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어촌정담 漁村情談 ⑬ 발전도 좋지만, 바다와 갯벌은 지켜야
김준의 어촌정담 漁村情談 ⑬ 발전도 좋지만, 바다와 갯벌은 지켜야
  • 김준 박사
  • 승인 2019.03.10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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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 비토리

[현대해양] 다리를 건너 솔섬으로 들어서자 먼저 반기는 것이 펜션이다. 사천시 서포면 소재지에서도 찾기 어려운 카페도 여럿이다. 물이 빠진 갯벌은 시꺼멓게 온통 굴 양식장인데 섬은 주민들은 보이지 않고 도심보다 세련된 카페와 집들이 즐비하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 믿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모든 어촌이 이렇게 바뀔 수는 없지만 도시어촌의 변신에 방향을 설정하는 시금석은 될 것 같다.

▲ 해양낚시공원
▲ 해양낚시공원

다섯 개 유인도 이루어진 섬마을

비토섬은 남해 강진만과 사천 광포만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섬이다. 강진만은 남해군의 남해읍, 설천면, 창선도 사이에 있는 내만이며, 광포만은 사천시, 서포면, 금남면에 둘러싸인 내만이다. 이곳은 지족해협, 삼천포해협, 노량해협을 통해 바닷물이 들과 나며 남해안에서 갯벌이 가장 발달한 곳이다.

비토리는 연도교로 이어진 솔섬 외에 주변에 별학도·진도·월등도 등 작은 사람 사는 섬과 토끼섬·거북섬·목섬·굴섬 등 무인도가 있다. 실제로 섬에 거주하는 가구는 별학도와 진도는 한 가구, 월등도는 네 가구다.

진도는 배를 타야 갈 수 있지만 별학도는 해양낚시공원을 조성하면서 보행교가 만들어졌고, 월등도는 물이 빠지면 걸어서 혹은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비토섬이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은 주변에 이런 작은 섬이 있기 때문이다.

마을로는 거북교를 건너 첫 번째 마을이 상촌이며, 이어 중촌 그리고 해양낚시공원과 위판장이 있는 낙지포, 월등도 가는 길목에 있는 하봉이 있다. 이렇게 많은 유인도를 가지고 있는 마을이 있을까 싶다.

바다자원으로 보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진다. 세 곳의 바닷길을 통해 바닷물이 들고 나고 내만은 작은 섬과 무인도 그리고 굴곡도가 높은 해안으로 갯벌이 발달해 있다. 게다가 수심이 깊은 곳도 꽤 있다. 모자반, 미역, 톳 등 해초류도 많이 자란다. 갯벌은 펄, 모래, 혼합 그리고 암반까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 굴막에서 깐 굴
▲ 월등도로 넘어가는 길목인 하봉마을에 세워진 별주부전을 상징하는 조형물

 

남해안 최고의 갯마을

비토섬 갯벌은 사천은 물론 남해안에서 가장 넓고 좋은 갯벌을 가지고 있다. 오래전에 그곳에 갯잔디를 조사하기 위해 들렸던 적이 있다. 갯잔디가 군락을 이루는 너른 갯벌에 자연해안선이 특징이다. 황조롱이, 원앙, 검은머리물떼새, 붉은배새매, 알락꼬리마도요, 아비 등 물새들이 많이 찾는다.

또 대추귀고둥을 비롯한 많은 고둥과 게, 수달과 삵도 서식한다. 주목해야 할 곳은 비토섬과 솔섬을 잇는 다리이다. 애초 이 다리는 제방형으로 만들어졌다가 주민들의 요구와 정부의 갯벌복원 정책으로 바닷물이 통하는 다리로 바꿨다. 그 결과 굴양식을 비롯해 해양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비토리는 어느 마을이 입구에 굴막이 있다. 겨울에 굴을 까는 작업장이며 때로는 가게로 변신한다. 다리가 연결되었고, 해양낚시공원과 캠핑장이 문을 열면서 여행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그 덕에 길거리 굴막에서 판매하는 깐굴 수입이 만만치 않다.

일부 어머니는 해삼, 살조개, 코끼리조개 그리고 파, 봄동 등 야채도 들고 나왔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어머니들이 먼저 굴을 보고 반긴다. 한 알 두 알 먹어보고 지갑을 연다. 옆에 있는 어머니 내 것도 좀 사달라며 성화다. 그야 말로 마을장터다.

▲ 섬 곳곳에 펜션, 카페 공사가 진행중이다.
▲ 섬 곳곳에 펜션, 카페 공사가 진행중이다.

