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재건 2년차… 화물 실을 ‘컨’박스 챙길 때
해운재건 2년차… 화물 실을 ‘컨’박스 챙길 때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6.12 09: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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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한국형 리징컴퍼니 설립 시급
▲ 사진=HMM

 

[현대해양] 오는 2022년까지 한진해운 파산 이전 수준의 컨테이너 선복량(113만TEU) 회복을 목표로 해운재건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선박과 함께 화물을 실을 컨테이너박스(이하 컨박스) 확보를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책도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컨박스 시장 청신호

화물을 싣는 용도인 컨박스는 선박뿐만 아니라 철도, 트럭 등의 물류운송에 이용되는 상자 모양의 장비이다. 길이 40ft(피트) 규격의 ‘FEU’(Forty-foot equivalent unit), 20ft 규격의 ‘TEU’(twenty-foot equivalent unit) 단위가 통상적이며 선박에서는 대부분 TEU가 사용된다.

1956년 미국 뉴저지에서 휴스턴으로 가는 ‘IdealX호’에서 60여개 창고형태의 운송박스를 싣게 되면서 컨박스 개념이 처음 등장한다. 기존보다 투입인력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고 신속한 작업을 가능케 한 컨박스는 물류 전반 곳곳에 활용되면서 지금과 같은 물류 패러다임을 구축하게 된다.

최근에는 과거 건화물선으로 이송되던 화물뿐만 아니라 액화원유가스, 화학물질 등 액체도 소규모로 특수 컨박스에 실리고 있다. 오픈탑(Open-top), 팔랫트, 자동차용, 냉장·냉동용 그리고 중량화물을 실을 수 있는 컨박스 등 수용할 수 있는 화물도 다양하다. 아울러, 컨박스는 설치·철거가 편리하며 화재에 자유롭고 비용이 적게 들어 임시 건설현장의 사무실, 농어촌의 비품 창고에서부터 호텔, 카페,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하우징산업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컨박스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선사들은 기존의 리그였던 항만과 항만까지의 구역을 육상물류 수단을 활용해 고객의 집 앞과 집 앞까지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선사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컨박스의 규격화와 편리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컨박스 제조 중국이 장악

이와 같이 컨박스 시장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선박확보라는 거대 담론에 밀려 세계 10위권 안의 해운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컨박스 제조산업은 성장하지 못했다.

COA(Container Owners Association, 컨테이너 소유자 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전세계 컨박스 규모는 3,800만TEU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컨박스 소유·임대를 모두 포함해 139만TEU(3.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드라이(Dry, 일반형) 컨박스 생산규모는 399만TEU(COA 100억달러 추산)로 추산되는데 이는 매년 전체 컨박스 중 1/10 가량이 교체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 컨박스의 80%는 중국에서 제조돼 중국본토, 북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북유럽 등에 공급되고 있다. 드라이 컨박스 뿐만아니라. 오픈탑, 발전기, 광석운반, 미니, 원자력자재 운송, 오피스·숙박 등 특수 컨박스 제조분야에서도 중국업체들이 단연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컨박스 제조과정에선 용접, 페인팅 등 인력이 많이 투입돼 중국이 유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물류비용 개선을 위해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특수 컨박스를 선점한다는 복안으로 몇 차례 특수 컨박스 제조를 시도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5년 제주도에서는 도내 영세업자의 경영 개선을 이뤄내고 컨박스의 전문화 역량 제고를 위해 8ft짜리 미니컨박스가 개발됐다. 이러한 제주 농산물, 가공제품 수송용 컨테이너 2만대는 각각의 지역 업체들 주도로 만들어져 일률적인 규격도 없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 규격화되지 않은 채 상용화 된 제주 미니컨테이너.
▲ 규격화되지 않은 채 상용화 된 제주 미니컨테이너.

지난 2017년에는 국토교통부가 수 억원을 들여 빈 컨박스를 1/4로 접어 재배치하는 ‘접이식 컨박스’를 개발했다. 정부 추산 매년 물류비용 3,000억원 절감한다며 국토교통부는 당시 해외에서 상용화하지 못한 특수 컨박스를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업계로부터 컨박스 대부분 사고는 사이드 판넬에서 발생하는 등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뭇매를 받으며 지금은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제조보다는 임대 정책에 정조준

전문가들은 컨박스 제조 중심보다는 임대사업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국내 실정에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COA 한국대표 전병진 박스조인(주) 대표는 “접이식 컨박스 사례와 같이 수억 원의 정부예산을 제조기술개발에 투자하는 것보다. 이미 해외가 갖춰 놓은 일반 및 특수 컨박스를 선사들에게 적기에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임대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에서 장비총괄담당 이사를 역임한 그는 “원양선사의 경우 선복량의 2.3배(근해선사 1.8배) 정도의 컨박스를 보유해야 원활한 해운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앞으로 원양국적 선사인 HMM(현대상선)과 SM상선이 신규 원양항로 개설로 신규 컨박스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인데 컨박스 조달 방식에서 선사들은 여전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황호선)가 해양수산부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자료에 근거해 추정한 2022년 컨박스 소요량은 290만TEU(원양 195만TEU, 연근해 95만TEU)이다. 지난 2017년 기준 컨박스 운영 현황이 140만TEU(원양 80만TEU, 연근해 60만TEU)로 앞으로 150만TEU를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적 선사의 일반적인 컨박스 조달 방식은 △선사가 직접 구매해 소유하는 법, △임대해서 사용하고 임대기간 종료 후 리징컴퍼니(임대회사, Leasing Company)에 되돌려주는 단순 임대 방식, △BBCHP와 같이 금융리스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금융사가 소유권을 유보하고 임차기간 종료시 선사가 소액을 지급하고 소유권을 가지는 방식이 있다.

