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유통 대혁신 기대된다
가공·유통 대혁신 기대된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2.11.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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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정문기 박사의 혜안(慧眼)

 제19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싱겁게 끝이 났다.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에 열리는 국감 치고 내실 있는 국감을 지금껏 경험한 적도 없었지만, 금년처럼 유력 대선주자(大選走者)에 대한 인사청문회로 시종일관(始終一貫)한 적은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박(朴)씨, 문(文)씨, 안(安)씨를 빼고는 뉴스거리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국감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로 남는다. 공무원들 스스로도 국감의 필요성을 실토(實吐)한다. 1년 동안 집행했던 행정업무를 총정리하고, 잘못된 정책에 대해 반성하고 시정하는 계기를 찾는다는 것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옛날 처럼 요구자료를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폐습도 차츰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 서비스의 덕택이기도 하지만 상시국회(常時國會)의 틀이 어느 정도 정착되어 가고 있다는 반증(反證)이라는 생각도 든다.

 농수산부 국감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 동안 언론에 오르내렸던 문제들에 대해 추궁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김재원의원이 그동안 농수산부와 수협중앙회 사이에 벌어졌던 인사파동에 대해 명쾌한 판단을 내놓은 사례에서 보듯이 국감은 역시 국감다워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 율사(律士)다운 판단이 시비곡직(是非曲直)을 명쾌하게 풀어주었다는 평가다. 강병순 감사위원에 대한 농수산부의 잘못된 행정처분을 질타한 것은 수협중앙회의 인사독립, 나아가서는 정부의 전근대적(前近代的) 관료주의에 대한 폐해를 신랄하게 추궁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0년 전, 수산계의 석학 정문기 박사께서 수산국부론(水産國富論)과 함께 ‘수산계는 수산인이 맡아야 한다’ 고 주창하셨던 큰 뜻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수산청 고위직 관료가 낙하산을 타고 수협중앙회로 내려오고, 해군제독들이 수협중앙회 회장 자리를 줄줄이 꿰차고 앉았던 그 암울한 시절에 수협중앙회의 독립성과 인사의 중립성을 준엄하게 꾸짖었던 정박사의 용기와 혜안(慧眼)이 우리의 가슴 속에 생생하게 되살아 난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의 근본이다. 행정만능(行政萬能)의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 행정 우선의 착각에서 벗어나야 수산업이 산다. 해양수산계에도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철학이 자리하지 못하면 수산중흥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이론만 있고 실용이 없어서는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행정이 시대조류와 현실의 문제점을 소흘히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관료의 퇴행적 사고가 불식되지 않는 한, 그리고 어업인들의 정부의존적 사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수산업은 더 이상 발전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폐습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대선(大選)을 앞두고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거론되고 있는 수산행정조직 개편론도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해양수산부든, 농수산식품부든, 수산기후부든, 그 밥에 그 나물이요,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할 것이며, 민(民)과 관(官)의 고정관념이 바뀌지 않는 한 「수산 홀대론」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않는데 세상이 어떻게 바뀌겠는가? 

 수협경제사업 대혁신을 기대한다.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인 1980년 신년호부터 「현대해양」이 『수산물의 완전식량화』라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나섰을때, 전문수산인들 조차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마디로 『수산물의 완전식량화』가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수산물이 완전한 식량으로 변신하려면, 유통단계에서 부터 가공단계에 이르기 까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변화와 개선이 뒤따라야 했기 때문에 『수산물의 완전식량화』는 사실상 이론적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며 과소평가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해양은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3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각종 논단과 학술논문을 게재하면서 수산물 식량화의 길을 쉼없이 개척해 왔다. 쇠고기, 돼지고기는 냉장, 냉동고에 넣어 팔면서, 왜 수산물은 냉장유통이 안되는지, 그 이유를 파고 들었다. 즉 수산물 유통에도 콜드체인시스템(Cold Chain System)을 도입하라는 주장을 정책당국에 끊임없이 제안했다.

 그 당시만 해도 수산물은 얼음위에 얹어놓고 팔거나 선어 상태로 유통시키는 방법 밖에는 별 도리가 없었다. 지금은 대형마트나 규모가 큰 시장에서 냉장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보편화 되었지만 30년 전만해도 냉기(冷氣)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과 같은 수산물 판매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현대해양」에서는 우선 산지에서의 단순가공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 가정에서 먹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생선머리, 내장 등 비가식(非可食) 부분을 단순가공하고 재포장하여 소비지 유통시장으로 출하한다면, 물류비만 따져도 20% 이상 절감될 것으로 판단했다. 1차 가공에 따른 부가가치는 당연히 상승할 것이고, 수산물의 브랜드화(Brand化)라는 궁극적 목표까지 달성할 수 있을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수산물 식량화의 첫 걸음을 뗀 제품이 바로 원양산 명태로 만든 어묵이었다. 북양 트롤어선들이 잡아들이는 엄청난 양의 명태를 선상(船上)에서 연육으로 가공처리한 어묵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한 끼 식사대용의 어묵제품이 엄청나게 팔려나갔다. 원양산 조미가공 오징어 제품도 히트를 친 상품이었다.

 그러나 연근해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대한 소비형태는 거의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몇 해 전부터 수협이 『바다愛 찬』이라는 브랜드로 유통혁신을 일으키면서 고등어, 갈치 등 대중어종을 가공 냉동처리한 제품이 대중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금년들어 농수산부에서 「수산물 가공, 유통 선진화 방안」을 수립하고 유통단계의 축소, 선어유통 관행에서 가공유통으로 전환, 어민소득 증대, 산지 가격안정, 소비자 물가안정, 나아가서 수산물 브랜드화라는, 대한민국 수산물 유통의 대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정말 바람직하고, 야심 찬 계획을 수립한 것에 대해 성원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산지 수산물 가공·유통 중심시설인 FPC(Fisheries Products Processing & Marketing Center)의 운영주체를 수협으로 하고 수협중앙회로 하여금 소비지 분산물류센타 등, 유통인프라 구축에 나서도록 한 것도 대단히 합리적인 정책으로 판단된다. 농업분야는 RPC(미곡종합처리장)를 통해 쌀의 유통과 가격안정 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던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수산물 유통혁신, 나아가서는 수산물 식량화의 대전기를 마련해 나가는데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50년 역사를 맞이 한 수협도 경제사업의 혁신, 수산물 유통혁신을 위해 새로운 사고(思考), 새로운 비전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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