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LNG선 건조 밀리자 ‘크루즈선’으로 갈아타는 중국
한국에 LNG선 건조 밀리자 ‘크루즈선’으로 갈아타는 중국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3.1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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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나서서 자회사 구축, 구경하는 한국선사

올 초부터 국내 조선업계가 세계 LNG선 수주를 잠식하는 가운데 중국은 ‘크루즈선’ 건조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5년 전 크루즈 불모지였던 중국이 자국 크루즈 선사와 조선소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한국과의 격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블루오션 시장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 Cruise Line International Association)의 2019년 크루즈 마켓 전망 자료에 의하면 전세계 크루즈 관광이 전년 대비 6% 성장세를 보이며 이용객이 3,000만명을 웃돌것으로 예상된다. CLIA는 인스타그램(instagram)등 SNS를 통한 크루즈 홍보 확대, 저가 크루즈 보편화, 아시아 이용객의 급증으로 인해 크루즈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7년 CLIA 추산 중국의 크루즈 이용객이 240만명을 웃돌고 있다. 대만의 경우 크루즈 이용객이 10년 전 10만여명에서 지난 2017년 30만여명까지 급증했다. 현재 크루즈 이용객 4만명의 우리나라 또한 크루즈 관광에 대한 잠재력은 상당히 높다.

크루즈 관광 수요가 공급을 견인하면서 크루즈선 건조 시장은 청신호가 켜졌다. CLIA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연간 신조 물량이 7척에 그쳤던 크루즈선박은 최근에는 20여척으로 늘어났다.

국내 크루즈업계 관계자는 "유럽 크루즈조선소의 경우 각 크루즈선사들의 발주가 몰리고 있지만 도크와 인력 부족으로 신조가 지연되면서 110여척 가량 발주잔량이 누적되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도크의 여유가 있지만, 조선소의 의지, 기술인력, 인테리어자재 공급 문제 등 여러 이유로 그 물량들을 수주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클락슨 리서치(Clackson Research)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크루즈선 발주액은 160억달러(한화 19조원) 가량 이며 선박건조 시장의 약 1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크루즈선은 척당 선가가 5~10억달러(6,000억원~1조2,000억원)에 달해 일반 화물선에 비해 최고 20배 가량 높고 LNG선박에 비해서도 3~6배 높은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분류된다.

현재 크루즈선 건조 및 수리는 대부분 유럽 지역(이탈리아, 프랑스, 핀란드, 독일)에서 이뤄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크루즈 전문 조선소인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Fincantieri)는 지난해 10월 기준 세계 수주 잔량 순위에서 한국의 삼성중공업,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에 이은 3위의 위상을 유지할 정도로 전망이 밝다.

▲ 세계 정상의 크루즈 조선소 핀칸티에리 전경

 

중국 국적 크루즈 선사·조선소 확보에 박차

크루즈 산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크루즈 건조를 통한 자국선사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홍장원 해양수산개발원 해양관광·문화연구실장은 “크루즈관광 산업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자국민만의 크루즈 문화를 확립할 수 있도록 국적선사를 육성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오래 전부터 국적 크루즈 선사를 중심으로 크루즈 산업 활성화를 유도한 일본은 지속적으로 크루즈 이용객이 급증하여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기항횟수(1,015회)가 전년대비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유수의 크루즈 선사인 크루즈베케이션(CruiseVacation)의 키시마 에이코 대표이사는 일본해사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조선소에서 건조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diamond princess)’가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연속적으로 일본 발착 상품을 개설, 취항하면서 국민과 접촉을 넓히는 동시에 소수의 상품이라는 크루즈에 대한 오해를 풀게 했다“고 평가했다.