해운분석기관인 Drewry Maritime Research가 전 세계 컨박스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리징컴퍼니를 통한 임대가 51%, 직접 소유는 43%, 기타 6%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장환경과 달리 국적선사들은 영업환경의 악화로 인해 직접 발주보다는 리징컴퍼니를 통한 임대 형태가 8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 인천항만공사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이 공동 주최한 제4회 항만물류법 세미나에서 이중보 HMM 부장은 “컨박스의 직접 발주는 22%, 외국 리징컴퍼니 임대차 박스는 78%를 차지하며 임대방식은 임대기간이 종료되면 반납하는 단순 임대방식으로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 국내 선사 컨박스 임대률이 80% 가량으로 나타났다. (사진=HMM)
▲ 국내 선사 컨박스 임대률이 80% 가량으로 나타났다. (사진=HMM)

이와 같이 우리나라 실정상 컨박스 임대 수요가 상당한 반면 이들 리징컴퍼니 대부분이 Triton, Textainer, CAI, Flexi-Van 등 외국 대형 임대사들이 장악하고 있어 국부가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우리나라에도 임대 비중이 높은 국내 해운시장에 적합한 컨박스 리징컴퍼니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병진 대표는 “국내 컨박스 신규 수요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임대 사업성은 충분하다. 대형 국적 컨박스 리징컴퍼니는 단순히 임대에 그치는 것이 아닌 컨박스 전문 인력을 보유하지 못한 국적 선사에게 관리, 수리, 교육, 기타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주도 컨박스 지원사격 ‘시동’

최근 해양수산부는 해운재건 1주년을 점검하고 선사들의 부담이 컸던 컨박스 리스 프로그램을 신설・발굴하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해운 및 컨박스 전문가와의 논의를 거쳐 향후 자회사를 설립해 공사 SPC 설립 후 SPC를 통한 컨박스 직접 발주 및 국내 선사 대상 리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국부유출을 막고 금융부담을 낮추겠다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전략에 업계는 대체적으로 반색을 표하고 있지만 전문 글로벌 업체를 선임해 컨박스 발주 및 관리를 하겠다는 방식에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간담회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는 “컨박스 발주, 관리는 컨박스 제조에서부터 저렴하게 구매(중국 CIMC 등)하고 팔때는 비싸게 파는 적극적인 태도나 이자율을 낮추기 위한 의지를 국내 기업도 아닌 CAI, Triton등 대형 글로벌 리징컴퍼니가 보여줄지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컨박스 발주 및 관리 경험가 없는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위탁관리 계약으로 외국 업체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인데 업계는 외국 컨박스 리징컴퍼니 입장에서 한국해운업계의 사정을 반영한 컨박스 발주 및 관리를 진행하겠다며 반발이 나온 것. 이러한 우려 때문에 컨박스 발주 및 관리업체는 국내 컨박스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며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구상하는 컨박스 지원 체계도
▲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구상하는 컨박스 지원 체계도

 

근본적으로 컨테이너 담보 시급

컨박스에 대한 금융 및 법률적 가치가 낮은 수준인 국내 환경도 문제로 제기된다.

전병진 대표는 “한진해운 근무 당시 한진해운에서 컨박스를 발주한다고 하면 외국은행들은 오직 컨박스 자체를 담보로 보고 입찰에 들어왔던데 반해 우리나라는 컨박스를 담보로 보지 않았다”며, “금융사들은 여전히 컨박스에 대해 금융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경향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당시 한진해운이 운용한 50만TEU의 컨박스가 일시에 담보로서 회수가 불가능해지는 사태를 목격한 금융사들은 컨박스 대출을 더욱 기피하는 실정이다.

정우영 광장 대표변호사는 “금융사의 시각에서는 담보권의 회수 가능성을 최우선적으로 보게 되는데 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리스크가 발생시 현행 법원은 컨박스를 회생담보권으로 보아서 환수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법률상 컨박스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장, 선장)는 “선박의 투자가 100이라면 컨박스는 60정도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해상법상 물적 설비는 선박만 규율(740조)돼 있다”며, “컨박스는 물건이기 때문에 질권 설정이 돼야하는데 현행법상 어려운 실정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수하인은 지체없이 운송인에게 컨박스를 반납할 수 있도록 하는 언급이 상법상 없는데 컨박스를 법률용어로 격상시켜 근거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적선사들이 원활한 컨박스 확보를 위해 정부의 제도 개선과 금융지원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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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보 2019-06-13 09:08:03
최정훈 기자는 작문을 하신것 같은데..... 취재원과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고 이름만 들어 본인의 의견을 쓴것 같은데 이래도 되는지 의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