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숭어
가숭어
  •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13.04.0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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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생활하는 숭어는 이름이 많기로 유명하다. 전국 각 지역별로 부르는 방언 이름이 어림잡아도 100개가 넘는다고 하니 이름 가짓수만으로 따지면 으뜸이다.

숭어(崇魚)는 그 자태가 수려하고 육질의 맛과 어란(魚卵)이 우수하다는 의미에서 명명된 이름으로 일명 수어(秀魚)라고도 부른다.

조재삼의 '송남잡지'에는 숭어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기록돼 있다. 숭어를 맛본 중국 사신이 이름을 묻자 통역관이 "수어"라고 답했다. 사신이 "수어(水魚)가 아닌 물고기도 있느냐"고 비아냥거리며 반문하는 것을 통역관이 재빨리 "백 가지 물고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물고기여서 수어(秀魚)라고 한다"고 답하자 사신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숭어의 종류로는 가숭어, 숭어, 등줄숭어가 있다.

가숭어는 눈이 노랗고 꼬리지느러미 뒤 가장자리가 얕게 패여 있다. 숭어보다 가늘고 체형이 길며, 성장이 빠른데다 맛도 뛰어나 겨울철 횟감으로 인기가 많아서 숭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양식되는 어종이다.

 '겨울 숭어 앉았다가 나간 자리 개흙만 훔쳐 먹어도 달다'는 속담은 겨울철 가숭어의 맛이 어떤지를 짐작케 하는 말이다.

반면에 숭어는 몸 색깔은 회청색이고 눈이 검고 꼬리지느러미 뒤 가장자리가 깊게 패여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겨울부터 늦봄의 보리가 팰 때까지 맛있어 ‘보리숭어’로도 불린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숭어(?魚)는 몸이 둥글고 까맣다. 눈은 작고 노리며, 머리는 편편하고 배는 희다…’고 하였는데, 그 시절에는 눈이 작고 노란 가숭어를 ‘숭어(?魚)’라 불렀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이후 언젠가 ‘숭어(?魚)’가 ‘가숭어(假?魚)’로 서로 뒤바뀐 것 같다. 가숭어의 방언이 참숭어이고, 숭어의 방언이 개숭어인걸 보면 더욱 그렇다.

 ‘참’이란 말은 진짜란 의미이다. 다들 자기 동네 앞바다에서 잡힌 숭어가 ‘참숭어’이고, 맛이 뛰어나다고 하니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백 가지 물고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물고기가 숭어 아니던가. 어디서나 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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