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플랫폼 선점 각축전...한국 구경만
해운플랫폼 선점 각축전...한국 구경만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3.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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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업계 리더십 필요

[현대해양] 4차산업혁명 바람이 해운업계에도 거세게 불어 온다.

그중 가장 가까운 미래에 해운업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되는 ‘플랫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금융, 부동산, 서비스 등 타 산업분야에서 증명해 보이듯 ‘플랫폼을 선점하는 자가 업계를 지배한다’는 사실이 글로벌 선사들의 발빠른 대응에 불씨를 제공했다.

이 가운데 해운플랫폼 추세에 관망세를 유지하며 구체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는 국내 해운업계도 미래 물류 생태계를 이끌어갈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운플랫폼이 가져올 변화

해운물류의 과정에는 송하인, 수하인, 포워더, 세관, 법무, 검역, 대리점, 항만관계자, 육상운송관계자, 선장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개입한다. 이와 같은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프로세서가 앞으로 플랫폼으로 인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Maersk에서 시장분석업무를 맡았고, 현재 해운관련 정보회사를 운영하는 라스 옌센(Lars Jensen)은 그의 저서 ‘생존을 넘어 번영으로’를 통해 “해운과정에서 화주의 모든 정보와 외부 이해관계자의 데이터 교환 등이 자동화될 것이다. 엄두가 안 나겠지만 대부분의 주요 정기선사는 2025년까지 어떻게든 전 과정 또는 거의 대부분 과정을 자동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기존에 선사마다 온라인 예약 서비스 수준의 서비스는 제공해 왔다. 하지만 온라인해운플랫폼은 더 나아가 오프라인에서 행해져 왔던 계약, 운임분석까지도 플랫폼에서 실현함으로써 중간관계자를 배제시켜 선사 및 사용자의 시간과 비용을 대폭 감축시키는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보를 기록하고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운플랫폼은 복잡한 기존의 해운과정의 투명성을 도모하고 해운물류 당사자 간의 신뢰 향상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형 리더십 나와야

세계 글로벌 해운업계는 해운플랫폼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록체인 해운플랫폼 트레이드렌스(TradeLens, www.tradelens.com)는 Maersk와 IBM에 의해 공동 개발됐다. 세계 최고의 IT기업과 세계 최고의 선사가 손을 잡고 전세계 해운물류 판도를 좌지우지 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이 플랫폼은 현재까지 네델란드 로테르담, 싱가포르 PSA, ICTSI(International Container Terminal Services Inc) 등의 주요 항만업체를 포함하여 총 94개의 단체가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집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자기들이 독점하겠다는 트레이드렌스에 으름장을 놓은 플랫폼의 등장도 초읽기에 들어 갔다. CMA CGM, COSCO SHIPPING Lines, Evergreen Marine, OOCL, Yang Ming 등 최대 정기선 화주 5개사가 합류해 추진중인 진정한 개방형 블록체인 플랫폼 '글로벌 해운 비즈니스 네트워크(GSBN, Global Shipping Business Network)'도 앞으로 세계 해운 물류 생태계를 잠식할 잠룡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정부와 유관기관, 해운업계가 합심해서 한국 화주들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연구실 관계자는 “세계 컨테이너 해상물동량에서 우리나라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비중은 7% 가량으로 적지 않다”며, “한국 화주들 중심으로 플랫폼이 구축돼 향후 동남아 시장, 글로벌 시장으로 순차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부터 국내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곽광용 현대상선 과장은 “
국내 플랫폼 생태계의 조기 정착을 위해 우선 국내 참여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경쟁력있는 한국형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커지고 있만 그 리더십을 누가 발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온다.

우리나라 최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는 현대상선이다. 현대상선은 최근 밸류링크유(www.valuelinku)와 차세대 해운물류시스템 구축을 위해 손을 잡았다. 차세대 해운물류시스템(가칭, New GAUS 2020) 구축 프로젝트는 기존의 GAUS 시스템에 최신 기술 트렌드를 적용하여 미래 Industry 4.0 기반의 플랫폼 선진화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블록체인 기술의 효과나 향후 가능성을 검증하는데 노력해 왔고 앞으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에 초점을 두고 고객 가치의 관점에서 가능한 다양한 방법들을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이 우리나라 독자적인 플랫폼 구축을 선도하는데 부정적인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적자경영에 향후 얼라이언스도 불투명한 현대상선이 주도권을 잡는다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참여도 미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해운플랫폼에는 선사, 화주, 포워더, 터미널 등 다양한 참여자가 요구되는 만큼 대기업 화주가 주도하면 글로벌 해운기업과 대적할 가능성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우리나라 물류시장은 2자물류 대기업 자회사들이 수출입 화물의 83%(2015년 기준)를 차지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특성상 글로벌 시장에서 해운플랫폼의 입지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SDS의 Cello 물류플랫폼 홈페이지
▲삼성SDS의 Cello 물류플랫폼 홈페이지 화면

 

하지만 현실에서 대기업 자회사의 물류플랫폼의 실적은 저조한 수준이다. 삼성SDS의 물류플랫폼인 첼로(Cello)는 안정된 화물과 그동안 글로벌 물류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접목시킨 해운물류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다양한 관계자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으나 삼성의 1, 2, 3차 벤더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이용률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사가 플랫폼 주도권을 잡으며 운임정보, 사용정보, 고객정보까지 다 경쟁사에게 넘겨줘야 하는 모양세인데 LG 화주에게 삼성 첼로 플랫폼에서 들어오라고 하면 선 듯 플랫폼을 이용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중립성, 친숙화 숙제

이에 국내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 및 생태계 육성을 위해서는 선사, 화주가 아닌 중립적인 협의체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해운업계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플랫폼을 자신들의 정보 노출의 온상지로 보는 한, 플랫폼에 선 듯 나서는 참여자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침 중립적 위치에 있는 정부가 나서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해운혁신을 이끌겠다고 공언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블록체인 기반 컨테이너 부두 간 반출입증 통합발급 서비스’를 구축하고 올해 1년동안 부산신항에서 항만 물류업체를 대상으로 시범운영한다.

하지만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완벽히 검증된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고 전했다.

한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친숙화 또한 중요한 숙제이다.

윤희성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장은 “블록체인이라는 것은 4차 산업 중 가장 어려운 분야이다. 이와 같은 어려운 기술에 대한 친숙도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며, “금융, 운송사, 항만, 터미널 등 해운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가 마련돼 교육 및 지식전달 역할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선사, 포워더 등은 해운관련 포럼, 세미나 등에서 블록체인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정보를 습득하기 희망하고 있다. 플랫폼 시대가 엄습해오는 지금 새로운 해운 생태계 적응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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