 되었다. 와인은 곡주가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데 곡주는 저장이 가능한 것을 축제나 행사를 위해 술로 만든 것이고, 포도주는 옛날에 포도로 저장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포도를 오랫동안 보존해 둘 필요성에서 생산된 술이다. 와인을 증류하면 브랜디(Brandy)가 만들어지고 맥주를 증류하면 위스키(Whisky)가 만들어진다.

 일부 독자들은 보리로 만드는 맥주가 역사적으로 먼저 만들어졌다고 말하며 또 다른 이들은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 지구상에 먼저 만들어졌다고 논쟁을 벌이기도 하는데 정답은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 먼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보리와 같은 곡물에는 알코올(Alcohol)을 만드는 발효과정에 필요한 효모(Yeast)가 없으나 포도에는 포도껍질에 효모가 붙어있기 때문에 포도송이가 움푹한 바위나 그릇형태의 포도즙이 저장 가능한 장소에 여러 송이가 떨어지게 되면 자연발생적으로 포도껍질에 붙은 효모에 의해 포도즙의 당성분과 상호작용하여 발효가 일어나 알코올음료인 와인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연히 발견된 포도즙으로 만들어진 와인은 발효과정을 거치는 동안 포도껍질에 묻어 있는 효모 이외의 생물이 자랄 수 없어 병원균의 침투가 있을 수 없고, 또 발효 후에는 생성된 알코올로 인하여 거의 무균상태에 가까운 위생적인 음료로서 물에 와인을 혼합하여 섭취할 경우 여행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질병감염에 관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주었기 때문에 와인은 병을 예방하는데 널리 사용되었다.

 아무튼 다시 아비뇽와인으로 되돌아가도록 하자. 아비뇽와인은 왜 탄생하게 되었을까?
 교황의 신권이 왕권에 밀리게 되어 아비뇽에 성당과 교황청을 짓게 되고 미사를 위해 와이너리(Winery)를 만들게 되었다. 따라서 그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샤토뇌프-뒤-파프(Chateauneuf-du-Pape)라고 부르는데 샤또뇌프-뒤-파프 지역은 14세기에 론의 남부지방인 아비뇽(Avignon)에 교황들이 여름을 지내던 별장이 있던 곳이며, 그로부터 마을의 이름이 유래 된 것이다.

 샤토(Chateau)는 여러분들이 잘 알다시피 성(Castle)이란 뜻이며 뇌프(Neuf)는새로운(New) 이라는 뜻이고 뒤(du)는 영어로 관사 "의(of)" 의미이며 파프(Pape)는 교황이라는 단어이다. 따라서 샤또뇌프-뒤-파프(Chateauneuf-du-Pape)란 단어는 ‘교황의 새로운 성’이라는 의미이다.

 샤또뇌프-뒤-파프 와인과 마을의 역사는 교황의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서기 1308년, 보르도 대주교로 봉직하다가 교황이 된 클레망 5세(Clement V)는 아나니사건(Anagni incident, 1303년)을 일으켜 교황의 신권에 승리한 프랑스왕인 필리프 4세(Philippe IV, 1268~1314)의 강권에 의해 교황청을 아비뇽으로 옮기게 된다.

 클레망 5세와 그의 후임자들인 아비뇽의 교황들은 부르고뉴 와인의 애호가들이었으나 성찬에 사용할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아비뇽 북쪽 별장 인근 지역의 포도 재배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아비뇽의 교황청 시기 이전의 이 지역 포도 재배와 양조는 아비뇽 주교의 관할 하에 있었으므로 주로 지역에 판매하기 위하여 만들어졌으나 클레망 5세 교황의 후임자인 요한 12세 교황은 아비뇽 북쪽 지역의 와인도 정기적으로 마시면서, 아비뇽 지역의 포도재배 양조기술의 발전을 꾀하였다.

 요한 12세 교황 재임 시기에 아비뇽 지역의 와인은 “교황의 와인(Vin du Pape)”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런 역사적인 관계로 인해 현대에는 교황의 새로운 성이란 와인라벨인 샤또뇌프-뒤-파프(Chateauneuf-du-Pape)로 알려지게 되었다.
샤또뇌프-뒤-파프(Chateauneuf-du-Pape)는 남부 론 지역의 마을명 원산지 명칭이며, 샤또뇌프-뒤-파프 와인은 아비뇽 인근 3개 마을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샤또뇌프-뒤-파프는 포도의 재배와 양조에 엄밀한 규정을 적용하는 북부 론(Rhone) 지역과는 달리, 샤또뇌프-뒤-파프 지역은 적색포도 8종과 청색포도 5종을 혼합하여 와인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많을 경우 13개의 포도품종을 혼합하여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 허용되며, 이는 여타 다른 지역과는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아비뇽지역의 와인은 주로 그르나쉬(Grenache) 포도품종을 많이 사용하며 그르나쉬 외에 허용된 적색포도 품종은 무르베드르(Mourvedre), 시라(Syrah), 떼르 누아(Terret Noir), 신소(Cinsault), 꾸누와즈(Counoise), 뮈스까르딘느(Muscardine), 바까레즈(Vaccarese) 8종이 있으며, 허용된 청포도 품종은 부르불렁(Bourboulenc), 끌레레뜨(Clairette), 삐까르뎅(Picardin), 루산느(Roussanne), 삐끄뿔(Piquepoul, Picpoule) 등 5종이며 이들 13종 품종 모두를 사용하여 와인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아비뇽 지역의 와인은 90% 이상이 적색포도로 만든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청포도 품종도 레드 와인에 혼합할 수 있는데 이는 적색 와인이 아주 강하고 거칠 경우 부드러움을 주기 위함이며 샤또뇌프-뒤-파프(Chateauneuf-du-Pape)의 적색 와인은 일반적으로 와인 병에 교황의 갑옷 무늬가 새겨진 것이 특징이다.

 2007년에는 세계 100대 와인을 뽑는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지에 아비뇽와인이 전 세계 1위(Clos des Papes Chateauneuf-du-Pape 2005)와 12위(Domaine du Pegau Chateauneuf-du-Pape Cuvee Reservee 2004)에 뽑히는 경사가 일어났다. 와인 스펙테이터는 전 세계에서 생산된 2만 종류이상의 와인을 시음하고, 이중에서 90점 이상 받은 2,500종류의 와인들을 네 가지 기준 즉, 맛과 가격대비 품질, 생산량, 그리고 X요인이라고 불리는 전문가들을 ‘흥분’시킨 특별요인이 모두 고려하여 엄격하게 심사하고 100대 와인을 선정하게 된다.

 아비뇽 샤또뇌프-뒤-파프(Chateauneuf-du-Pape) 지역의 토양은 주로 자갈로 덮여 있는데 둥글고 굵은 자갈들은 낮에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햇볕을 빨아들여 품고 있다가, 해가 진 뒤부터 밤까지는 이 열을 다시 포도나무에게 다시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 떼루아르(terroir)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와인은 잉크처럼 진한 루비색깔에 향과 맛이 풍부하며 알코올 함량이 높으면서도, 균형감이 있다. 와인의 색깔은 진하며 용해된 고형물질이 풍부하고, 풀-바디(Full-body)에 달콤한 블랙 라즈베리와 같은 검은 과일의 향, 후추 향과 송로버섯 향의 풍미가 일품이며 10~30년의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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