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의 불경제
외국인 투자의 불경제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 승인 2012.11.09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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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3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8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222.5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연초 예상인 200억 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참고로 작년 2011년 경상수지 흑자는 276.5억 달러, 2010년에는 290억 달러였습니다. 그러니까 2010년의 경우 약 33조원을 번 것입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벌어간 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2010년 한 해 동안 외국인들은 21조원을 투자해서 62조원을 벌어들였다고 유력일간지가 보도했습니다. 21조원으로 42조원을 벌었으니 200%의 수익률을 낸 것입니다. 돈이 들고 난 때의 환율차이를 이용한 환차익은 생각하지 않기로 합니다. 번 돈은 물론 본국으로 가지고 갔겠지요.
빠져나간 42조원, 이 돈은 누구의 돈이었을까요?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과 기업의 돈입니다. 그러니까 죽어라고 일해서 물건 만들어 팔고 외국의 건설현장에서 뼈 빠지게 일해서 번 돈인 경상수지 흑자 33조원보다 훨씬 많은 돈입니다. 우리 국민과 기업이 일해서 번 돈을 외국인들은 전화질이나 인터넷 클릭질로 아주 쉽게 그리고 세금 한 푼 안 내고 유유히 가져간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자본이동이 자유화된 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얻은 이익규모가 국내투자자들이 외국에서 실현한 이익에 비해 2,200억 달러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우리나라에 유입된 자본 대부분이 주식ㆍ채권 등에 투자하는 금융자본이어서 자본유출입 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또한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자료입니다. 2010년 말까지 전체 외국인투자 가운데 산업생산에 기여하는 직접투자는 17%에 불과한 반면, 주식ㆍ채권 등 수시유출입성 투자비중은 83%에 달합니다. 다른 신흥국의 경우 외국인 투자에서 수시유출입성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49%로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엄청난 수치입니다.

 외국인 투자의 특징을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외국인에게 금융시장이 개방된 지난 92년의 외국인의 주식 비중은 5.5%였습니다. 이러던 것이 지난해인 2011년에는 32%로 6배가 늘었습니다.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물량의 32%를 외국인이 사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단기유출입의 특성상 장기투자보다는 단기투자를 위주로 하며 특히 일부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매하다 보니 시장지배력을 가지게 되고, 따라서 주가조작과 같은 이익을 낼 수밖에요.

그러하니 우리나라의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외국인을 위한 vending machine라는 오명을 듣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욱이나 이들은 엄청난 배당을 받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배당액은 92년 417억 원에서 2011년 4조 6163억 원, 무려 110배 급증했습니다.  2002년 민영화된 KT, 외국인 지분이 48%로 늘어나는 동안 배당성향,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1%에서 52%로 급증했습니다. 외국인 지분율이 60%대인 KT&G는 올해 배당률 52%로 최근 5년간 50%대 배당률을 이어갔습니다.

한국쉘석유 86.2%, S오일 41.3% 등 최대주주가 외국인인 기업의 배당성향은 국내 상장사 평균 5%~15%보다 훨씬 높습니다. 심지어 무디스가 최대주주인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지난 2008년 순이익 전액을 주주들이 가져갔습니다.

주주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겠지만, 과도한 배당은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합니다. 증권가에선 “미국식 주주자본주의가 최선의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과도한 배당을 줄이고 기업이윤을 국내에 투자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기업이익을 해외로 나가게 그냥 둘 것인지 국내에서 순환시킬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원래 주식시장은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서 기능을 그 역할로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자금유출 창구’가 되어버렸습니다. 배당으로 인한 자금유출은 약과에 불과할 것입니다. 요즘 기업들은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보다는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매입에 돈을 쓰고 있습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거액의 ‘비상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신규투자는 위축되고 고용기회는 줄어듭니다. 이것이 금융시장, 외환시장 개방의 엄연한 결과인 것입니다.

 외국인 투자 유치는 선진경영기법의 전수와 부족한 국내자금의 조달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환영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역효과가 더욱 커졌습니다. 과도한 배당유출, 단기적 대량자금의 주식시장교란으로 막대한 주가차익 실현, 불안한 외환시장을 이용한 환차익 시현, 적대적 M&A에 대비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으로 자금의 고정화 등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방법은 없나요? 이미 외환시장, 자본시장을 거의 완전히 개방해 버렸으니 다시 닫을 수 없다 합니다. 방법이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정말 없을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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