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등어 유통시장 변화 오나
국내 고등어 유통시장 변화 오나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9.03.1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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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생산량 감소…국내 생산량 늘고 품질 좋아지고

 

[현대해양] 지난해 국내 고등어 생산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수입산 고등어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노르웨이산 고등어의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고등어 유통시장이 변화를 보일 조짐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산 고등어 생산량은 21만5,916톤을 기록하면서 멸치(188,528톤)를 제치고 1위를 재탈환했다. 이 수치는 2017년 생산량보다 87.3% 증가한 것으로, 1996년 41만5,003톤을 기록한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연근해어업 생산량도 3년 만에 100만톤 고지에 재입성할 수 있었다. 업계는 대형선망어업의 휴어기가 확대되면서 자원량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했다.

연도별 고등어 생산량(참고등어, 망치고등어)

지난 2017년 까지 국내 고등어 업계는 한일어업협상 결렬과 소비감소, 관련 산업 침체 등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봉착한 듯 보였다.(현대해양 2018년 9월호 ‘한일어업협정 협상지연에 목타는 부산수산업계’ 기사참조) 그러나 지난해 국내산 고등어가 대풍을 기록하면서 국내 고등어 유통시장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고등어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비단 생산량만의 증가가 아니라 개체 크기도 증대된 것이어서 국내산 고등어 산업의 미래를 바라보는 업계는 현재 고무적인 분위기다.

 

노르웨이 고등어 쿼터량 큰 폭 감소

그러나 노르웨이 산 수입 고등어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최근, 수입산 고등어의 90%가량을 점유하는 노르웨이산 고등어의 생산량 및 수입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르웨이의 고등어 생산은 북동대서양 고등어 TAC에 의해 좌우된다. 이 TAC는 ICES(국제해양개발위원회: International Council for the Exploration of the Sea)의 권고에 따라 해당 해역에서 어획하는 생산 국가인 EU, 노르웨이, 페로제도 간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지난해 말 ICES는 2019년 북동대서양 고등어 TAC를 지난해(55만948톤)보다 42% 감축한 31만8,403톤으로 권고했다. ICES는 최근 자원량 감소와 높은 어획 강도를 이유로 2019년 북동대서양 고등어 TAC를 큰 폭으로 감축하는 것을 제안하였으나, 세계적으로 북동대서양 고등어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과 생산 국가의 요구를 반영하여 전년(81만6,797톤) 대비 20% 감축한 65만3,438톤으로 설정했다. 국가별로는 EU 32만2,077톤, 노르웨이 14만7,085톤, 페로제도 8만2,339톤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수산자원보호가 트렌드임을 감안해 볼 때, ICES가 2년 연속 대폭 감소한 수치를 권고한 것은 이러한 기조를 앞으로도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고, 이에 생산 국가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므로 북동대서양 고등어 생산량은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감소 국면으로 이어질 것임이 예상 가능하다.

KMI 류정곤 선임연구위원은 북동대서양 해역의 TAC 감소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 영향 등으로 인해 어장 생태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고등어 어장이 점차 북쪽 아이슬랜드 해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에서 이유를 찾았다.

노르웨이 고등어 총허용쿼터량

 

노르웨이 고등어 수입단가 30% 상승

국내 대형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쿼터량(생산량)과 수입단가는 100% 밀접한 연관을 가지기 때문에 쿼터량이 줄면 수입단가는 상승한다. 노르웨이 고등어 무역 시장은 공급자 우선 원칙이 지배하는 구조로 현지 대형 업체들이 물량에 따라 가격을 미리 정하고 수입업체는 그 결정에 따르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내 노르웨이 고등어 수입업체에서는 보통 연말연초인 12월에서 1월 사이 한해 소진될 물량을 구매해 비축해 둔다. 비축 물량은 년 초에 국내산 고등어와 비슷한 소비자가격을 형성하다가 4월부터 6월 사이 선망업계가 금·휴어기에 접어들면 그때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본격적인 고등어 생산 시즌인 11월이 될 때 까지 점차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지난해 말 KMI 수산업관측센터 강효녕 연구원은 연구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11월까지 노르웨이에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고등어의 평균 수출단가는 16.3달러/kg로 전년(12.3달러/kg)에 비해 30% 이상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2017년 노르웨이 고등어의 쿼터량은 23만4,427톤으로 2016년도 쿼터인 20만5,694톤에 비해 14%가량 증가했다. 생산 물량도 22만2,968톤으로 전년 21만293톤에 비해 6%가량 증가했다. 당시 국내로 수입되는 노르웨이산 고등어 물량은 예년 수준인 3만7,000톤이었지만, 수입단가는 4만원대 초반에 형성됐다. 때문에 수입업체들은 공격적으로 물량을 구입 및 비축할 수 있었고, 그해 국내산 고등어의 생산 저조에 힘입어 수입산 노르웨이 고등어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노르웨이 고등어는 쿼터량 18만9,482로 2017년도에 비해 19% 가량 감소했고, 생산량은 18만7,045톤으로 16%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수입물량은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수입단가는 6만원대 초반에 형성됐다. 이 가격은 예년에 비해 30%가량 증가한 수치로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수입단가가 높다고 해서 소비자 가격을 그에 맞춰 마냥 높일 수는 없기 때문에 손해까지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수입고등어 유통업체인 ‘여수고기’ 김종선 대표는 “노르웨이 고등어 수입단가는 업자들 사이에 ‘퐁당퐁당’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격년제로 등락을 반복해왔다. 따라서 2017년에는 수입 단가가 낮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는 전년 단가에 비해 30%가량 가격이 상승한 6만원 초반대에 형성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산 고등어 수출, 수입량 및 금액

