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인증 꼭 받아야 하나?
수산물인증 꼭 받아야 하나?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6.12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인증제도 필요

[현대해양]세계적으로 안전한 수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산식품에 올바른 생산과정을 거친 제품임을 증명하는 인증라벨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해외민간 ‘인증’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 적합성 여부는 검증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인증이 아닌 해외민간인증 프로그램

전세계에 던져진 ‘수산자원의 남획 및 고갈’이라는 화두는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관리, 생산물의 위생안전, 식품안전규정 준수, 국제적인 품질증명 등과 관련된 다양한 운동들을 촉진시키고 있다. 이 가운데 수산물의 생산 단계뿐만 아니라 구매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생산방식의 제품을 소비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인증라벨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인증 프로그램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국제적인 인증제도로는 지속가능한 수산물 공급 인증(MSC, ASC, MSC-COC 등), 친환경 인증(USDA-NOP, Organic EU 등), 품질규격 인증(FSSC22000, SQF 등), 무슬림을 위한 할랄인증(HALAL), 유대교를 위한 코셔인증(KOSHER) 등이 그것이다.

이중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증제도는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해양관리협의회)와 ASC(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세계양식책임관리회)이다. MSC는 남획, 불법어획, 혼획, 해양환경 파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997년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과 수산식품 유통업체인 유니레버(Unilever)의 합작으로 탄생했다. 또한, 지난 2010년 세계자연기금(WWF)과 수산양식의 국제표준을 제정하고 관리하는 네덜란드 친환경무역단체(IDH)에 의해 지속가능한 양식생산업체임을 인증하는 ASC가 설립됐다.

2000년대부터 테스코(TESCO), 코스트코(Costco), 월마트(Wallmart), 까르푸(Carrefour) 등 대형할인점들이 MSC, ASC를 도입했고 힐튼(Hillton), 하얏트(Hayatt) 같은 호텔 레스토랑과 미슐랭 레스토랑들도 MSC, ASC 제품 구매를 표명했다.

우리나라도 정부 및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수산물 수출을 위해 요구되는 인증들 특히, MSC(ASC) 획득을 위한 심사 비용 및 컨설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MSC를 획득한 업체는 아직 없으며 대형 참치 업체에서 심사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SC는 (주)청산바다가 유일하게 획득했다. 최근에는 부경대학교와 MSC한국지사가 기장물산(주)의 기장미역에 대한 ‘미역 ASC-MSC 해조류 인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MSC(ASC)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증으로 알려져 있지만 MSC(ASC)는 각 국가별로 에이전시(Agency)를 갖춘 민간조직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수산에코라벨(Eco Label)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인증체계를 글로벌수산물지속가능협회(GSSI)가 승인하게 되면 그 인증체계는 인증수산물의 보급을 위한 업무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MSC(ASC) 또한 이 과정을 거쳐 출시된 해외민간인증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 치어로 만든 수산물제품
▲ 치어로 만든 수산물제품

MSC(ASC) 꼭 받아야 하나?

아시아 최초 전복 ASC 인증업체인 (주)청산바다의 위지연 대표는 “별을 따는 것 같은 고난의 연속이었다”며, “막판까지 계속 서류를 보강하라 해서 절망적이기도 했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MSC(ASC) 취득은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미 FDA 공정성과 비교해도 까다롭다는 평가다. 어업현장-가공공장-창고-유통-레스토랑 전 과정에 대해 업체 스스로 모든 관리기준을 기록하고 관리해야 하며, 생산 프로세스, 제조가공시설 설비·관리, 냉장냉동시설·설비 관리, 용수보관·운송 등 자체 위생관리의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등 대부분 영세한 국내 수산물 생산업체가 추진하기에는 인증획득을 위한 비용과 노력이 만만치 않아 경영압박만 가중시킨다는 시각도 있다.

더군다나 대부분 업체들은 MSC(ASC)에 대한 필요성에 둔감한 실정이어서 인증라벨 획득에 적극성이 떨어진다. 지난 4월 15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수산식품박람회’에 참가한 A업체 대표는 “MSC를 받아야 한다지만 왜 받아야 하는지 그것이 반드시 소비 촉진으로 이어지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반문했다.

광어 수출 업체 B 대표는 “실례로 일본에 광어 수출을 위해서는 HACCP만 획득하면 된다. 국내 대형마트에서 요구하는 인증이 생긴다면 그것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MSC(ASC)가 국제 대표인증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일 홍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낮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다.

MSC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 유통되는 수산물의 14% 가량이 MSC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ASC의 경우 2018년 4월 기준 68개국 1만1,483개로 네덜란드 1,679개(15%), 독일 1,608개(14%), 벨기에 1,185개(10%) 등 주로 유럽국가에 집중돼 있다.