 

개발과 발전, 그 딜레마

‘아따 잘해 놨네. 잘해 났어.’ 전라도 어촌에서 온 모양이다. 어머니들이 연신 감탄을 한다. 노부부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느라 부산하다. 멀리 창선도와 남해도 그리고 사천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사천시는 해양레저 관광과 어민소득 증대를 위해 국도비와 시비 50억원을 투자해 2015년 ‘비토해양낚시공원’을 조성했다. 공원은 바다 위를 걷는 다리 보행교 228m, 산책로, 낚시터 2개소, 해상펜션 4동, 정자, 어린이 놀이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전한 낚시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혼합밑밥 사용금지’를 시도하고 있다. 낚시공원은 우여곡절 끝에 마을어촌계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낚시를 하지 않고 해상펜션을 이용하지 않아도, 보행교와 산책로를 걷기 위해서는 약간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그게 해양낚시공원 입장료다. 바다 위에 쇠기둥을 세워 만든 시설로 마뜩하지 않지만 찾는 어오는 사람도 한 둘 눈에 띈다. 이미 낚시터에는 열댓 명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별학도는 원래 두 가구가 거주하는 유인도였다. 지금은 오씨 부부만 섬을 지키고 있다. 부부는 별학도를 지키며 굴양식과 밭을 일궈 다섯 자식을 키웠다. 주말이라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들어와 씨앗을 뿌리기 위해 밭을 일구고 있었다. 작은 민박도 운영한다. 별학도는 벼락 맞은 섬의 벼락도에서 비롯된다는 설이 있다.

섬은 비토리 낙지포와 마주한 곳을 제외하고 벼랑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양낚시공원은 섬의 남쪽 창선도 방향으로 조성되어 있다. 10여 명이 낚시를 즐기고 있고, 배가 해상펜션으로 손님을 나르기도 한다.

주말이라 산책로와 보행교를 걷는 사람들도 제법 눈에 많다. 해양낚시공원만 아니다. 사천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비토여가캠프장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캠프장은 스토리 하우스와 글램핑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두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다.

지금도 섬 곳곳이 펜션이나 카페 등 시설물을 만들기 위한 짓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추세라면 월등도나 진도 등 인근에 있는 섬으로 확산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듯하다.

▲ 굴막에서 깐 굴
▲ 굴막에서 깐 굴

 

물 나면 차 다니고, 물들면 배 다니고

월등도로 가는 길, 비토섬 동쪽 끝에 있는 하봉마을이다. 도로 끝에 이르면 토끼와 거북을 만날 수 있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월등도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하봉마을 선창이다. 선창에서 보면 광포만이 펼쳐진다. 비토섬에서 시작된 토끼이야기는 월등도에서 마무리된다. 판소리‘수궁가’에 나오는 ‘남해용궁’을 월등도 작은 섬의 생김새와 지명을 토대로 별주부전 배경으로 해석했다. 그 스토리를 이렇게 풀었다.

토끼 부부가 비토섬에 살고 있었다. 중병을 앓고 있던 수궁의 용왕은 토끼간이 특효약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별주부를 뭍으로 보냈다. 섬에 도착한 별주부는 감언이설로 토끼를 데리고 용궁에 도착했다. 토끼는 ‘달이 커지는 선보름 15일에 월등도 계수나무에 간을 걸어두고 다닌다’고 꾀를 내어 용궁에서 빠져나와 월등도에 도착했다.

그런데 너무기쁜 나머지 달빛에 반사된 섬을 월등도로 알고 뛰어 내려바다에 빠져 죽었다. 토끼를 놓친 거북이도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굶어죽었다. 월등도 좌우로 토끼섬과 거북섬
이 있다. 토끼 기다리던 아내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어 목섬이 생겨났다. 그리고 월등도는 토끼가 용궁에서 돌아와 당도한 섬이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비토섬에 전하는 ‘별주부전’의 내용이다.

하봉선착장에서 한 시간여 기다렸다 물이 빠진 후에야 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차를 가지고 들어간 사람들은 5분도 되지 않아 돌아 나왔다. 토끼섬으로 가는 길을 보행교를 만들어 놓았지만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월등도는 네 가구가 살고 있다. 그 중 인기척이 있는 가구는 두 가구뿐이다.

굴막에서 굴을 까던 어머니는 다리가 놓이지 않는 이상 월등도는 다른 섬처럼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대답했다. 선착장도 있고 굴 양식을 할 수 있는 어장도 좋다. 별학도가 수심이 깊고 물색도 좋지만 월등도는 물이 빠지면 섬이 온통 갯벌로 둘러싸인다. 잠깐 열리는 시간에 맞춰 섬에 들고 나야하기에 주민들도 불편하다. 비토섬이나 솔섬 그리고 별학도는 크게 변하고 있지만 정작 별주부전의 중심인 월등도는 섬 안에 작은 섬으로 조용하다.

섬은 바뀌고 있지만 섬사람들은 여전히 조개를 캐고 굴을 까서 생활하고 있다. 펜션이나 카페는 다른 섬과 마찬가지로 외지자본이 들어와 만들어진 것들이다. 다행이라면 낚시공원과 캠핑장을 사천시가 투자했다는 점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조용한 섬에 찾는 사람들이 늘어 굴을 팔고, 겨울철에는 굴구이도 인기다. 체험과 휴식을 위해 섬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외지인이다. 다리를 놓고 개발을 하는 목적이 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말이 무색하다. 펜션 앞 갯벌에 걸대식 굴양식이 있어 그나마 바다는 아직은 주민들 생계터전이다.

이것도 야금야금 체험장으로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매년 4월에 ‘서포면 별주부전축제’를 개최한다. 비토섬의 바다와 갯벌은 아직 건강하다. 그 갯벌에 굴, 바지락, 감태가 지천이고, 가을철에는 전어도 많이 잡힌다. 섬을 개발하고 바다도 지켜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토끼섬’에서 어떻게 잡을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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