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과소화 어촌 개발 후순위로 밀릴 우려
인구 과소화 어촌 개발 후순위로 밀릴 우려
  • 정해원 기자
  • 승인 2019.06.11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지자체 이양 문제없나?

[현대해양] 정부가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일부를 지자체로 이양하면서 어촌 개발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기획재정부는 ‘2020년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안 편성 지침’을 공표하며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일부를 지자체로 이관시켰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18년 3월에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됐고, 그동안 법안 발의조차 못했던 지방이양일괄법제정에 대해 여・야간 합의가 이뤄졌다.

정부는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잡힌 대한민국’의 국가 비전으로 삼고 핵심 국정과제인 자치분권의 실현을 위해 정부 주도 사업의 일부를 지자체로 이양하고 있다.

 

어촌지역 개발의 사각지대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법, 농어촌정비법 등에 근거하며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다. 이 중 어촌분야는 해양수산부가 재출범한 2013년 이후에도 사업을 분리하지 못하다가, 담당 공무원의 각고의 노력으로 2017년부터 분임재무관 형식으로 해양수산부가 이관 받아 추진해왔다. 사업대상은 31개 시·군 124개 읍·면에 해당된다. 예산을 살펴보면 올해 총 사업 예산 9,256억 중에서 832억 원으로 전체 9% 비중을 차지한다.

어촌분야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은 ‘권역단위 거점개발’, ‘마을단위 특화개발’, ‘시・군 역량강화 및 생활기반 정비’ 네 유형으로 구분된다.

이번 기재부의 균특회계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어촌분야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유형 중 지자체 이양에 포함된 사업은  ‘생활기반 정비’ 사업과 ‘마을단위 특화개발’ 유형의 사업이다.

정부 예산이 집행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지만 마을단위 특화개발 사업까지 지자체로 권한이 이양되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인구수에 비례해 예산을 배정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어촌지역이 개발에서 소외된다는 것이 어촌지역개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송영택 ㈜베토 대표는 “마을단위 특화개발 사업이 지자체에 이양 될 경우, 인구 과소화로 어려움을 겪는 어촌지역은 표심을 발휘하지 못해 개발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하고 “실제로 과거 중앙정부가 담당하던 어촌종합개발사업이 지자체 포괄보조사업으로 변경되자 어촌지역 투자가 현저히 줄어 들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해양수산 담당공무원들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C시 관계자는 “농림부, 해수부 등 각 부처에서 정책적으로 해야 할 사업을 지자체에서 시행할 경우, 예산에 대한 칸막이가 사라져서 처음에는 어촌 고유 사업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겠지만 이후에 이런 저런 이유로 어촌 개발 예산이 점차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지자체가 개발 대상지를 자율적으로 선정할 경우 정주여건이 나빠도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선정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어 사업 취지와 반대로 지자체 내에서도 불균형이 더 가속화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부처 합동으로 결정한 내용이고, 원래부터 지자체 자율편성으로 하던 사업이니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인구가 적은 취약 어촌 지역 고려해야

문제는 또 있다. 어촌분야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대상 124개 읍・면 중 도서지역과 같이 성장촉진지역이나 특수상황 지역개발 사업에 해당하는 읍·면은 34곳(27.4%)인데 이들 지역은 지자체 이양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특수상황 지역개발 사업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인구 과소지역이거나 지리적・산업적 특색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취약 지역도 존재한다는 것. 마을단위 특화개발 사업은 바로 그러한 취약 어촌 지역 개발을 하기에 적합한 사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조직법」 제43조 제1항과「어촌·어항법」제6조 제1항 및 제9조 제1항에 따르면 정부는 어촌개발 사무를 관장해야 하며, 어촌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시·군·구는 어촌종합개발사업을 시행하도록 되어있다. 지자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생활기반 정비를 수요자 중심으로 하기 위해서 원칙상으로는 사업을 지자체로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어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자체와 정부 간의 긴밀한 협조없이 무조건적인 이양은 균형발전 취지에 오히려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D시 관계자는 지자체 이양에서 문제는 역시 재정 확보임을 강조하며 “균특회계 예산편성 지침이 내려졌지만, 이후에 아무런 후속 조취가 나오지 않아서 난감한 상황이다. 가장 염려가 되는 부분은 재정이다. 인구수에 비례하면 사업이 큰 도시 위주로 편성될 수 밖에 없고, 작은 지자체들은 재정 확보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말해 지자체 이양이 마냥 달갑지 않음을 시사했다.

류청로 한국어촌어항공단 전 이사장은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에서 소외되었던 어촌지역의 예산을 정상화시키려 애썼는데 이번에 일부 사업이 지자체로 이양되면서 도로아미타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든 지자체든 긴밀한 협조 하에 예산이 골고루 적절하게 쓰일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해야하고 실질적으로 어촌과 어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