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만 강조하는 농어업특위
농정만 강조하는 농어업특위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9.06.1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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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은 구색 맞추기냐” 불만 쏟아져

[현대해양] 10년 만에 부활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어업특위)가 발족했다. 그런데 발족 초기부터 농어업특위의 관심사가 어촌·어업 및 수산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어업특위는 지난 4월 30일 서울 광화문에 마련된 농어업특위 회의실에서 민간 위촉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위원회 운영방향 및 분과위원회, 특별위원회 구성과 역할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농어업특위는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4월 25일 시행됨에 따라 정식으로 발족했다. 민간 위촉위원으로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 등 산·학·연 관계자 23명이 참석했다.

이날 박진도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농특위의 역할은 과거의 농특위와 달리 현안에 대한 특별대책 마련보다는 ‘농정의 틀을 바꾸는 것’으로 정의하고 농업계는 물론 비농업계와의 소통 강화를 통해 이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위원장이 지명한 분과위원장

농어업특위 측에 따르면 참여 위원들은 농어업과 농어촌을 농민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삶터, 일터, 쉼터로 만드는데 농특위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했다. 과거의 경쟁과 효율 중심의 생산주의 농정에서 벗어나, 국민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농어업·농어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중심으로 농정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위원회의 효율적인 운영과 논의를 위해 구성될 예정인 농어업분과, 농어촌분과, 농수산식품분과 등 3개 분과위원회와 농어업·농어촌 관련 특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위원회의 전문성 확보 및 정책과제 선정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한, 위원장은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근거해 사무국장과 농어업분과, 농어촌분과, 농수산식품분과 등 3개 분과위원회 위원장을 지명했다.

사무국의 업무를 총괄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하기 위한 사무국장으로는 오현석 위원, 분과위원장으로는 △농어업분과 김영재 위원, △농어촌분과 황수철 위원, △농수산식품분과 곽금순 위원을 지명했다. 3명의 분과위원장 모두 농업 쪽 인사로 채워졌다. 하지만 기대했던 분과위원장 배분에 어업·어촌·수산계 인사는 없었다. 위원장부터 분과위원장까지 모두 농업, 농정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이와 관련, 수산계에서 불만이 쏟아졌다. '위원장은 농업인구가 많으니 농업계에서 맡더라도 실무책임자나 분과위원장은 최소한 1명이라도 어업·어촌을 포함한 수산을 아는 이를 배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불만이다.

 

수산은 어디에?

한편, 박진도 위원장은 지난달 1일 농어업특위에서 다뤄야 할 장단기 의제 및 국민소통, 참여, 지지 제고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다는 취지로 「국민행복농정연대 워크숍」에도 참석해 범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낼 첫 행보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 농어업특위는 과거와는 다른 차별적인 모습과 성과를 얻기 위해, 국민적 공감과 사회적 책임을 기반으로 한 업무 추진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농정이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고 틀을 바꿀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과위원장 선출과 농어업특위 발족에 앞서 농어업특위 위원이 구성됐다. 그 구성을 보면 위원장을 포함한 농어업특위 위원 23명 중 △어업인대표로는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김동현 한국수산인경영인연합회장, 강애심 제주도해녀협회장이, △전문가로는 이춘우 부경대 교수, 김영란 목포대 교수가 위촉됐다. 즉 어업인단체 대표로 3명이 전문가 그룹에는 2명 등 총 5명이 포함된 결과다. 농업, 산림, 어업・어촌・수산 대표가 포진된 위원에 수산은 전체의 21.7%가 배정된 셈이다. 3개 분야 중 1/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수산은 들러리?

농어업특위 위촉직 위원. 그래픽=김주연

위원장의 발언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의 발언에는 ‘농정’만 부각될 뿐 수산은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 결국 농정은 있으나 어정은 없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농어촌공사나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어’자 와 ‘수’라는 음절만 있을 뿐 사실상 99% 농업·농촌을 위해 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수산계 한 중진은 “농어업특위에서 수산은 구색 맞추기용으로 들어가 있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수산계 인사는 “산림과 수산은 들러리를 서는 듯한 분위기”라며 “소분과도 만든다고 하니 소분과 구성은 어떻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어업특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농업쪽, 농정 전문가이다 보니 그쪽으로 신경쓰는 것 같다”며 “분과위원회에 소분과 구성도 하려고 하니 일단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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