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모셔오기’ 한・중・일 맞대결
‘크루즈 모셔오기’ 한・중・일 맞대결
  • 현대해양 기자
  • 승인 2019.05.0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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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있는 국가 지원 시급

[현대해양]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들의 관심이 아시아 크루즈 시장에 몰리는 가운데 기항지 선택권을 가진 선사들의 갑질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는 모양새다.

아시아 크루즈 시장 맑음

전 세계 크루즈 선사 협회 CLIA(Cruise Line International Association)는 지난해 세계 크루즈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약 7% 늘어난 2,850만 명, 2019년 전망에서는 2018년 대비 약 5% 늘어난 3,000만 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1,424만 명(50%)로 절반을 차지했으며, 유럽 717만 명(25%) 아시아·오세아니아 570만 명(20%), 남미 93만 명(3%)으로 조사된 가운데 특히, 카리브해, 지중해, 알래스카에서 국한됐던 주요 기항지가 최근 들어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는 기류가 관측되며, 10년 이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CLIA 분석자료에 따른면 지난 2016년 기준 세계 크루즈 선박은 300여 척이 운항중이며 카니발 코퍼레이션(Carnival Corporation), 로얄 케리비안 크루즈(Royal Carribbean Cruises), 노르웨이 크루즈 라인(Norwegian Cruise Line), 엠에스씨(MSC, Mediterranean Shipping Cruise) 상위 4개사가 크루즈 승객의 86.8%를 차지, 수입의 81%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크루즈선사들은 축적된 유통망과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선봉장으로 나선 선사는 이탈리아의 코스타 크루즈(Costa Cruise). 코스타 크루즈가 중국시장 진출을 저울질 하던 지난 2015년 시범적으로 출시한 중국발 크루즈상품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유수의 크루즈선사들이 중국발 상품을 쏟아내는 형국이다.

로열 캐리비안 크루즈는 아시아 최초로 14만 톤급 대형 크루즈선을 투입했으며, 프린세스 크루즈(Princess Cruise)도 아시아 최초로 마제스틱 프린세스(Majesty Princess)라는 신조 크루즈선박을 투입하는 등 크고 작은 크루즈 상품들이 물밀듯이 몰려오고 있다.

 

갑질 속 크루즈 유치에 ‘안간힘’

한·중·일 각국은 대형 크루즈선 및 크루즈 승객 유치를 반기고 있다. 각국은 ‘물 들어왔을 때 노 젓겠다’며, 자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인 모항크루즈 상품을 만드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예를 들어 도쿄에서 출항하는 크루즈 상품을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 혹은 여행사가 만들면 자신들의 유통망을 통해 전 세계로 풀리게 된다. 도쿄 출발 크루즈를 선택한 외국인은 승선 당일 도쿄에 입국하는 경우보다는 그 전에 도착해서 도쿄를 관광하고 크루즈에 승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같이 모항크루즈 상품은 항공, 숙박, 관광 등 여러모로 지역에 경제적으로 유리한 효과를 창출한다. 아시아 크루즈 기항지 선정요인에 관한 실증연구(2018. 1. 4, 한철환, 김현석) 논문에 따르면 아시아지역에 크루즈 관광객이나 선사들은 항공연계성과 호텔수, 배후지역의 관광매력도가 높은 곳을 기항지로 선호한다고 한다.

지난 2015년 이후 동북아시아의 대부분 크루즈 상품은 중국 발착(發着)의 크루즈로 한국, 일본을 경유하는 항로가 대부분이다. 최근엔 중국발 상품뿐 아니라 일본발, 한국발도 만들자며 타 국가들도 대형 선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와 같이 대형 크루즈 선사들이 기항지 선택권을 쥐고 있다보니 기항 조건이 적합한지 여부 이외에 다른 조건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선사들은 기항지로 선택하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하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

A 항만공사 크루즈마케팅 담당자는 “우리 항만에 기항해달라고 선사에 요청하는 단계에서 크루즈선 입출항료 접안료 전액 면제, 세 번 출발에 얼마의 할인율 제시 등 상품기획을 해주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서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관광공사 등 정부가 직접 선사상품을 홍보해 주겠다는 조건도 붙인다는 사실이 후문으로 들려온다”고 밝혔다. 이는 1박 이상의 장시간이 아닌 단순 기항의 경우에도 인센티브를 강요받고 있다.

인센티브 수준은 대외비이기 때문에 알아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확한 인센티브 액수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일본 외신 Marinavi에 따르면 한국이나 일본의 주요 항만 당국이 항 차당 수천만 원(수백만 엔)에서 수억 원(수천만 엔)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외국적 크루즈를 유치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고 알려졌다.

