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 미래전략 수산물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
수산업 미래전략 수산물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3.03.15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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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傳令)

 겨울 추위가 아무리 매섭고 모질어도 봄이 오는 길목을 막아서지는 못하나 보다. 옷깃을 파고드는 꽃샘추위 찬 바람 속에서도 어느새 봄기운이 묻어난다.

 남녘 바다 도다리 등짝에도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통영 바닷가, 봄의 향기를 찾아나선 영춘객(迎春客)의 코 끝에도 도다리쑥국의 깊고 은은한 맛과 향이 베어든다. 해동(海桐)에 잠을 깬 상추와 쑥갓으로 잘 버무린 봄 멸치회에 한 사발 막걸리까지 걸치면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속 엉어리마저 녹아내린다. ‘정월 대보름 안에 쑥국을 세 번만 먹으면 문지방을 넘지 못한다’는 이 지역 속설(俗說)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봄 도다리와 쑥의 만남-모진 한파(寒波)를 견뎌낸 서민들의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봄의 전령(傳令)임에 틀림이 없다.

 엄동설한(嚴冬雪寒)은 대구와 더불어 떠나가고 춘삼월(春三月) 봄소식은 도다리와 함께 온다. 대구, 하면 거제도 장목 대구를 최고로 친다. 그것도 동지(冬至)를 전후한 시기에 잡히는 대구 맛이 으뜸이다. 동지섣달 대구 철이 지나면 도다리와 봄멸치떼가 돌아오고, 보리 이삭 팰 때 쯤이면 살이 오른 농어가 기적과도 같이 연안으로 몰려든다. 계절 따라 들고 나는 물고기의 회유(回遊), 이 대자연의 섭리 앞에 경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바다는 땅]이라는 통영의 외침이 진한 감동으로 가슴에 와닿는다. 바다는 사람을 낳았고, 사람을 살 찌우고, 사람을 사람답게 키워내는 사람의 땅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바다,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마음의 고향, 그래서 바다를 어머니의 품속 같다고 했던가, 바다를 가꾸고 깨끗하게 지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생명을 가꾸고 지키는 것이다. 논 밭이 농민들의 삶의 터전이듯이, 바다는 어민들의 땅이요. 모든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내는 생존의 원칙인 셈이다.

 오늘도 매서운 바람과 거친 파도를 헤치며 고기잡이에 나서는 어민들의 모습이 눈물겹도록 고맙게 다가온다. 봄소식을 찾아 나선 여행객들의 가슴 속에는 통통배에 나부끼는 유치환 시인의 깃발처럼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편다”

[소비자 고발]의 문제점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생활수준이 향상 되면서 우리 국민들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 또한 선진국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 열풍을 타고 각종언론 매체들이 쏟아내는 소비자고발 프로그램들이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KBS와 같은 공중파 방송에 이어 종합편성 채널에서도 소비자 고발 프로가 인기를 끈다. 엉터리 삼겹살, 합성세제로 세탁해낸 곱창, MSG(합성조미료)의 유해성 논란 등등, 국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숱한 먹거리들의 제조과정이 전문PD들로부터 난도질 당하는 장면들을 사실 유무(有無)를 떠나, 소비자들은 아주 신속하게 받아들인다.


수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멸치를 제조하는 과정에 다량의 MSG를 넣는다는 터무니없는 고발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TV보도를 접한 소비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생산어민들에게도 심각한 우려와 함께 판매부진의 해악을 불러왔다. 보도내용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단 누리꾼들의 악성덧글에 걸려들었다. 하면 초죽음에서 벗어 날수 없는 것이 오늘날의 세태(世態)다. 거창하게 언론의 자유에 대한 한계라는 어설픈 잣대를 들이대봐야. 말짱 헛일이다. 참기름도 몰매를 맞았다. 깨를 볶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필연적으로 생긴다는 보도에 시청자들은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국민 대표반찬으로 꼽히는 김이 도마위에 올랐다. 김 가공공장의 오염된 세척수와 가공유(oh 2油), 그리고 비위생적 처리로 가공김에 세균이 번식한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어민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지난해에는 몇몇 횟집에서 비싼 가격으로 팔리는 도미가 진짜돔이 아니라는 사실이 소비자 고발에 뜨면서 착한 횟집들이 초상집으로 변해버린 사례도 있었다. 중국산 점성어가 국내산 도미로 둔갑한 사실이 적나라하게 보도되면서 수산물 자체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

원산지 증명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은 반신반의(半信半疑)한다. 여기서 우리는 방송매체들의 인기몰이식 보도경쟁에 대해 반성과 재고(再考)를 촉구하지 않을 수가 없다. TV매체의 특성상 일반 시청자들이 예외적 사례를 보편적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보도 자체에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 여름철만 되면 단 몇건 밖에는 발생하지 않는 비브리폐혈증을 침소봉대(針小棒大) 함으로써 전체수산물 소비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해왔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깨끗한 바다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

 지난 달 15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홍보와 소비촉진행사를 거행했다. 이같이 중요한 행사가 언론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해 초 통영 해역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금년 2월 초까지 남해안 양식패류에 대한 대미(對美) 수출이 중단된 것은 실로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굴 양식업이 도산의 위기에 빠졌다는 비관론까지 등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금년 초부터 시작된 미국 FDA의 재조사 결과 양식 패류에 대한 안정성이 인정됨에 따라 2월8일부터 수출이 재개 되기는 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수산업은 더 이상 발전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하자면 수산물의 안전성이 우리나라 수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FTA(자유무역협정)가 확대일로에 있고, 이에 따라 전세계 수산물 시장이 개방될 수 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대의 과제가 바로 수산물의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깊이 깨달아야한다. 불량식품의 이미지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값싼 중국제품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수산물 안전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일본을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이 엄청난 기회를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수산업에 대한 희망이 영원히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바다는 주인이 없는 땅이 아니다. 그곳이 바로 우리의 재산이요, 희망이요, 미래다. 우리 스스로 가꾸고 아끼지 않으면 죽음의 땅으로 변할 수도 있는 아주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깨끗한 바다를 지키고 수산물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새로 출범하는 해양수산부의 최우선 과제요, 해양수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이며, 가장 시급한 미래전략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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