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C 의무화, 제대로 갈 수 있을까
TAC 의무화, 제대로 갈 수 있을까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9.04.0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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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정의 공정성 확보와 불필요한 규제 풀어야”

[현대해양] 정부가 밝힌 ‘총허용어획량 제도 적용 의무화’를 앞두고 어업인들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TAC 제도 도입 20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정부가 어종, 어법, 어구 등에 따라 다른 다양한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속히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지난 2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8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2019년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수산업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수산혁신 2030 계획’을 확정했다.

수산자원 감소로 위기에 직면한 연근해어업은 종전의 생산 지원에서 자원관리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2030년까지 ‘연근해 자원량 503만톤 회복’, ‘총허용어획량 관리대상종 어획비율 80% 달성’을 통해 ‘TAC 기반 자원관리형 어업구조’를 정착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이 계획은 지난해 10월 해수부가 발표한 ‘수산자원회복 4개년(2019~2022) 계획’에도 나와 있다.

총허용어획량제(TAC: Total Allowable Catch)는 말 그대로 어종별 어획량 상한선까지만 어획을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해양수산부가 밝힌 계획은 연근해 수산자원 회복을 위해 현재 자율참여방식인 TAC 대상어종을 정부가 직권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참조기 등 TAC 대상 어종 확대를 추진하고 관리 비율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형 쌍끌이 등의 업종 및 갈치, 참조기 등의 어종 참여 협의를 올 하반기까지 마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9년 처음 도입돼 대형선망, 근해통발 등 2개 업종에 고등어, 전갱이, 정어리, 붉은대게 등 4개 어종으로 시작한 TAC 제도는 현재 11개 어종으로 대상종이 확대됐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오징어(쌍끌이대형저인망)에 대해 개별양도성할당어업(Individual Transferable Quota)도 시범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대상범위가 아직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25% 정도에 그치고 소진율 또한 낮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창수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3년 즉, 2015에서 2017년까지 TAC 소진율은 71.5%에 불과한데 이는 각 업종별로 효과적인 어업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책임연구원은 “효과적인 수산자원 관리를 위해 TAC제도 운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낮은 소진율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5~2017년) TAC 소진율은 71.5%이며, 어종별로는 참홍어와 제주소라를 제외하고는 낮은 소진율을 기록하고 있다. 꽃게의 경우 소진율이 50%에 미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어종별 소진율을 보면 참홍어 100.2%, 제주소라 95.3%로 양호, 고등어와 붉은대게는 각각 82.1%, 83.7% 기록하고 있는 반면 오징어, 전갱이, 대게 등은 60%, 꽃게는 48.9%의 소진율을 보이고 있다.

TAC 설정 및 할당량 배분은 국립수산과학원의 자원평가 결과에 따른 생물학적허용어획량(ABC)의 목표값과 최근 3년간 평균 어획실적(80%), 조업어선 척수·톤수 가중치 등(20%)을 적용해 시도별로 배분량을 배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부에서 책정한 TAC는 과학적 조사와 그간 어획실적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어업인들은 그 수치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 어업인들은 자원조사 포인트, 횟수 등이 너무 적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자원의 변동성을 과학자들이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또 과거 데이터(Data)를 바탕으로 TAC가 결정되는 구조에 따라 책정된 양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개별 어종의 자원상태, 습성, 분포 등을 어업인들 자신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고, 실제 자원조사도 수시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현재 TAC 책정 방식에 대해 불신이 높은 것이다.

TAC를 책정하더라도 실제 어획량은 책정량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어업인들은 TAC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특히 표층 또는 중층에만 사는 고등어, 갈치, 정어리 등 부어종의 경우 자원의 변동이 심해 수시로 자원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낮은 소진율은 차기(次期) TAC 책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어업인들의 우려가 크다.

각 어종의 TAC를 책정하는데 필요한 많은 변수 중 최근 3년 어획실적 등도 변수 중 하나다. 왜냐하면 전기(前期)의 저조한 소진율은 차기 TAC를 감소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업인들은 어획실적은 자원의 변동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며 TAC 하향 책정 시 명확한 근거를 밝히기를 요구하고 있다.

또 연안어업에서 주로 어획되는 어종 위주로 한 TAC 재조정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수의 선박에 쿼터가 배분되다 보니 일부 선박의 경우 연간 배정량이 3톤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이를 두고 어업인들은 크게 반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쿼터 배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개별 어선 간 배분된 쿼터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신규 진입 어선의 경우 과거 실적이 없어 쿼터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이는 어업으로의 진입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 어업인은 “정부가 어업인 도와주는 정책을 해야지 이게 뭐냐?1년에 3톤 쿼터 받아서 무슨 경영을 하나? 이건 어업하지 말라는 말이랑 똑같은 거다”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다른 어업인은 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이제 자원관리고 뭐고 모르겠다. 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도록 만드니 이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자원조사 자체가 잘못됐다”

TAC 제도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것도 문제로 대두된다. 대형업종일수록 TAC제도가 기존 어업제도의 대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소형업종, 연안업종 등에서는 단순히 정부에서 시행하는 제도로만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로 크게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자원조사 자체가 잘못됐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수산자원 조사 때 어업인이 자원이 많이 존재하는 장소를 알려주기도 한다고 한다.

