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
도다리
  •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09.05.0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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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살랑거리면 도다리가 제철

 

 제철 과일이 있듯 물고기도 가장 맛있는 시기인 제철이 있다. 이와 관련한 속담 중 대표적인 것이 ‘봄 도다리 가을 전어’다. 도다리는 봄에, 전어는 가을에 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도다리는 주로 겨울철 고성 자란만과 당항만 등 남해안 연안에서 산란을 한다. 이때에는 온몸의 영양이 알과 곤이에 모아지지만 산란을 한 뒤에는 다시 새살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새살이 오르기 시작하는 이때의 도다리 맛이 그만이다. 그래서 4월이면 수산 시장에서 도다리가 그 전에 보다 몇 곱이나 더 비싸게 거래된다.

 

△도다리

 

 도다리는 사람들이 흔히 ‘광어’라고 부르는 넙치하고 그 모양새와 맛이 아주 비슷하다. 그러나 ‘삼월 넙치는 개도 먹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넙치는 봄이 되면 그 맛 이 겨울보다 훨씬 못하나 도다리는 ‘봄 도다리’라고 하여 따로 분류할 만큼 봄에 잡히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도다리는 가자미, 넙치와 생김새가 흡사해 일반 사람들은 구별이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좌광우도’라는 말이 무슨 공식처럼 세인들의 얘기 속에도 자주 등장하지만 정확하게 이해하고 구별하는 사람은 드물다.

 도다리의 특징은 두개의 눈과 입이 물고기의 등이라 할 수 있는 몸의 위쪽에 몰려 있는 것이다. 몸통의 색이 진한 등 부분, 즉 눈과 입이 있는 부분에서 등을 위로하고 배를 밑으로 하여 내려다보았을 때, 머리가 몸통의 왼쪽에 있는 것이 일명 광어라고 불리는 넙치이고, 머리가 몸통의 오른쪽에 있는 것이 도다리와 가자미이다. 도다리는 거의 모두가 자연산이다.

 넙치는 양식산 어류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많이 양식되고 있지만, 도다리는 거의 양식을 않고 있는데 이는 각 개체의 성장속도 때문이다. 개체의 성장속도는 대게 어미의 크기에 따라 추정해 볼 수 있는데, 어미가 1m 가까이 되는 대형종인 넙치는 1년에 약 23~25㎝, 2년에 35㎝전후로 성장하는데 비해, 어미의 크기가 30~40㎝ 정도밖에 되지 않는 도다리는 1년에 10~12㎝, 2년에 16~18㎝까지 밖에 성장하지 않으니 비싼 사료를 먹이면서까지 양식을 해봤자 별로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진달래와 아지랑이가 전하는 봄소식과 함께 우리 몸도 봄을 탄다. 나른하고 피곤하며 개중엔 식욕까지도 달아나게 된다. 이럴 땐 논두렁에 파릇파릇 올라온 어린 쑥을 뜯어다가 도다리를 넣고 쑥국을 끓이면 은은한 쑥의 향기와 신선하고 담백한 도다리 맛, 맑고 시원한 국물을 접하는 순간 길고 음산한 겨울이 가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왔음을 입맛으로,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산모가 아기를 낳고 산후 조리를 할 때에 먹는 미역국에도 도다리를 넣어 끓여 먹곤 한다. 미역국에는 도다리 말고 넙치나 가자미를 넣어 해 먹기도 하지만 봄에는 역시 도다리 미역국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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