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에 빠진 근해안강망 업계
혼란에 빠진 근해안강망 업계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9.03.30 09:26
  • 댓글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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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어업자협약 불구 개정 수산자원관리법 강행 예정

[현대해양] 지금까지 우리나라 어업자원관리는 정부주도로 이뤄져왔다.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에 들면서 수산자원의 감소세는 급격해졌고, 현재도 연근해어업생산량은 100만톤 선에서 머물며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학계 및 수산업계에서는 그간 정부 수산자원관리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고, 정책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2016년 5월, 해양수산부는 어획량의 감소원인을 혼획으로 보고, 미성어의 어획비율을 낮추는데 주력, 개정된 ‘수산자원관리법’을 통해 수산자원 관리를 한층 더 강화했다.

정책의 주요 내용은 휴어기·금어기 어종 확대와 포획금지 체장 설정이다. 올해까지 단계적으로 혼획률을 20%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단, 어업인들이 자체적인 자원관리 등을 내용으로 한 ‘어업자협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2019년 4월 30일까지 법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소위 ‘자율적 어업자원관리제’라 명명돼 온 제도다.

2016년 대형선망수협 등 5개 단체는 자체적으로 어업자협약을 체결하고 정부의 승인을 각각 받았다. 어업자협약의 내용은 일정기간 조업을 중단하는 ‘휴어제’를 기반으로 하고, 추가적으로는 어구제한, 어업인 교육, 수산자원 방류 등의 이행사항을 담았다.

제주 근해에서 조업중인 근해안강망 어선
제주 근해에서 조업중인 근해안강망 어선

업계의 ‘자율적 자원관리’를 위한 노력

대형선망수협은 휴어제를 기본으로 하되 추가적으로 조업 시 사용하는 등선의 조명 밝기를 제한하기로 했다. 대형선망수협은 2005년부터 자체적으로 휴어제를 시행해 왔으나 지난해 1개월을 연장하고, 올해 또 1개월을 추가해 총 3개월의 휴어기간을 가졌다. 추가적인 휴어에 대해 선주들은 선원들에게 최저임금 지급을 약속했다. 이 외에도 일정량 이상의 치어가 어획된 해역에서 조업하는 어선에 대해서는 조합에서 어장이동명령을 내리고 있다.

이에 대한 결과로 고등어의 경우 기존에 비해 어체의 크기가 커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어업경영 측면에서는 휴어기간 확대로 수입은 감소한 반면, 인건비 등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경영난은 가중됐다. 또, 휴어제 기간 동안 국내산 고등어의 시장반입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 자리를 수입산이 잠식하는 역효과도 함께 나타났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의 경우는 휴어제를 기본으로 직접적인 자원 증대를 목적으로 한 종묘방류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수협은 대형트롤, 외끌이·쌍끌이 기선저인망어업 등 각기 이해관계가 상이한 3개 업종이 하나의 조합을 구성하고 있다. 이번 자율적 수산자원관리를 계기로 3개 업종이 같은 목적으로 의견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조합원들은 향후 휴어기간의 연장, 조업기간 단축 등과 같은 수산자원 관리를 위한 자체규제, 직접적인 자원조성 등을 더욱 강화하는데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해안강망수협은 휴어제, 방류사업, 세목망 사용 금지, 어업인 교육 등 가장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율적 자원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업종이라 할 수 있다.

근해안강망수협의 어업인 참여 수산자원관리의 특징 중 하나는 단순히 휴어제만이 아니라 어구제한을 함께 시행한다는 것이다. 기존 근해안강망에서는 세목망을 사용하였는데, 이의 사용을 2016년 5월부터 전면 중단하였다. 세목망은 그물이 촘촘하여 멸치, 베도라치, 곤쟁이, 까나리 등 먹이사슬 하부에 위치하는 소위 ‘먹이어종’을 어획하는데 사용되었다. 어업인 교육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교육 내용은 수산자원 기초교육 및 폐어구 무단투기 방지 등으로 수산자원 관리에 대한 필요성 및 인식을 제고하고 있다.