심지어 유럽에서도 MSC가 수산물 소비를 촉진시키는 정도가 미미하다는 연구조사가 나왔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NTNU)의 한 연구팀이 영국과 노르웨이 등지의 식료품가게에서 MSC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매 동기를 부여하지는 여부를 조사한 결과 MSC가 수산물 구입 결정에 차지하는 비중은 낮으며, 여전히 수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친환경 제품보다는 가격과 맛이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ASC 인증 확대에 역점을 둔 지자체(완도군)
ASC 인증 확대에 역점을 둔 지자체(완도군)

산발적인 인증제도들의 현주소

2019 서울국제수산식품박람회에 참가한 C 업체 대표는 “각종 인증들이 너무 범람하고 있다”며, “어차피 해외 거대조직에 돈 내라는 의중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연거푸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일본 수산청 조사 결과 전세계 해외민간인증프로그램은 140여개로 대부분 수산업 종사업체는 스스로 인증 정보를 취득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납품을 원하는 대형마트, 호텔 등이 필요로 하는 인증라벨을 획득하면 되는데 정부가 나서서 특정 민간해외인증제도 획득에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면 국부만 유출되는 꼴이라는 우려이다.

주문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특정 인증에 몰아주는 정책보다는 실질적인 국내 수산물 생산 업계의 현실에 맞는 인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정 민간인증라벨의 심사·취득 비용만을 지원하는 지금의 정책 방향에서 많은 수산에코라벨(MSC, ASC, FOC, MEL, AEL등) 인증 심사 정보뿐만 아니라 업체가 어떤 라벨을 인증받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종합적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

주문배 연구위원은 “기존의 난립한 인증제도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영세한 업체들의 사정을 감안해 인증 취득에 획기적으로 부담을 경감할 한국형 인증제도가 나와야 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담당 공무원도 지금과 같은 다양한 수산물 관련 인증들이 헷갈릴 지경이다. 국산, 원양산, 수입산 수산물(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및 시·군·구에서 시행)은 원산지표시제, 무지개송어, 대서양연어, 미꾸라지 등(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에서 시행)은 유전자변형 수산물표시제로 나뉜다.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이력추적제, 명품인증, 지리적표시제, 품질인증 등 수산인증라벨과 비슷한 관리 시스템이 상당하다. 기존의 산발적인 에코라벨과 유사한 인증들을 일률적으로 통합해 현존하는 해외민간인증프로그램 정도로 수준을 높인 한국형 인증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업체는 단 하나의 인증으로 여타 인증을 자연스럽게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국형 인증라벨시스템을 구축하면 해외 업체들도 국내 시장 진입 시 해당 인증라벨만 획득하면 된다. 서울수산식품전시회 해외전시장의 한 필리핀 업체 D 대표는 “한국 수출을 위해 어떤 인증을 받아야 하는지 몰랐다. 이것은 필리핀에서 유명한 수산식품이다”라며 치어로 만든 수산식품을 버젓이 전시하고 있었다. 한국형 인증라벨이 출시되면 해외업체들도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생산단계를 거쳤음을 자연스럽게 증명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형 인증라벨, 세계로

MSC 라벨
MSC 라벨 (사진=MSC)

가까운 일본은 일본형 인증라벨을 구축하여 자국 중심으로 현재 수산인증라벨 패러다임을 개편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수산물을 취급하려는 업체들의 추세를 일찍이 관측한 일본은 우선 자국에서 지속 가능한 수산물 인증제도를 확립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방점을 찍고 일본식품학회(Japanese  Foodist Association)가 지난 2014년 2월 독자적으로 양식 수산물 에코라벨인 AEL(Aquaculture Ecolabel)을 출범시켰다. 이후 지난 2017년 12월 지속 가능성 여부를 가르는 일본이 독자 개발한 인증제도인 MEL(Marine Ecolabel Japan)을 탄생시켰다. MEL은 현재 기존의 양식수산물 에코라벨(AEL)이 통합돼, 민간조직인 ‘일본식생활교육자협회’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이 조직은 수산물 생산업체들의 인증라벨 취득에 있어 부담 경감을 위해 ‘수산물에코라벨인증심사지원시스템(MuSESC)’을 개발했으며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 정리하여 신청 절차의 어려움과 비용을 줄이는데 가시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MSC 인증 수산물만 선수촌에 제공했던 런던올림픽, 지난 2016년 ASC, MSC인증 수산물을 일반인에게 제공한 리우올림픽과 같이 일본은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자국 수산인증라벨이 부착된 수산물을 제공해 인증라벨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일본 주도의 수산물인증제도시스템을 진일보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도 세계 수준의 기준을 충족한 독자적인 인증시스템이 마련돼 영세한 업체들에게 저비용의 실질적인 지원을 할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