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이 국부의 원천이 되려면
해양이 국부의 원천이 되려면
  • 박한일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 승인 2013.04.0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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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일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어느 섬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하루 종일 일을 하여 생선 두 마리를 잡았다. 겨우 굶어 죽지 않을 만한 양이었다. 배를 곯지 않으려니 생선 잡는 일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메마르고 팍팍한 삶이었다.

어느 날 한 젊은이가 굶기를 각오하고 하루를 투자해 그물을 발명해냈다. 그리고 그 그물을 이용해 하루 생선 네 마리를 잡게 된다. 그는 이제 여분의 생선으로 물물교환을 하여 사과를 얻기도 하고, 비축해 둔 생선을 먹으며 하루쯤 여가를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그물 기술은 사방으로 전파되었다. 그 결과 섬사람들 모두 네 마리의 생선을 잡게 되고 살림살이는 넉넉해졌다.
그 섬의 살림이 나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물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생산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국가가 부강하려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든, 무역을 촉진하든,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든, 위 젊은이 같은 인재를 키워 기술을 혁신하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쨌든 핵심은 생산성을 확보해야 국가가 유지되고 발전한다는 사실이다.
 
새 정부가 정부 조직을 개편하면서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켰다.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사라진 5년’ 동안 절치부심해온 해양수산계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게 된 것이다. 해양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기후 부문이 제외되고 연안 도서관리, 해양플랜트 분야 등의 편입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해양수산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 부활을 계기로 해양수산계가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은 사실이다.

한 부서를 설립하고 운용,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국가자원이 소모된다. 그 부서가 비용 이상의 부가가치를 현재 또는 미래에 창출할 전망이 없다면 존립의 근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과거 5년 전 해수부가 사라진 것이 해양의 통합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MB정권의 정치 공학적 의사결정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원망과 불만 이전에 당시 해수부가 생산성의 측면에서 바다를 충분히 활용하여 국부를 증가시키고 국민 삶의 개선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일반 국민이나 정치인들을 확신시켰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지금까지 해양산업은 육지에서 만들어진 상품의 이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해운, 항만, 물류와 그 수단으로서의 조선 산업에 편중되어 왔다. 바다의 표면만을 운송 루트로써 활용해 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제 세계는 바다를 ‘인간의 또 따른 삶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운송 외에 자원과 에너지, 해양생태, 공간의 활용, 안보 차원, 저탄소 녹색성장, 종 다양성 보존, 자연재해의 방지, 문화와 레저라는 소프트한 면까지 광범위하게 관심을 넓히고 있다. 해양산업의 환경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와 경쟁의 구도 속에서 해양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의 독립과 같은 제도적인 문제 외에 해양관련 인적자본의 확충이 아주 시급한 문제이다. 인적자본이란 인간이 체화한 지식과 경험을 의미하는데 대부분 교육을 통해서 얻어진다.
 
현재 우리나라에 해양이나 수산관련 대학생 수는 전체 대학생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소수이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정부가 대학 입학생 수를 계속 감축하다 보니 해양 분야 대학생 수도 줄어 왔다. 게다가 해사 및 해운산업계에서는 고급해기사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늘기는커녕 줄었으니 말이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선복량은 지난 30년 동안 10배 이상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해기사의 배출인력은 30년 전 그대로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해양 분야, 다시 말해 해양관련 인문학 및 사회과학, 해양과학기술, 해양공학 등의 각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한편 해양산업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력수급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해양대학교는 해사나 선박과 같은 전통적인 해양 관련 교육 외에도 해양법률, 해양경찰, 선박금융, 해양과학, 해양에너지자원 등의 다각적인 지식기반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적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가난한 섬 청년이 그물을 개발하여 섬 전체의 생산량을 늘린 것처럼 인재에 대한 투자는 우리나라 해양산업, 나아가 21세기 대한민국의 국부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이다. 부활한 해양수산부가 할 일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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