 

해수부, 더 이상 유예는 어렵다

그러나 법 적용 유예 종료시점이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지금, 근해안강망업계는 더 없는 혼란에 빠져있다. 업계의 주장에 의하면, 그동안 어업자협약에 따라 정부의 방침을 이행하려 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법 적용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근해안강망수협 관계자는 “업계에는 초미의 관심사지만,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어업인들은 매일매일이 갑갑한 상태다. 우리 근해안강망은 정치성 함정어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비선택적 어업인데, 정부는 어구를 개선할 수 있는 R&D 사업은 수행하지 않고 무조건 잡은 고기를 버리라고만 한다. 법 적용이 되면 어업인 생계에 막대한 영향이 있음은 물론이고 모두 범법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강경한 입장이다. 현시점에서 해수부는 법 적용에 더 이상의 유예는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미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주었기에 더 이상의 유예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어구 개량에 대한 대책 없어”

어업자협약은 해수부장관 또는 시도지사의 승인을 거친다. 수산자원관리법 28조에도 규정된 사항이다.

지난 2016년 3월 29일 체결한 근해안강망 ‘포획채취금지 체장기준 준수를 위한 어업자 협약서’에는 부칙 3조에는 재검토 기간에 관한 사항이 명시돼 있다.

내용은 “적용유예 경과조치 기간에 정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R&D)이 지연될 경우 근해안강망어업(60톤이상)에 한해 그 타당성을 검토하여 해양수산부에 법 개정 및 유효기간 연장을 요청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이에 해수부는 지난 2016년부터 매년 공고를 실시하여 총 10억, 당해연도 128억 규모의 ‘안강망어업의 미성어 혼획저감장치 개발’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힘써왔으나 용역 수행자를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혼획저감장치를 개발하려면 미성어의 양이나 종류, 해당 그물코에 따른 미성어의 탈출 여부에 대한 조사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데, 근해안강망 어구의 특성상 이 조사를 수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용역 수행을 위해서는 어구 전체를 더 큰 그물로 싸서 탈출하는 고기의 종류 및 양을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근해안강망 어구는 길이가 100미터가 넘고, 사각형으로 된 입구의 폭만해도 수십미터에 이른다. 이 어구를 둘러 쌀 수 있는 바깥그물 제작이 힘들뿐더러 제작했다손 치더라도 조류에 따라 어구와 바깥그물을 바다에 푸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또, 조업이 진행되고 수산생물 등이 어구 끝부분의 곳도(자루그물)에 몰리면, 무게 때문에 그물의 일정 부분이 아래로 처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렇게 되면 기존 어구가 바깥 그물과 겹쳐져 미성어의 탈출을 막아버리게 된다.

해역에 따라 전후좌우로 바뀌는 물살도 조사에 난관으로 작용한다. 기존 어구는 중심추에 따라 좌에서 우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바깥 그물은 좌우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어구와 맞닿아 엉켜버리게 된다.

 

어구개발 R&D를 둘러싼 공방

지난해 12월, 법 적용 유예 기간을 6개월 남긴 시점에서 해수부는 어렵게 관련 용역을 수행할 전문가를 섭외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전남대 수산해양대학 이경훈 교수팀이다. 이 교수팀이 수행한 용역은 ‘안강망어업의 미성어 혼획에 관한 해상 조사’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해수부 홈페이지에서는 관련 공고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근해안강망 어업인들은 “이 용역은 말단부인 자루그물에만 집중되는 어획량 및 미성어 탈출 여부에 관한 조사 용역이지, 어구 개선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R&D의 조건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용역을 수행한 이경훈 교수조차도 [현대해양]과의 인터뷰에서 이 용역은 R&D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서 시행한 이 용역은 근해안강망어업의 혼획을 줄일 수 있는R&D가 될 수 없다. 이 용역은 조사·연구(Research)로서만 그칠 뿐, 개발(Development) 단계가 없어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단지, 그물코를 바꿔서 (말단부 자루그물에) 고기가 잡혔나를 조사하는 시험조업 수준의 용역이다. 해결책을 마련하려면 혼획저감장치(BRD, Bycatch Reduction Device)를 적용해서 미성어의 감소 여부를 알아봐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해수부 측은 근래에 시행한 용역이 R&D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물코, 그물크기에 대한 시험어구 테스트는 거친 상태”라고 대답했다.

