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해양레저문화 정착을 위한 사회적 책임
안전한 해양레저문화 정착을 위한 사회적 책임
  • 정우철 인하공업전문대학 해양레저센터장
  • 승인 2019.03.0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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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철 인하공업전문대학 해양레저센터장

[현대해양] 최근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각종 낚시관련 프로그램이 주는 순기능은 우리가 바다를 조금이나마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낚시 인구가 등산인구를 넘어서며 취미부문 1위로 등극했고, 이에 따라 낚시관련 산업도 활성화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에 따른 역기능으로 해양사고가 급증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들어 온 말 중에 “물가에 가지마라”, “물가에 내 놓은 어린아이 같다”는 말이 있다. 바다는 생명의 원천이자 교역의 매개체이지만, 더 없는 재앙과 고통을 가져다주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많은 유럽 해양국가들은 바다를 도전의 대상으로, 교육의 장으로 여기고 있다. 삼국시대 가야와 백제의 바다를 통한 일본과 교류, 통일신라시대 장보고 장군의 해상경영 등 많은 역사적 사실을 보아도 우리민족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바다 DNA 인자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바다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고들과 이에 대한 국민의 안전의식, 정부정책을 돌이켜 볼 때, 해양사고에 대한 우리 현실과 대처방식은 매우 안타까운 수준에 머물러 있을 따름이다.

2017년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해양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발생한 해양사고는 총 2,600여건으로 2016년보다 약 12% 증가하였으며, 이에 따른 사망·실종자는 총 145명(어선 100명, 비어선 4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레저선박 사고는 2016년보다 총 134건 증가한 449건으로 나타났으며, 낚시어선 사고도 총 66건 증가한 22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양레저 인구와 낚시어선 이용객이 급격히 늘면서 레저선박과 낚시어선의 사고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월호 사고의 교훈

2014년 어느 봄날 아침, 온 국민이 가슴 졸이며 함께 아파했던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어느덧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러한 비극이 자신들에게 발생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들은 청춘의 꽃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었을까. 우리 사회는 적어도 그들과 유족에게 큰 죄인이 되어버렸다.

세월호 사고 이후 수많은 안전대책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과연 현장에서는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고, 우리 국민들의 안전의식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여전히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는 해상 음주운전 사고와 구명조끼 등 안전장구 미착용으로 인한 사고들이 이를 대신 대답해 주고 있다. 육상이라고 크게 다를 바 없다. 음주운전자로 인해 아까운 젊은이가 세상을 떠난 이후 발효된 일명 ‘윤창호법’으로 엄중한 처벌이 시작됐음에도 음주운전 사고는 끊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안전에 대한 안이한 생각이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팽배해 왔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리라.

 

규제완화만이 해결책인가

몇 해 전 해양레저산업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많은 토론자이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해 줄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참석자 누구도 안전을 전제로 한 규제완화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저 늘 그래왔듯이, 해외 선진국 사례를 언급하면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만 주장할 뿐이었다.

물론 미국, 유럽 뿐 아니라 가까운 일본도 정부의 규제보다는 민간차원에서 제시하는 최소한의 규제기준만 있는 상황에서 레저산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바다를 대하는 문화가 다르고 안전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사회적 환경이 다른 해외 사례를 현 시점의 우리나라에 대입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2017년 우리나라 해양사고 실태를 이웃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본 해상보안청에서 발표한 2017년 해난사고 통계자료를 보면 한 해 동안 발생한 레저선박 사고 건수는 930 여건으로 우리나라의 2배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등록된 레저보트가 우리나라의 10배 이상임을 고려하면 보트 한척 당 사고 비율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5배 이상이라 볼 수 있다.

사고 유형을 살펴보면 기관고장으로 인한 사고 비율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약 12배 정도이고, 선박간의 충돌로 인한 사고 비율은 약 2배 수준이다. 즉, 안전운항의 출발점인 철저한 사전점검이 그만큼 부실하고, 운전자 과실도 많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이 능사인양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과연 해양레저산업 활성화에 있어서 최우선의 조건인지에 대해서는 재고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제 다시 시작하자

최근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일명 마리나항만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 내용에는 ‘마리나선박의 정비기준’이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레저보트는 엔진에 대한 검사기준은 있었으나, 수리와 정비 기준이 없어 안전관리의 허점으로 지적돼 왔다. 반면, 자동차는 수리 및 정비에 대한 엄격한 시설기준과 자격기준을 법(자동차관리법)으로 규제받고 있다. 등록된 레저보트가 3만 여척에 달하는 우리 해양레저산업에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안전규제가 강화된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새로운 정비기준에 맞는 자격과 시설을 갖춰야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규제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 선진국에서도 대부분 민간 중심이기는 하지만 짧게는 몇 주간부터 길게는 2~3년간의 교육을 통하여 자격을 부여하고 있고, 환경과 안전에 대한 엄격한 시설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30여년 전 어느 강의에서 들은 내용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다.

“인간은 실수를 서로 용서해 주지만, 기계는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앗아 가버린다.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요건이 되어야 한다.”

건전한 해양레저 문화 정착을 위하여 안전에 대한 규제가 다소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련 산업과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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