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사와 어업유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어업사와 어업유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 채동렬 경남 발전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9.05.07 12: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8월 연세대학교 박물관 연구팀의 강원도 정선 매둔동굴 발굴조사에서 구석기시대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물추가 발견됐다. 모두 14점의 그물추가 출토되었는데 모루망치떼기 방법(판판한 받침돌인 모룻돌에 자갈을 올린 뒤 망치로 때려내는 방법)으로 제작되었으며 최대 길이는 37∼56㎜, 무게는 14∼52g에 이른다고 한다.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이 그물추는 약 2만 9,000년 전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어 인류의 물고기잡이 역사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유물 중 시기적으로 가장 이른 그물추임이 밝혀졌다. 이전까지는 일본 후쿠이현 도리하마 패총과 충북 청주 사천동 재너머들 유적에서 확인된 약 1만년 전의 그물추를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그물추는 구석기 인류의 생활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그물사용 시기를 3배나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증거물로서 어업사적 관점에서 매우 큰 가치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수산업사 연구자들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수산업사 연구를 개척한 사람은 구)부산수산대학교 자원경제학과의 박구병 교수이다. 박 교수는 선사 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산업에 대한 방대한 사료를 수집·연구해 우리나라 수산업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데 기여했다. 박 교수의 타계 이후 수산업사 분야 전문 학술지인 「수산업사연구」는 절간되어 우리나라에서 수산업사 분야의 학술연구는 명맥이 끊어진 상태이다.

한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국가중요어업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실적이 단 한건도 없음이 지적되었다. 2002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의 독창적인 농어업문화, 인류진화 시스템 및 생물다양성의 보전으로 지속가능한 농어업을 성취하고 통합접근 방식의 농어촌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농어업 유산자원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이의 발굴 및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2012년부터 ‘국가중요농어업유산제도’를 도입했다.

어업유산은 지역주민이 환경에 적응하면서 오랜 기간 형성·진화해 온 것으로 보전 및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 어업활동시스템과 이의 결과로써 나타난 어촌의 경관 등 모든 산물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어업유산이 가진 가치를 세계유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업유산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가중요농업유산 12개 중 4개가 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었으나 국가어업유산은 아직까지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되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어업유산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중요어업유산 선정 등 중요한 결정에 전문가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으나 이에 참여하는 자문위원들도 정년퇴직이 가까운 분들이다. 어업사를 전공하고 이 분야의 학술연구를 계속 이어가는 전문가의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제부터라도 어업사와 어업유산에 대한 학술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체계적인 지원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