 

국내산 가격경쟁력 상승…수출호조로 이어져

반면, 국내산 고등어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량 생산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산 고등어의 가격경쟁력이 상승하게 됐다. 높아진 가격 경쟁력은 수출 호조로 이어졌다.

지난해 고등어 수출량은 7만1,881톤을 기록하며, 전년(1만6,654톤) 대비 네 배 이상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출금액 또한 전년(1,978만 달러)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한 6,938만 달러를 기록했다.

KMI 강효녕 연구원은 “이는 국내 생산이 급증하면서 산지 가격이 20%가량 하락했고, 이로 인해 국산 고등어의 국제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고등어 수출은 단기적으로는 수급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등어 생산량이 일부 수출로 소진되지 못했다면, 산지가격 하락폭은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대형선망업계에 더욱 큰 경영난을 초래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안정적인 고등어 수급을 위해 소형고등어의 해외시장 개척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 및 정책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등어 사이즈도 커졌기 때문에 시장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KMI는 지난해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위판된 300g 이상 중·대형어 비중이 42.2%로 전년10~20%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대형선망수협의 한 관계자는 “한일어업협상 결렬로 2017년에는 제주도 해역에서만 조업을 했던 터라 미성어 어획이 많았다”며, “그러나 지난해는 자구책으로 유상 휴어기를 두 달로 늘여 시행했는데, 어획된 고등어 사이즈가 육안으로만 살펴봐도 2017년이랑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커졌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내산 고등어 사이즈는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4월 평균 26.5cm였던 고등어 체장은 휴어기가 끝나 조업이 시작된 7월에는 31cm로 1월부터 11월 사이 평균 사이즈는 30.3cm로 조사됐다. 2017년 미성어 조업으로 애를 먹었던 시기에는 연평균 26~27cm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4~5cm이상 커진 크기다.

 

수산물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노력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수산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FAO 자료에 의하면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59.9kg으로 노르웨이 일본,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는 우리 식탁에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고등어가 한 몫을 담당해 왔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같은 국내산 고등어의 위상을 두고, 일부에서는 국내산 고등어의 경쟁력 약화와 소비자의 노르웨이 고등어 선호에 따른 수입량 증가 때문에 국민생선으로서의 자리를 내주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지난 2017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봉태 FTA이행지원센터장은 연구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중급 이상의 고등어 시장에서는 국산보다 노르웨이산의 시장점유율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노르웨이는 정부 산하 마케팅 전담단체인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의 지휘아래 자국 수산물의 우수성에 대해 활발한 마케팅을 펼쳐왔다. 실제로 노르웨이 고등어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품질로 깊이 각인돼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르웨이 고등어는 우량하고 일정한 크기의 품질을 바탕으로 어획의 등락에 따른 가격 변동 없이 꾸준한 소비자 가격을 형성해 왔으며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확보해왔다.

우리 고등어 업계도 수년전부터 고부가가치화를 틍한 경쟁력 제고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국내산 고등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부산공동어시장의 현대화 및 위판시스템 개선을 통한 수산물고부가가치화, 다양한 판로 개척 등의 방안이 업계를 중심으로 강구되고 있다.

최근 대형선망업계가 지난해 자율휴어기를 1개월에서 2개월로 확대한대 이어, 올해부터는 1개월 더 연장해 3개월로 확대 시행하기로 한 것이 좋은 예다.

이는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업계의 자구책이라 말할 수 있으나 수산자원회복의 측면에서는 이번 사례가 모범이 되어 전체 수산업계가 자율적인 휴어기 확대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와 같은 국제인증제도의 획득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럽권에서 MSC 절차는 이미 필수적인 인증절차로 소비자의 선호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형선망수협은 지난달 호주의 국제인증단체와 접촉하는 등 국내산 고등어의 MSC 취득을 위해 활발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취득 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어업에 대한 국제인증을 획득하는 것이 된다.

그동안 대내외적 어려움으로 국민생선 고등어의 위상이 크게 흔들려왔다. 그러나 최근 일고 있는 노르웨이 고등어의 생산량 감소와 수입단가 상승, 국내산 고등어의 생산량 증가 및 품질 상승 등의 분위기가 향후 고등어 내수시장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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