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군수산업협동조합, 뼈를 깎는 노력으로 건전수협 전환 성공
장흥군수산업협동조합, 뼈를 깎는 노력으로 건전수협 전환 성공
  • 김비도 기자
  • 승인 2019.05.04 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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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탐방] 100년 전통의 수협정신 뿌리를 보여주는 조합

[현대해양]

협동조합 정신이 살아 있는 활선어위판장

4월 중순 아침 7시 30분. 전남 장흥군수협 대리 활선어위판장!

봄은 왔다지만 아직 바람이 차 두꺼운 옷차림의 어업인들 200명이 덕양만이 너그러이 배풀어 준 갯것을 풀어내느라 분주하다.

장흥산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낙지가 주를 이루고 광어, 한치, 꽃게 등도 눈에 띈다. 이름표를 붙인 어획물이 든 대야가 줄지어 서 있고 그 줄을 따라 수협직원이 순서대로 중매인과 흥정을 하며 가격을 매겨나간다. 매겨진 가격은 즉시 대형 모니터 화면에 표시된다.

요즘 제철을 맞은 장흥군수협 대리 활어위판장의 취급물량은 하루 100여 건이 넘는다. 어획량도 괜찮고 값도 좋았는지 어민들의 표정이 새벽공기 만큼이나 맑다.

2015년 장흥군으로부터 수협이 위탁받아 운영 중인 대리 활선어위판장은 대형 배들이 드나들어 위판량 규모가 큰 타 수협의 위판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러나 지역 어업인들에게는 이만큼 고마운 위판장이 없다. 소량이라도 그 때 그 때 작업한 어획물을 판매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위판을 끝낸 어민들이 밖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서 수협의 역할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여기 배들은 다들 1~2톤 내외의 소형 어선들이라 잡는 양이 적어요. 수협에서 활선어위판장을 운영해 주니까 정말 고마운 거지요”, “이런 것이 진정한 수협의 정신이고 역할이지요”

 

102년 전통이 살아있는 수협정신의 뿌리 조합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조합은 한눈에도 표가 난다. 회진항에 자리잡고 있는 장흥군수협 본사는 최신식 건물을 몇 층씩 올리는 여느 다른 조합과는 달리 단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넓은 부지가 있고 조경수도 잘 정돈되어 있어 편안함이 느껴진다. 유류공급시설도 함께 있어 어업인들이 수협을 겸사겸사 자주 찾겠다 싶다.

어업인에게 문턱이 낮은 수협임이 틀림이 없어 보인다.

수협건물 앞으로 역사의 때가 묻은 기념비들이 줄을 서 있다. 장흥군해태어업조합 창립20주년 기념비, 장흥군수산업협동조합 창립 100주년 기념비. 또 사홍만 전 조합장의 공적비도 있다.

올해로 102년 된 장흥군수협의 역사를 살펴보자.

장흥군수협의 시작은 1917년 11월 5일 설립된 장흥군 수산조합이다. 1923년 장흥군 해태조합으로, 1946년 장흥어업조합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1962년에 관산어업협동조합이 분할했다 1972년 장흥어업협동조합으로 다시 합병했다.

본소는 장흥읍에 있었으나 2004년 지금의 회진면으로 옮겨왔다.

장흥군수협은 42개 어촌계에서 2,208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연간 어획고는 지난해 기준 4,597톤, 2만4,579백만 원으로 낙지를 대표로 하는 연체동물이 가장 많은 생산액을 보였으며, 양으로는 해조류가 많다.

임직원 똘똘 뭉쳐 부실조합 탈출

장흥군수협은 1990~2000년대 초까지 발생한 부실대출로 미처리 결손금 230억 원이 발생했다.

이에 임직원들은 100년 전통의 수협을 살리자는 정신자세로 똘똘 뭉쳐 타 조합과의 합병명령을 철회시키고 경영정상화에 매달렸다.

먼저 조합장을 비롯하여 직원들의 급여를 동결했다. 그 기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그동안의 물가인상률을 감안한다면 급여를 30% 삭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와중에도 장흥근 인재육성 장학금으로 매년 1,000만원 씩을 기탁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3월 말에는 2010년부터 부실 수협 정상화를 위해 헌신적인 지도력을 보여 오던 사홍만 전 조합장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별세를 하고 말았다.

장흥군수협은 수장을 잃은 비보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조직을 추스르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 짐은 장부기 상임이사에게 넘어왔다.

장흥군수협에서 1980년 말단 직원으로 시작한 장 상임이사는 30년을 일해 온 직장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장흥군 등 행정기관으로 뛰어다니며 지게차, 탑차 등 차량 4대 지원을 받아내었고 허술하게 운영되던 유류취급소도 정비했다. 토요일 마다 출근해 어민들에게 직접 기름 제공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장흥군수협의 지난해 실적은 상호금융에서 756억 원의 대출금 확대를 통해 수익재원을 확보하여 3억8,300만 원의 흑자를, 경제사업에서 17억5,000만 원 등 종합수지 21억3,200만 원의 흑자를 시현하였다.

지난해 말 미처리 결손금을 27억 원으로 줄여 비로소 건전수협으로 확정되어 경영정상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앞으로 장흥군수협이 중점을 두는 사업은 군납사업이다. 현재 장흥산단에 가공공장을 준비 중으로 올 8월에 500평 규모의 냉동·냉장 시설이 완비된 낙지가공공장이 들어선다. 이렇게 되면 장흥 낙지를 신선하게 공급하는 콜드체인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조합원에 실질적 혜택을 주겠다는 이성배 조합장

지난 3월 13일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이성배 조합장이 당선됐다.

이 조합장은 수산분야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 장흥군에서 쇠미역과 꼬시래기를 처음으로 양식한 정통 수산 전문 경영인이다.

40년 동안 오로지 수산업에만 종사하며 양식, 품목개발, 수출 등의 경험을 쌓으며 대통령 표창, 국민총리 표창, 농수산부장관상, 수협중앙회장상, 새어민상 등을 받을 정도로 지역의 명망높은 우수 수산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이 조합장은 앞으로 4년 내 100년 전통의 옛 영광을 찾겠다고 다짐한다.

경영 효율화를 극대화하여 흑자를 내는 정상조합을 만들고 2021년을 기점으로 해 출자금배당을 시현해 내겠다고 공약했다. 또 유류대금에 부과한 조합발전기금도 폐지하고 지자체와 공조를 강화해서 활선어 위판장 시설확충과 냉동시설 확충으로 매생이 비축과 판로개척도 수협이 앞장서 나가겠다고 한다.

또 조합원 소득증대를 위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수산기자재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물론 조합원 의료복지사업, 안전관리·예방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또 최근 인슈가 되고 있는 귀어귀촌인들의 정착지원도 수협이 앞장서겠다고 한다.

이 조합장은 “그동안 조합이 경영정상화에 매진하느라 조합원에게 혜택을 많이 주지 못했다”고 하며 “이제는 출자배당도 하고 위판 대금 취급 출장소도 개설하는 등 경제사업 활성화를 통해서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조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경영 포부를 밝혔다.

암울한 터널을 지나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가는 100년 전통의 작지만 강한 조합, 장흥군수협의 앞길에 희망찬 무지개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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