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메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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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영택 발행인(수산해양정책학 박사)
  • 승인 2019.06.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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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 2012년 4월 2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는 수협중앙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이 성대히 열렸습니다. 기념식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였습니다.

이 날, 의미 있는 행사의 하나로 시인인 사홍만 장흥군수협 조합장(2018년 3월 작고)이 쓴 기념 축시 낭송이 있었습니다. 이 때 이명박 대통령은 옆자리에 앉은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에게 시를 쓰는 조합장도 있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일반국민들이 우리 해양수산계를 보는 시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갯사람이라고 하면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역동적인 이미지는 떠올리겠지만 문화예술을 가까이 하는 이들로 생각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다는 늘 그래왔듯이 예술가들에게 좋은 영감을 제공해 왔습니다. 하물며 바다와 일체화되어 누구보다 그이의 속살을 잘 아는 바다사람들이 예술적 감수성이 부족할 리가 있겠습니까? 실제로 원양(어)선 선원들이 등단하여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는 어촌계장, 서예를 즐기고 시를 쓰는 수협 조합원도 여럿 있습니다.

과거 로마제국 시대 정치가 가이우스 마에케나스(Gaius Clinius Maecenas)는 당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하여 문화제국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하였습니다. 현대에 와서 그의 이름을 따 기업인들이 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메세나(Mecenat) 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규모 있는 해양수산 기업들이 많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기업은 눈에 띄지가 않습니다. 한국메세나협회에 가입된 해양수산기업은 신라교역 단 한 곳 밖에 없습니다.

해양수산 분야에 기업들의 문화예술 후원이 미진하다보니 문화예술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이 부족하고 이것은 해양수산 업계 종사자의 문화예술 경험 소외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해양수산의 이미지 속에 문화예술은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현재는 정부(지방정부 포함)나 공공기관이 나서 문학, 사진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예술제 등에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정도입니다.

이제부터라도 해양수산 기업들이 바다를 소재로 하는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주문해 봅니다. 그리하여 전국 항항포포에 어업인과 선원들의 시가 울려 퍼지고 그림전과 연극제, 연주회가 열려 연안지역이 문화예술의 감성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상상력입니다. 이 상상력의 원천은 문화예술입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언젠가는 산업의 성장 동력이 됩니다.

해양수산계가 발전하려면 문화예술계와 적극적인 교류와 교감을 이뤄야 할 것입니다.

파블로 피카소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현실이라고 하였습니다.

바다로 몽상가들을 불러 모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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