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식어류 생존해법, ‘소비’에서 찾아야
국내 양식어류 생존해법, ‘소비’에서 찾아야
  • 백은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 승인 2019.06.0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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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은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현대해양] 최근 세계의 식량자원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수산식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양식업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어류양식은 동물성 단백질의 공급원으로써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광어와 우럭은 우리나라 어류양식의 대표주자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연초부터 광어 산지가격이 경영비 이하로 곤두박질치면서 모든 언론에서 보도가 끊이질 않았고, 광어 주산지인 제주지역은 지역경제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제주지역에서는 광어 소비 촉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월 산지가격은 여전히 kg당 1만 원 이하에 머물러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광어와 달리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었던 우럭의 산지가격은 1월부터 하락세로 반전되면서 4월에는 kg당 6,600원으로 2012년 수준까지 추락했다.

이러한 가격하락이 공급과잉으로 인한 결과라면 당연할 수 있지만, 광어(37,269톤)와 우럭의 생산량(22,686톤)은 10년 전 대비 각각 30% 이상 줄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 횟감용 어류 총 공급량은 어떨까? 10년 전보다 오히려 6% 늘어난 12만 4,000톤이었다. 결론은 아무리 국내 양식어류를 대표한다 할지라도 결국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시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새로운 소비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는 이상 가격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광어나 우럭은 식품인 만큼 시시각각 변화는 소비 트랜드를 잘 읽어내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퇴출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전체 횟감용 어류 공급량이 줄지 않은 가운데 유달리 국내 양식산 어류인 광어와 우럭의 생산량이 줄었고, 1월부터 하락한 산지가격이 다섯 달 지난 지금에도 반등은커녕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어류양식산업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국내 양식어류의 자리를 빼앗아간 주범은 수입산 ‘연어’와 ‘방어’도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최근 수입통계를 통해서도 명백히 알 수 있다.

2018년 총 수산물 수입량은 642만 톤으로 수출량의 10배 가량 차지했으며, 이 중 오징어, 명태, 새우, 연어, 낙지 등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특히 연어 수입량은 광어 생산량과 비슷한 3만 7,000톤이었으며, 수입금액은 광어 수출금액보다 7배 많은 3억 6,300만 달러이었다. 한편 연어는 수산물 수입 순위 4위를 차치해 주요 수입수산물로 자리매김했다. 이 덕분에 연어시장은 지난 20년 동안 국내에서 6배 성장했으며, 수입량은 10년 사이 10배가 늘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불과 몇 년 전까지 저렴한 냉동연어(70%)를 중심으로 수입이 이루어져 왔지만, 선어류의 수입 점유율이 65%를 차지했다. 연어는 주로 ‘선어회’와 ‘초밥’으로 소비되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국내산 광어와 더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방어 역시 1,574톤으로 2014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 양은 국내 방어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방어 월평균 공급량은 10년 전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852톤이었으며, 특히 겨울철(10월~2월) 공급 점유율은 15% 이상을 차지해 계절 어류로 등극했다.

소비와 직결되는 만큼 팔리는 장소 또한 매우 중요하다. KMI 조사결과, 전국 횟집 수는 1만 4,000곳으로, 이곳의 대부분은 광어와 우럭을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연어 단독으로 판매되는 연어 전문점은 330곳(2018년 기준)에 불과하나, 국내 광어와 맞먹는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무한 리필 연어전문점들이 수도권과 대도시에 대거 생겨났고, 동시에 연어를 공급하는 ‘씨푸드레스토랑’ 시장규모가 2010년 1조 원 대에 진입하면서, 연어 소비 확대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연어시장의 성장은 국내의 양식산 활어와 달리 안정적인 공급체계와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한 시장분석이 끊임없이 진행되어 온 결과이다. 이에 반해 국내 양식어류는 대부분 ‘활어’로 기존 횟집에서 팔리고 있어 다양한 요리 연출이 가능한 연어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따라서 침체된 국내 양식어류의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존전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여기에서는 소비 촉진을 위한 생산자와 정부 역할을 나눠서 제언해 보고자 한다.

먼저 생산자는 일본의 수산물 소비 장려 정책인 ‘지산지소(地産地消)’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지산지소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 취지의 로컬푸드 운동으로, 주요 목적은 식량자급률을 향상시키고, 직거래와 가공 분야의 활성화를 통해 농림수산업의 6차산업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본 정책은 지역 내 소비자는 물론 관광객, 학교 급식까지 확대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성 구축은 물론 지역 내 수산물 소비촉진을 통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전역에서는 지산지소 캠페인과 함께 각종 홍보활동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지역에서 생산된 1차 농수산물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판매하고 있다. 농림수산성 설문 조사결과(2006년), ‘지산지소’에 대해 소비자의 대부분은 ‘신선・안심・맛좋음・친절・저렴함’ 이라고 답했다.

광어와 우럭의 주산지는 제주와 통영으로 각각 연간 1,500만 명, 1,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전국 유명 명소이다.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단순 ‘회’가 아닌 지역 특색에 맞춘 요리 제공과 여기에 스토리텔링까지 가미될 경우 또 다른 수요처 확보로 지금의 난간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지산지소’ 취지에 맞게 광어와 우럭이 지역 내에서 10~20%만이라도 소비된다면 지역 관광상품으로 안착될 수 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는 노르웨이형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르웨이는 연어 아이템 하나로 세계시장을 재패한 마케팅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는 1991년 수산연안부를 기반으로 설립된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가 있다. NSC는 관제조직이나, 활동은 민간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해외사무소(12곳 : 스웨덴, 독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칼, 이탈리아, 영국, 브라질, 일본, 싱가포르, 중국, 미국 등)는 대사관 내 설치되어 대사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매년 25개국에 약 500개의 마케팅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철저한 시장조사와 소비자 분석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신시장 개척에 공을 들인 결과, 2018년 노르웨이 수산물 수출은 146개국으로 매일 3,700만 명에게 제공되고 있다. NSC의 모든 경비는 100% 수출세에서 조달하며, 연간 예산은 43,300NOK(한화 : 590억 원, 2014년)에 달한다.

농업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스프리’, ‘썬키스트’ 역시 ‘공멸이냐, 생존이냐’ 의 기로 속에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따라서 현재 우리의 국내 양식어류산업도 지금의 위기를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과정이자 기회로 삼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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