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토속주로 강소기업 터 닦는다
명품 토속주로 강소기업 터 닦는다
  • 현대해양 기자
  • 승인 2019.05.0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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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자랑할 브랜드 만드는 게 목표

[현대해양] 강원도 속초 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가 진열된 냉장 쇼케이스로 다가가 대낮부터 술병을 하나하나 꺼내 이리저리 꼼꼼히 살피는 이가 있다. 뚜껑을 점검하고 물기를 닦아내기도 한다. ‘속초생탁’ 막걸리와 ‘설이소주’를 생산하는 ‘설악배꽃마을’ 양조장 오성택 대표이사다. 그는 효모가 살아있는 막걸리류는 병에 담은 후 포장상태가 달라질 수 있어 거의 매일 이런 작업을 한다고 한다.

오 대표가 양조장 대표를 맡은 것은 지난해 7월이다. 속초가 고향인 그는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도문 민속 마을에서 태어났다. 속초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일간 신문사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경제 전문지와 잡지사 기자를 거치며 14년간 언론계 생활을 하던 그는 2008년 기자직을 그만뒀다.

 

고향을 찾아

기자생활을 그만둔 그 해, 정보화마을 중앙운영사업단에서 프로젝트 매니저(PM)일을 맡아 2년간 전국의 농어촌과 산촌을 다니며 정보콘텐츠의 구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을 했다. 이 기간 동안 전국 농어촌의 현실적인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고, 기자생활을 그만두면 고향으로 가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했다.

소프트웨어 저작권협회 홍보팀장과 대외협력실장으로도 활동했다. 이 무렵 주말을 이용해 고향을 자주 찾아갔다. 귀향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속초에는 수산물 가공업체가 많다. 수산물 가공업과 식당, 식자재 유통도 생각해 봤지만 이는 고향 사람들 수익을 쪼개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슨 사업이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고, 경쟁이 되는 업종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귀향을 하려는 데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어머니를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늘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0년, 막걸리 붐이 일기 시작했다. 까다로운 주조허가가 완화되면서 토속주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다. 그런데 설악산이 품고 있는 속초는 연간 1,700만 명이 찾는 최대 관광도시임에도 지역을 대표할 만한 전통주 브랜드가 없었다. 그는 제대로 된 지역 토속주를 만든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곧바로 토속주의 제조방법과 시장현황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토속주에 관심 갖고 귀촌 꿈꿔

예로부터 술은 우리 생활과 늘 함께 해왔다. 하지만 일제가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수탈 목적으로 주세를 과중하게 부과하는 바람에 지방 고유의 전통 토속주가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일제강점기 36년간은 우리 전통 토속주의 암흑기가 되고 말았다.

해방 이후, 토속주가 생산됐지만 쌀 부족으로 밀가루를 원료로 술을 만들 수밖에 없었고, 자연 술맛 때문에 토속 막걸리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 후 쌀의 자급자족이 이루어지면서 쌀 막걸리를 생산하게 됐고, 술의 질이 좋아졌다. 이 쌀 막걸리가 일본으로 수출되자, 일본인들의 반응이 뜨거웠고, 막걸리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와 함께 국내 막걸리 소비량도 크게 늘었다.

2017년 초, 오 대표는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가 속초에서 양조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비선대 휴게소에서 20년 넘게 전통적인 방법으로 토속 막걸리를 만들어 온 최세일 씨다. 지인을 통해 만난 오 대표와 최 씨는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최 씨는 재래식 방법으로 전통주를 제조하는 비법은 가지고 있었지만, 신제품 개발, 유통, 판로 등 마케팅 부분에서 함께할 파트너가 필요했다. 두 사람은 함께 힘을 합해 토속주 브랜드를 만들어 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 확신했다.

 

전통의 맛 살린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2017년 3월, 양수도 계약을 맺고 오성택 씨가 2억 원을 투자해 주식지분을 보유하며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창업자인 최 씨는 생산총괄 본부장을 맡고, 홍보 마케팅에 경험이 많은 오 씨는 경영 전반과 함께 브랜드 홍보와 판매 업무를 맡기로 했다. 그간의 사회생활로 얻은 경험이 자산이 된 것이다.

이들의 양조장은 속초시 이목리(노학동)에 있다. 이목리는 설악산 미시령 끝자락에 있는 청정지역이자, 막걸리 발효에 유해한 잡균의 근접을 막을 수 있는 최적지다. 예로부터 좋은 술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 양조장은 ‘속초생탁’ 등 4종의 전통 토속 막걸리와 ‘설이소주’로 대표되는 정통 증류 소주, 약주인 ‘설이주’ 외에도 중국과 동남아를 겨냥한 전략 수출용 ‘설이인삼주’ 등을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다. 알코올 40%인 ‘설이소주’는 2016년에 ‘강원명주’로 선정된 강원도 대표 증류 소주이기도 하다. 앞으로 설이소주의 마이너 버전으로 25도짜리와 누구나 즐겨 마실 수 있는 17.5도짜리 대중 소주도 생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설악배꽃마을’ 양조장은 옛날 방식으로 술을 빚어 전통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소주는 생쌀 발효기법을 이용해 증류식으로 빚어낸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술은 동해안의 해양심층수가 들어간다. 심층수는 깔끔한 맛과 함께, 먹는 물 중에서 미네랄이 가장 풍부해 건강에도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발효중인 막걸리 원액
발효중인 막걸리 원액

 

귀어? 귀촌?

오성택 대표는 영업현장을 직접 뛰며 제품을 홍보함으로써 판매자와의 유대관계도 돈독하게 유지하고 있다. 초·중·고를 속초에서 다닌 오 대표는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친구들이 많다. 이들 지인들에게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알리는 깨알 홍보도 빼놓지 않는다. 지역홍보와 함께 서울의 유명 음식점 몇 군데에는 플래그샵 형태로 ‘속초생탁’을 홍보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 대표의 토속주 알리기에 쏟은 노력의 결과는 올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속초의 대형매장에서 ‘옥수수동동주’, ‘속초생탁’과 고급소주 ‘설이소주’ 등 지역 술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이제 지역민들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술의 종류와 맛을 알게 되었고,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판매자와 소비자의 여론을 받아들여 새로운 술을 개발하고, 트렌드에 맞지 않아 소비자로부터 멀어지는 술은 과감하게 없앤다.

“운영자라면 누구나 사업규모를 키우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규모나 매출을 키우고 늘리기 위해 무리한다면 본질인 품질 개선이나 새로운 술 개발에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매스마케팅을 하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비용을 쓰는 것보다 원칙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이 저희 양조장이 추구하는 지향이자 가치입니다.”

오 대표는 매달 일정금액을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하는 것은 물론, 각종 지역 행사에도 지속적으로 협찬을 하고 있다. 또 지역민을 우선적으로 채용하여 저소득층, 고연령층, 경력 단절녀 채용 등에 앞장서고 있다.

 

企業報鄕

지방에서 양조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구 9만 명 남짓한 속초라는 시장은 협소하다. 그러나, 그는 속초가 내륙 최고의 관광지라는 이점을 최대로 활용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양조장의 한 해 매출은 3억 원 내외 3년 안에 매출 10억 원 규모로 키우는 것이 중기 목표다.

“작지만 단단한 기업, 무엇보다 오랫동안 지역민과 함께하는 양조장이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고향 분들이 자랑할 만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예요.”

‘기업보향(企業報鄕)’. 양조장 한 편에 마련된 오 대표 책상 뒤 벽에 붙은 족자에 적힌 글귀의 의미가 새삼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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