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의 민주화와 행정의 책임
어업의 민주화와 행정의 책임
  • 문종욱 해양수산전문 변호사
  • 승인 2019.03.0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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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현대해양] 10여 년의 시간을 법조계에 몸담아 오면서 분야별 다양한 사건을 다뤄왔지만 수산업관련 분쟁은 매우 생소하고도 특수한 분야로 인식된다.

특히, ‘수산업법’은 다른 법 분야에 비해 전문성과 기술성이 높은 법률로 어업, 어획물운반업, 수산물유통·가공 등 수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배타적 성향을 가진 영역으로 여겨진다.

문종욱 해양수산 전문 변호사

수산업은 한정된 공유재인 바다를 경쟁적으로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과도한 선취경쟁, 수산자원의 고갈, 업종 간 분쟁 등 다양한 정치‧경제‧사회적 갈등 요소가 내재된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평성 있는 규율과 민주적 절차가 수반된 행정의 개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수산업 분야의 사건사례들을 접하며, 정부의 개입이 자칫 어업 간 형평성을 훼손할 수 있고, 나아가 어업인의 기본권마저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행정의 자의적 법 해석…법 적용의 형평성 훼손

우선, 현장에서 어업인들에게 가장 많이 적용되는 법조항 중 4개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다.

▲수산업법 64조의2는 어구의 규모 등의 제한 ▲수산자원관리법 24조는 특정어구의 소지와 선박의 개조 등의 금지(이하 특정어구 소지)에 관한 규정이다. 이 규정들의 벌칙은 비교적 가벼운 편인데 징역형은 없고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행정처분은 둘 다 1차 적발 시 30일, 2차 60일, 3차 90일 동안 어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반면, ▲수산업법 41조는 어업의 허가에 관한 규정이고, ▲수산업법 66조는 면허‧허가 또는 신고어업 외 어업 금지(이하 허가 외 어업금지)에 관한 규정인데, 이 법들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대적으로 중형에 해당하는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 또, 수산업법 41조는 1차 적발 시 60일, 2차 90일의 처분이 내려지고 3차 적발 시 어업허가가 취소된다. 수산업법 66조의 경우 1차 적발 시 어업허가가 바로 취소된다.

실제 현장에서 이 법들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연안어업의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다.

△연안통발 어업의 경우 현행법 상 낙지 포획 시 그물코 크기는 22mm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22mm이하 그물코를 이용해 포획하면 이는 수산업법 64조의2(어구의 규모 등 제한) 또는 수산자원관리법 24조(특정어구 소지)를 적용 받는다.

또, △연안새우조망 어업은 불법인 막대어구 적재 시 수산자원관리법 24조(특정어구 소지)를, 막대어구를 이용해 조업 시 수산업법 64조의2(어구의 규모 등 제한)를 적용 받는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법 적용에 있어서 상식의 범위 내에 있으며, 비교적 가벼운 처벌로 분류될 수 있겠다.

반면, △연안선망 어업의 경우, 전남도 연안선망 어업인들은 조류가 빠른 해역 특성 상 과거부터 자루그물을 이용해 멸치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법규의 내용상 자루그물이 부착된 형태의 그물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러한 문제가 장기간 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관계기관은 지속적으로 단속을 이어왔다. 그런데 이들에 대해서는 수산업법 41조(허가 또는 무허가 어업), 수산업법 66조(허가 외 어업금지)로 적용되어 처벌받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후자의 법조 적용는 전자의 법조 적용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중한 법정형과 처벌기준을 가지고 있는바, 어업인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연안선망 어구의 경우 연안통발이나 연안새우조망 단속 사례와 동일한 관점에서 어구의 적합성 여부의 문제로 보아야 함에도 실제 법 적용은 ‘무허가어업’으로 판단하여 보다 중한 처벌이나 처분이 내려지고 있는 것이다. 합리적인 판단의 범위 내라면 어구의 불법성 여부와 어업허가의 유무는 동일한 범주 상에서 다뤄질 사안이 아닌 것이다.

법적 지식이 부족하고 행정에 무지한 어업인들에게 행해지는 단속기관 담당자의 재량권 남용이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유사한 위반행위임에도 단속기관 담당자가 어떠한 관점에서 법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업종별 차별로도 인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입법의 미비, 어업 간 갈등 조장

아울러 연근해어업에 대한 관계기관의 차별적 법 적용과 집행에 대한 불만 역시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관계기관은 지난 수년간 대형어업의 ‘혼획’ 문제에 대하여 인식하고 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왔다. 이에 따라 관계기관은 2016년 12월 일정한 혼획의 기준과 처벌법규는 제정하였으나, 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약 2년이 경과하였음에도 세부적인 행정처분에 대한 기준과 근거법령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에 단속권한을 가진 관할 지자체는 근거법령의 부존재를 이유로 단속에서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어업 생산량, 어업의 규모, 어획강도, 경영여건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특정 대형 업종에 대한 정부의 편향적 정책 마련 및 규제의 유보는 산업적 관점에서는 어업경쟁력 확보라는 명분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수산자원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는 연근해 업종 간 갈등을 조장하고 불신만 부채질하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현장에서 만난 연안어업인들 다수는 삶의 터전인 수산자원의 보호 및 이를 위한 자발적 참여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다만 어업현실에 맞지 않는 현 수산법제에 대한 지적과 정부‧지자체 등 관계기관의 책임 있는 역할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어업인들도 상호 발전적이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어느 한 어업에 대한 허용이나 규제의 완화는 다른 어업에 불편함이나 양보를 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업인의 바다 이용은 국민의 합의에 기초한 헌법 및 하위 법률에서 이용권리를 일정기간 부여한 것으로 본다. 시민들은 어업인들의 울부짖음을 가엽게 볼 수도 있지만 이를 이기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미래를 위하여 어업인들 간에 동업자 정신을 가지고 서로 양보와 타협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고민과 함께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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