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healing)이 필요해!
힐링(healing)이 필요해!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 승인 2013.04.05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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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하는 단어를 보면 그 사회의 속성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 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요즘 회자(膾炙)되는 단어는 힐링(healing)입니다. 힐링이란 원래 특정 질병의 치료를 말합니다. 그러나 최근 유행하는 ‘힐링’의 의미는 신체의 치료만이 아니라 마음의 치유를 일컫습니다. 편안한 쉼터에서의 휴식, 스트레스를 풀고 지친 몸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서서 마음속에 품어둔 고민을 털어놓는다든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속엣말을 시원하게 토로하는 것입니다.

한때 웰빙(well-being)이란 말이 유행했었습니다. 웰빙이란 몸을, 그리고 재산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내용이었습니다. 적어도 국내에서만은 재산이 꼭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유하고 관리하는 힐링의 시대입니다.

힐링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힐링 뮤직, 힐링 댄스, 에코 힐링, 힐링 트레킹, 힐링 요가, 힐링 호흡 등이 있습니다. 아, 힐링 토크도 있네요. 모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토크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선 힐링’을 추가하고자 합니다. 배우이자 탤런트인 ‘차인표’씨의 경우가 자선 힐링의 대표적인 사례일 것입니다.

차인표 씨는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랍니다. 아내인 신애라 씨가 열심히 자선활동을 하는 것조차 탐탁지 않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아내가 자선단체와 함께 인도의 빈민촌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고 하였답니다. 집에 아이들이 둘이나 있는데, 엄마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봉사활동 한답시고 인도로 떠나는 것을 차표씨는 못마땅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가난한 아이들부터 먼저 도와도 되는데 굳이 인도까지 가서 봉사활동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화가 났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신애라 씨가 다른 급한 일이 생겨 못 가게 되어 차인표 씨에게 대신 가 달라고 부탁을 하게 됩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인도에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부인이 해야 할 홍보촬영을 대신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내가 가서 홍보 사진 찍는 것이 무슨 봉사냐. 촬영이지. 난 그냥 아내 대신 어쩔 수 없이 촬영하러 가는 것뿐이야.’ 그리고 그 단체에 전화를 합니다. “나는 당신들의 홍보촬영을 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항공권을 보내라”고 요구합니다. 그것도 비즈니스 클래스로... 그 자선단체는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그리고 봉사활동도 회원들 모두 자비를 들여서 가는 단체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바로 차인표 씨에게 비즈니스 항공권을 보냅니다.

인도에 도착한 그는 아침부터 얼굴의 반을 가리는 크고 진한 선글라스를 끼고 침묵을 지킵니다. 즉 다른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 모습을 본 일행들은 모두 무서워 말도 걸지 못합니다.

이제 인도의 시골 콜카타 지방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 다가 옵니다. 그 때 그 자선단체 대표가 그에게 와서 어렵게 부탁의 말을 합니다.

 “차인표씨... 아이들을 만나면 우리가 너희들을 사랑한다는 말을 좀 해주세요. 이 아이들은 태어나서 평생 누구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못 들어봤을 겁니다.”

차인표 씨는 생각합니다.  ‘뭐,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일행은 버스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인도의 도로 사정은 최악입니다. 게다가 모기마저 차내까지 들어와 극성입니다. 악조건에서 버스를 타고 5시간이 지나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이미 저녁 무렵이 되었고, 그가 버스에서 내리는데 그 곳 아이들이 모여서 박수를 치며 일행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는 버스에서 내려서 고개를 돌려 그 아이들을 봅니다. 

그리고 자선단체의 대표와 약속했던 그 말을 숙제하듯 빨리 해치워 버리고 싶습니다. 그가 아이들에게 다가가는데 더러운 아이들에게서 좋지 않은 냄새를 느낍니다. 그는 꾹 참고 아이들에게 다가갑니다.

제일 앞에 있던 한 아이가 눈에 띕니다.


7살 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그를 빤히 쳐다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밉니다. 그는 그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아이의 손을 잡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 아이의 손을 딱 잡았어요. 그런데... 딱 잡는 순간... 그 순간...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들리는데... 내가 너를 정말 사랑한다... 너는 정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우리 위로하면서 서로 같이 가자... 이런 목소리가 폭포수처럼... 막... 들리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그 아이에게 해주려고 했던 말을... 그 손을 잡는 순간, 그 조그만 아이가 반대로 저한테 해주는 거예요...”

제가 한 행동은 그냥...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아이의 손을... 그 아이의 손을... 잡은 것... 그 것뿐인데... 그 것을 통해서, 그 날 이후로, 내 인생, 내 삶, 내 가치관이 다 바뀌어 버렸어요... 오늘 이 시간까지 말입니다...”

진짜 힐링이란 이런 것 아닐까요?

경제적 여유만을 추구하던 웰빙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신정부의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소위 ‘상류사회’의 치졸한 단면을 보았습니다. 그 천박한 ‘웰빙의식'이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이제는 ‘힐링’사회입니다. 서로가 만나고 모여 위로를 주고 위안을 받는 공동체사회 말입니다. 다만 내가 그 대열에 끼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지,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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