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학문의 ‘한류 바람’ 분다
수산학문의 ‘한류 바람’ 분다
  • 김영섭 부경대학교 총장
  • 승인 2012.11.0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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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섭 부경대학교 총장
참으로 대단하다. 가수 싸이 말이다. 그의 노래와 몸짓에 온 세계가 감전된 듯 빨려들고 있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코리아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이는 비단 싸이의 말춤만이 아니다. 수산학문도 그렇다면? 아직 싸이 만큼은 아니지만 매우 의미 있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수산기술을 배우겠다고 몰려오는 외국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수산해양 학문의 종가(宗家) 부경대학교로 말이다. 지난 2007년부터 부경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함께 시작한 수산기술 ‘교육 원조’ 사업이 그것이다. 올해부터는 KOICA뿐만 아니라 농림수산식품부와 수협중앙회도 부경대와 손잡고 이 특별한 교육 원조사업에 합류했다. 그래서 현재까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등 50여 개국 사람들이 부경대에 와서 수산기술 교육을 받고 갔다. 특정 학문을 배우겠다고 특정 대학에 이처럼 세계인들이 줄을 잇는 이 특별한 현상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들은 왜 우리의 수산기술을 배우고 싶어 할까?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끝내고 1950년대 이후 겨우 바다에 눈을 떴다. 아무것도 없던 시대였다. 1961년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추진하면서, 원양어업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당시 국가예산의 약 1/1000을 투입, 1964년 부산수산대(현 부경대)의 원양실습선 백경호(약 400톤)를 건조하였다. 우리의 선배들은 이 배로 해외어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어구어법기술을 개발하여 전쟁의 폐허로 굶주리던 국민에게 수산식량을 제공하고 외화를 벌어들였다. 수산업은 오늘날 한국경제의 원동력이었다. 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이 이 같은 우리의 경제성장 모델에 주목한 것이다.

 지난 10월 12일 부경대 동원장보고관에서 열린 ‘남태평양 도서국 수산교육과 기술 및 정책연수과정’ 수료식에서 연수생 대표 세루 보시나 이발루 바티바바사 씨(39)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는 피지 농림수산부의 연구소에서 생물학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원이다. 6주간 부경대 수산연수과정에 참여한 그는 “부경대에서 한국의 선진수산기술을 접하고 피지에 부족한 수산기술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었다”면서, “고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처럼 수산 시설 및 수산 전문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부경대와 협조해서 피지의 특산물인 흑진주 양식도 널리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9월 26일 부경대에서 베트남 수산기술 연수과정을 마친 베트남협동조합연합회 경쟁보상부장 판 빈 디엔 씨(55)는 “수산물을 남획하지 않고 보호하는 한국의 어장관리 시스템을 꼭 베트남에도 적용해 안정적이고 풍부한 어자원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면 이번 과정을 통해 배운 한국의 선진 수산기술을 베트남 어업인들에게 전수하는 수산기술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체계적인 수산업 지원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연구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24일 열린 부경대 후기학위수여식에서는 아프리카 기니에서 온 방골라 이싸 씨(44)가 4년 만에 영예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부경대 수산과학국제화협동과정에 입학해 4년 동안 해양바이오 분야를 연구해서 이날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니 수산부의 양식과 과장을 맡고 있는 공무원인 그는 “기니에 돌아가 부경대서 배운 새로운 해양생물 양식 방법을 활용해 낙후된 기니의 수산양식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경대 국제수산과학협동과정 수료식도 지난 8월 23일 열렸다. 이 과정은 수산전문가를 키우기 위한 석사학위 과정이다. 세계 20개국에서 온 20명의 참가자들은 각국 출신대학의 전체 석차 상위 5% 이내의 인재다. 인도네시아 아니자 수스피타 씨(33)는 “이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산분야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수산학 석사학위 뿐만 아니라 실전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준 부경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부경대 게스트하우스에는 이런 외국인들이 넘쳐난다. 모두에 말한 가수 싸이는 ‘싸이 스타일’대로 부경대는 ‘부경대 스타일’대로 열심히 뛰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세계 속에서 한국이 매력적인 민족, 성숙한 국가로 성장하고 자리매김하는 데 힘이 되리라 믿는다. 나아가 이들이 우리의 도움으로 지금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면, 그들도 자신보다 어려운 국가를 돕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영섭 총장은...
<학력>
1974.3~1978.2 부경대학교 어업학과 수산학사
1979.3~1981.2 부경대학교 대학원 수산물리학과 수산학석사
1988.10~1992.3 일본동경대학교 대학원 지구물리학과 이학박사

<주요경력>
1980.4~1992.8 군산대학교 교수
1992.8~2012.7 부경대학교 교수
1994.3~1998.7 부경대학교 해양과학대학 학생과장, 부학장
2004.8~2006.8 부경대학교 교무처장
2006.1~2007.12 한국기상학회 부회장
2008.7~2012.4 한국 LBS학회 회장
2009.4~2011.3 대한원격탐사학회 회장
2010.3~2012.2 부산광역시 시정연구위원
2012.8~현재 부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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