한 해수부 관계자는 “시험 조업을 통해 기존 38mm 그물코를 확대해 40mm, 50mm로 테스트를 해 봤다. 결국 어구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구를 개발할 때도 미성어를 빠져나가게 하는 어구, 그물코를 키우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다. 다시 어업인들과 대화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R&D 조항은 해석하기에 따라 반드시 정부가 수행해야 하는 강제 사항도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어업자협약 상의 조문해석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소지도 있다.

해수부가 실행한 시험조업이 R&D냐 아니냐를 두고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근해안강망업계는 해수부가 몇 차례의 시험조업 용역을 실시해 어업자협약에서 약속한 R&D를 대체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한 어업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해수부 방문 때부터 지금까지 ‘당시 실행하는 시험 조업이 R&D인가’ 하는 거듭된 질문에 해수부는 거듭 R&D가 아니라고 답했고, 자루그물의 그물코라도 늘여서 용역을 수행해야 법 적용 유예에 대한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래는 해수부가 법 적용 유예를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수산비전 2030 정책이 나오고, 자원관리정책이 TAC 확대 쪽으로 결정이 나면서 해수부가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어업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수부가 실시했어야 할 어구개선 R&D를 수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축소 실시한 것이고, 업계에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행정을 강행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사안이다.

 

TAC 확대와 자율적 어업자원관리

이 사안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치어 혼획을 막을 수 있는 수산자원관리 행정의 목적성에 대해서는 공감했으나, 현실적 대안 없이 법 적용을 강행하는 행정과 업계가 처한 현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입장을 표명했다.

이상고 부경대학교 수산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TAC 제도를 주 어업관리수단으로 할 것이면 기존 규제관리제도는 소거하든지 덮어야만 한다. TAC 제도는 어업인 스스로 경제성을 고려해 치어 혼획을 지양하는 제도인데, TAC를 시행하면서 체장규제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은 어업인에게 가혹한 처사다. 어업정책이란 것은 어업을 영위하면서 효율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어업인들이 스스로 책임을 가지고 어업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선임연구위원은 이 사안에 대한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자원관리형 어구어법 개발, 실시간 어장이동명령제 도입, 선택적 조업이 가능한 노하우 및 장비 개발을 위해 정부가 투자와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감척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어업관리제도는 어구어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덧붙여 정부는 어종에 관한 금지체장 및 혼획률 규제를 통해 치어의 남획을 막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들은 현실적 대안 마련과 어업인의 규제 순응, 자율적 참여 없이는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고 분석된다.

소위 ‘자율적 어업자원관리’ 연구를 주도했던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이창수 책임연구원은 “현 규제제도로는 혼획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어업인 참여 수산자원관리는 정부의 불완전한 어업관리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피력했다.

정부가 어업자원관리를 위해 꺼내든 또 하나의 카드가 어업인들에게는 자칫 규제의 칼날로 변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수산계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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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희 2019-04-06 17:56:32
어민들에 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요.
해수부는 어민의 상황을 좀 더 정확히 알아보고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최장군 2019-04-06 15:10:10
어민을 위한 해수부가 아니라 죽일려고하는 해수부냉

김성호 2019-04-05 17:42:12
TAC 도입???? 하여간 생각하는 꼬라지하고는 해수부가 다 글치 뭐....

바다사나이 2019-04-05 16:58:35
일방적인 정책추진으로는 반발만 키우게 됩니다
어민들은 호구가 아닙니다

문재성 2019-04-05 16:10:35
해수부 부활시켰으면 일 제대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