크루즈선 건조업은 크루즈산업의 전방산업으로 국적선이 국내항 기항 빈도수를 늘리는 동시에 선사, 여행사, 항만, 인프라 시설 등 연관산업을 연쇄적으로 발전시키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크루즈 건조 및 자국 선사에 중요성을 인식한 중국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중국 코스코(COSCO) 쉬핑 그룹이 지난해 10월 현지 대기업 여행업체인 중국여행총사(China Travel Service; CTS)와 합작투자하여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 크루즈 선사인 ‘아스트로 오션 인터내셔널 크루즈(Astro ocean international Cruise)’는 영국 선사로부터 2척의 중고선을 도입해 오는 10월부터 일본 오키나와 등에 기항하는 크루즈를 개시한다.

중국은 자국 선사 구축과 함께 조선기술력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국유 조선소인 중국선박공업집단(China State Shipbuilding Corporation; CSSC) 산하 상하이외고교조선은 다방면에서 제휴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핀칸티에리와 본격적으로 대형 크루즈선 건조를 위해 전면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사업을 통해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크루즈 건조 기술력을 확보해 향후 독자적으로 크루즈선을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신조선은 2023년 준공 예정으로 이후 수 년에 걸쳐 총 6척이 건조될 예정이다. 지난 2017년 2월 세계 최대 크루즈 운항기업인 미국의 카니발 코퍼레이션&PLC가 2척을 발주했고, 이어 2018년 3분기에 4척의 추가 건조가 진행됐다.

▲ 클럽하모니 호
▲ 클럽하모니 호

 

한국, 크루즈 선사 구축에 ‘금융’ 발목

이와 같이 중국이 크루즈 건조에 사활을 거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정부가 주도하는 크루즈 육성계획에 크루즈 건조는 누락된 채 항만 인프라 구축 및 해외 크루즈 영업에만 집중됐다.

국내 한 크루즈업계 전문가는 “5년 전 크루즈 관련 세미나, 포럼 때마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논의했던 정책방향들을 중국은 즉각 실행에 옮겨 4년 전부터 작은 규모의 중고 크루즈선을 운용하더니 이제는 자국 선사, 조선소를 구축할 정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기존에 자국 크루즈 선사 구축을 위한 시도는 있었다. 폴라리스쉬핑 자회사인 하모니크루즈는 지난 2012년 2월 2만6,000톤급(여객 1,000명) 한국 최초의 크루즈 클럽하모니호를 취항했지만, 국내 크루즈시장의 미성숙으로 인한 마케팅·영업부진을 포함한 여러 제도적 문제 등으로 인해 1년 만에 운항을 중단한 바 있다.

크루즈 건조를 위한 시도도 있었다. STX그룹이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 유수의 크루즈 조선소인 노르웨이의 Aker, 핀란드 Turku 조선소를 인수하여 국내에 크루즈 건조 기술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경영 악화로 Turku는 독일의 Meyer Werft에게 매각됐고 Aker는 STX유럽으로 확장 됐지만 지난한 매각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크루즈 건조 경험은 없지만 한단계 낮은 중대형 페리를 현대미포조선에서 수주한 바 있는 등 선사들은 장기적으로 크루즈 사업을 저울질 하고 있다. 하지만 선박금융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나서서 모든 규제를 최소화하여 '원스탑'서비스로 인허가 해주겠다는 크루즈산업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국적 크루즈선이 취항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제여객선과 크루즈선 부문에서의 미흡한 선박금융제도에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경우 자체 내규상 여객선 담보에 대한 금융은 배제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도 여객선 신조 50% 비용에 대해 15년 무이자를 지원하는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를 진행중이지만 크루즈선은 배제됐다.

김태영 세계로선박금융 과장은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는 세월호 사고 이후 여객선의 안전성 확보가 목적이며 크루즈는 순항여객운송사업 면허, 카페리는 복합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로 법적 범위가 달라 금융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제도를 통한 연안 여객선 조차도 정부의 한정된 예산으로 일년에 1척 혹은 2척에 그치는 실정이다.

국내 여객선사 관계자는 “일본은 저렴한 금리로 인해 선박금융에 민간은행들도 가세하고 있고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의 하나로 크루즈 산업 활성화에 국영회사가 직접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크루즈 산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차세대 신성장 동력 크루즈 산업 활성화를 위해 크루즈 선사·조선소 확보에 관심이 모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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