자원조사가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원의 변동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도 지적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자원조사를 하기 위해 소요되는 예산 등의 문제로 어업인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동일어종 어획어업으로 TAC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개조개와 피조개는 형망어업과 잠수기어업 등 복수의 업종이 잡는 어종이지만 TAC는 잠수기어업에만 적용됨에 따라 잠수기어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 잠수기 어업인은 “TAC 잘 지키면 뭐합니까? TAC 적용 안 받는 다른 업종에서 다 잡아갈 텐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어업경영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허용량이 책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여받은 쿼터에 맞춰 조업을 했을 경우 손익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한 예로 대형선망업계에서는 고등어, 전갱이, 오징어 쿼터를 보유하고 조업한다. 이들 세 개 어종의 쿼터로는 경영 이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지속적인 어업경영에 위협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고등어의 경우 노르웨이산 고등어 수입으로 인해 시장 일부를 잠식당해 TAC제도로 인한 생산자 수취가격 제고 효과가 사실상 없어진 상태다.

 

어종, 업종, 지역 특성 고려돼야

물론 제도 운용 상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모니터링의 한계’다. 수산자원조사원들에 의해 양륙항(위판장)에서의 어획량 모니터링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인력의 한계 상 수협의 위판자료 등 보조자료에 대한 의존률이 높다.

작년의 경우 85명의 수산자원관리공단 TAC 조사원이 활동했고, 올해 95명으로 증원됐다. 이 조사원들이 전국 118개 위판장에서 조사업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업인들의 어획량 허위보고 등은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다. 수산자원조사 보고, 수협 위판량 보고 등 보고체계가 복잡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어획 허위보고 등이 만연한 상태에서 제도를 준수한 사람만 손해를 보는 모순적 상황도 발생한다. 이는 어업인들로 하여금 법을 지키지 말아야겠다는 비정상적인 인식을 갖게 한다. 허위보고하고 어업을 영위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를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창수 책임연구원은 “개별 어종, 업종, 지역 등의 특성을 고려한 더 세부적인 제도 운용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TAC 어종 선정 자체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정석근 제주대학교 교수는 “멸치, 고등어, 살오징어와 같이 멸종 가능성이 없고 외부 충격에 탄력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소형 부어류보다는 멸종 가능성이 높은 대형저어류 보호 위주로 TAC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해양생태계 어획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교수는 “어획량이 적다고 반드시 자원량이 줄었다고 할 수는 없다. 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TAC 확대 적용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먼저, 어종, 업종 간 조업구역 설정도 필요해 보인다. TAC 어종의 조업과 관련해 환경적 또는 시기적으로 구분이 가능할 경우 두 어종 간 조업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조업구역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 예를 들어 대게와 붉은대게는 수심 400m를 기준으로 암묵적인 조업구역을 나눠 왔다.

최근 자원의 감소와 함께 해당해역에서 조업경쟁이 심해졌다. 따라서 해당 업종 간 조업구역 획정 등을 위한 정기적인 토의기구 설치·운용도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자원 재조사 근거 마련 또한 시급하다. 부어류 등 자원의 심각한 변동이 관찰될 경우 자원 재조사를 통해 TAC를 조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 개정 필요하다.

쿼터에 대한 재산권성 부여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어업인들은 쿼터의 재산권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거래의 당위성을 확보하도록 법적 근거 마련한다는 입장인 반면 공유재에 대한 재산성을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해수부 입장이다.

TAC 제도를 강화하면서 각종 규제를 풀지 않는 것은 이중 삼중 규제로 어업인들을 옭아매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다중규제?

쌍끌이 대형기선저인망업에 종사하는 한 어업인은 “국가가 어장을 통제하면서 TAC 제도를 강화한다는 것은 이중규제다. TAC 제도를 강화한다면 어업을 총량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128도 이동조업 규제 철폐 등 어장을 개방해 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연안선망협회 관계자는 “연안어업인들이 정부의 잘못된 어구, 어법 등의 규제에 걸려 범법자가 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TAC 라는 또 하나 칼로 우리를 이중삼중으로 규제하려고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처럼 정상적인 위판이 어려운 업종에 전년도 위판량 기준으로 TAC를 산정한다면 참 곤란할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박사는 “TAC를 확대하고 엄격하게 시행, 수산자원을 관리하되 어업경영에 걸림돌이 되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해수부 관계자는 “TAC를 운용하면서 금어기, 금지체장 등도 동시에 적용하는 건 올바른 방향이다”라고 말하고 “TAC를 적용하면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 전문가들은 금어기, 금지체장은 자원관리의 기본이다. 우리나라 아직은 강한 TAC 적용이 아닌 상태에서 그런 고민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 또한 도마에 올랐다. 한 근해어업 종사자는 “드론 활용 등 단속 기법은 다양화 되고 있는데 우리 어업인은 이를 피해 나갈 방법이 없다”며 “어군을 쫓아가다 보면 본의 아니게 어장 경계선을 넘을 수도 있는데 고의 아닌 불법에 대해 정부는 한번 단속에 영업정지 60일, 두 번 단속에 면허 취소를 하는 투아웃제도로 하겠다고 한다하고 면허 취소가 되면 재면허 기간을 기존의 10개월에서 2년으로 하겠다고 한다. 이는 정말로 가혹한 처사다”라고 말했다.

TAC 확대 및 의무화를 앞두고 자원관리도 중요하지만 자원을 이용하는 이들에 대한 기본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TAC 배분 및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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