가 예약 취소도 압박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대형 크루즈 선사가 기항지를 예약했다가 기항 직전에 취소하는 사례가 지난해부터 속출하고 있어 항만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이는 타 선사들이 해당 일정에 기항할 것으로 예상해 선사가 미리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

일본 외신에 따르면 선사들이 무리한 기항예약을 공세 할 때 항만측에서 반대의사를 밝히면 차년도 기항 후보지에서 제외 시킨다며 협박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합리하지만...

대형 크루즈 선사들이 이러한 크고 작은 불합리한 요구들을 봇물처럼 쏟아내는 상황이지만 각국은 정부 차원에서 감내하면서까지 크루즈 유치에 몸부림치고 있다. 모항크루즈로 얻는 경제적 효과가 크고 장기적으로 크루즈 산업이 국가 성장 동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드로 직격탄을 맞아 주저앉은 국내 크루즈 시장도 중국 관광객이 다시 일으킬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사람들을 비롯해 동북아 아시아 국민들의 휴가는 일주일 정도로 일정한데 중국발 크루즈를 타는 중국인들도 일본 규수로 가는 길목 제주도를 억지로 들리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이 높다”며, “짧은 일정동안 여러 군데 둘러보고 싶은 욕구가 높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기항지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수용하며 유치에 나서야 하는 사정이다.

B 항만공사 관계자는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인센티브까지 지불하고 있는데 비해 항만공사에서만 인센티브를 마련하라며 정부(해수부, 문체부)와 지자체는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 주소이다”라고 전했다.

모항크루즈 유치를 위해서도 난관이 산적해 있다. 해수부, 문체부, 지자체가 나서서 세계 선사들이 모인 유수의 크루즈 박람회 등에서 마케팅, 영업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의 기항지를 소개하는 수준이다.

B 항만공사 관계자는 “인센티브가 버젓이 모항크루즈 상품 개설에 통상적인 요건인 경쟁구도에서 인센티브가 없이 현재 대형크루즈 선사들이 부산, 인천, 여수, 제주 등에서 출발하는 상품 개설을 요청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A 항만공사 관계자는 “모항크루즈 유치의 관점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불리하다. 세계 글로벌 크루즈 선사들에게는 아직 한국시장은 검증이 안 된 상태이므로 크루즈 선사 입장에서도 한국을 모항으로 만든 상품이 모객이 안될 때를 대비한 그 만큼의 보험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인센티브가 필요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최근 이러한 왜곡된 시장구도를 피해자 스스로가 결속해서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크루즈 컨설턴트사 간부는 “이제 각국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서비스의 무상(無償)·유상(有償)의 구별도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며 모두가 공멸의 길로 가는 왜곡상태에서 벗어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일본 외신을 통해 전격 제안했다.

 

자국 선사 상품 입지 확보와 맞물려야

대형 선사들이 보기엔 우리나라는 크루즈 볼모지이며, 수요도 크지 않아 구미 당기는 기항지로 선택될 여건이 좋지 않다. 크루즈 상품이 뿌리 내리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국민들의 무관심이 손꼽힌다.

크루즈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크루즈 이용객의 욕구를 충족하는 상품개발, 마케팅, 영업을 지원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장원 해양수산개발원 해양관광·문화연구실장은 “크루즈관광 산업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자국민만의 크루즈 문화를 확립할 수 있도록 국적선사를 육성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음성적인 영업 방식을 통해 유치한 크루즈 상품은 얼마 못가 한계에 봉착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작금과 같은 해외의 대형 크루즈 선사 유치 전략과 더불어 중장기적으로는 자국 선사, 상품 구축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오래 전부터 국적 크루즈 선사를 중심으로 크루즈 산업 활성화를 유도한 일본에서는 크루즈 전용 선석도 100개소가 넘는 등 풍부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크루즈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다.

매년 연속적으로 일본 발착 상품을 개설, 취항하면서 국민과 접점을 넓혀온 일본은 지난해에는 기항횟수(1,015회)가 전년대비 35%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일본이라는 국가 브랜드도 일본 크루즈 상품을 견인했다.

최근 우리나라도 크루즈 인프라, 상품이 구축돼 크루즈 활력 제고를 위한 큰 줄기는 잡힌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개장한 ‘인천항 크루즈 터미널’은 세계 최대 규모인 22만5,000톤급 크루즈도 접안이 가능한 아시아 역대급 규모이다.

기존에는 크루즈 전용 선석이 없어 화물차가 다니는 컨테이너 부두에 댈 수밖에 없던 우리나라도 외국인 승객들에게 크루즈 국가라는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롯데관광개발은 터미널 개장식과 맞물려 올해 첫 인천항을 모항으로 출발하는 이탈리아 선사 ‘코스타크루즈(Costa Cruise)’의 11만4,000톤급 ‘코스타 세레나호(Costa Serena)’를 운항하는 등 모항크루즈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불리한 경쟁구도 속에서도 우리나라 크루즈가 대반등 하기 위해 단기, 중장기전략이라는 수레바퀴 양쪽 바퀴가 잘 맞물려 가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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