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비침체 직격탄 맞은 제주 광어양식 현장을 가다
[르포] 소비침체 직격탄 맞은 제주 광어양식 현장을 가다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3.04 22: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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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소비자 입맛 맞춤 전략 필요
▲ 제주 광어 양식장
▲ 제주 광어 양식장

 

[현대해양] ‘국민횟감’의 역할을 담당한 광어 소비가 급락해 제주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침체국면 상황을 살펴보고 어떤 생존전략으로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광어의 주산지인 제주 현장을 직접 둘러 보았다.


#1. 제주 동문수산시장 : 광어소비 감소 뚜렷

지난달 중순 한 겨울밤. 제주공항 근처 동문수산시장 내에서 시연된 대방어 해체쇼에 여행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서울에서 온 한 청년은 “방어가 제철인데 유명 야시장에서 방어 해체 쇼를 생생하게 중계할 수 있어 (유투브)조회수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개인용 촬영장비로 영상 찍기에 여념없었다. 그는 대방어 회 3만원 치를 사서 식당에 들어가 시식하는 영상촬영을 이어갔다.

횟집 가판대에서는 포장된 모듬회, 방어, 연어가 판매되고 있었다. 횟집 사장 A씨는 “이전엔 모듬회를 만들 땐 대부분 광어(넙치)를 깔고 도미, 갈치, 방어, 연어 순으로 마무리했는데 최근에 광어 비중을 20% 정도 유지한다”며, “제주광어가 유명한 것 맞지만 고객들은 최근 방어, 연어를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광어가 주산지의 강점을 살리지 못한 채 여행객과 제주 도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 현장이다.

▲ 제주항에서 대기 중인 활어차
▲ 제주항에서 대기 중인 활어차

제주 동문수산시장에 활어를 공급하는 중도매인 B씨는 “기존에는 제주 동문수산시장과 세귀포 올레시장 등 제주 전 지역에 광어 1톤 가량이 매일 공급됐는데 최근에는 광어 소비 전체가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며 씁씁해 했다.

매일 오후 제주항에서 활어차를 목포로 실어나르는 일을 하는 그는 최근에 육지로 나가는 물량이 10% 줄었다며 “노량진수산시장 등 전국의 도매상과 일류호텔에서도 광어 수요가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네이버, 구글 검색결과를 기반으로 분석한 트렌드(Trend) 지수에 따르면 방어가 매년 겨울 다른 어류에 비해 트렌드 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연어는 연중 트렌드 지수가 높아 광어, 우럭 다음으로 한국인이 많이 찾는 대표어종으로 안착하고 있는 것으
로 관측됐다.


# 2. 제주어류양식수협: 가격하락세 역대급 위기

제주도는 우리나라 대표 활어 품목인 광어 생산량의 6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동문수산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제주어류양식수협은 광어양식의 컨트롤 타워를 맡고 있는 곳이다. 제주어류수협에 따르면 광어가격은 지난달 1만688원을 시작으로 1월 9,500원 지난달 11월 기준 8,5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3,375원)에 비해서는 29% 밑돌고 있다.

광어양식장은 제주도에만 357곳. 제주해양수산자원연구원 오성립 연구사에 따르면 2008년 하락세의 광어 가격이 지난 2009년부터 회복기에 들면서 양식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고 분석된다. 수협은 광어가 직격탄을 맞은 가장 큰 원인을 공급과잉이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동훈 기획상무는 “지난 10년 사이 광어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했던 적이 세 차례(2008년, 2014년, 2018년) 있었다며, 이번 만큼은 역대급 위기라는 시그널이 명확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KMI동향분석(108호)에 따르면 1kg 이상 크기의 광어 출하가능 물량을 기준으로 이 3번의 경우 모두 전년보다 80% 이상 과잉공급되면서 2008년 산지가격은 2007년 대비 17.5%, 2014년과 2018년에는 각각 24.2%, 12.0%씩 하락한 바 있다.

▲ 김광익 제주어류양식수협 이사
▲ 김광익 제주어류양식수협 이사

이와 동시에 광어 수출도 되레 줄고 있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오 기획상무는 “우리 광어는 미국, 일본, 두바이 및 EU 등 전 세계 10여개 국가로 수출되지만 가장 큰 수출국인 일본 수출량이 줄어 공급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수입 수산물은 기세등등하다. 광어의 대체제로 방어 수요가 높아지면서 지난 연말부터 지난해까지 일본산방어 수입량이 전년도 750톤에서 1,574톤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어는 양식생산량이 주를 이루며 한국과 일본에서 양식이 모두 이뤄지고 있지만 방어 양식기술면에서 한국은 중방어 정도 키우는 수준인데 비해 일본은 대방어 등 고급 방어를 대량으로 생산해 내고 있다.

연어 또한 수 년전부터 우리 식탁에 연착륙하면서 지난 2016년 2만7,527톤 2017년 2만9,626톤 2018년 3만7,400톤으로 수입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3. 비상대책회의 : 정책지원은 답보상태

광어양식 어민들과 관계 오찬을 겸한 비상대책회의가 한림항에서 열려 기자도 수협 임직원과 동행하여 참석했다.

올 초부터 제주도와 제주해수어류양식수협, 양식업체들은 수차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나 △ 무차별적으로 수입되는 연어에 대해 FTA 관세율보다 우선 적용되는 특별긴급관세를 부과하고, △ 일본산 방어에 대해서는 4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며, △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광어 군납 물량을 100톤에서 500톤 이상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의 진행 사항은 답보 상태이다.

광어양식장 □□수산 대표 C씨는 “17년째 양식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토록 힘든 적이 없었다”며, “대부분 몇 억씩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 어민들은 지지부진한 지원 정책을 연거푸 비난했다.
▲ 어민들은 지지부진한 지원 정책을 연거푸 비난했다.

△△수산 대표 D씨는 “당장 가격부터 안정화해야 한다. 수협,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수산업체 보조금은 이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것이다”고 지지부진한 정부의 태도를 연거푸 비판했다.

한편, 핵심 동력을 찾아야한다며 소비자 트렌드에 맞는 홍보에 역량을 집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수산 대표 C씨는 “축적된 기술 덕에 세계 최고 품질의 광어를 생산하고 있지만 제품만 좋으면 무엇하나”며, “SNS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광어 이미지 개선과 전략적 마케팅이 수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원철 도의원은 “보다 품질 좋고 경쟁력 있는 양식 넙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스마트한 소비자 입맛을 겨냥한 홍보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수협에 따르면 광어홍보를 위해 제주MBC에서 하루 9회 이상 AM, 표준FM, 등 4월중순까지 소비 촉진캠패인이 진행될 계획이다.


#4. 양식장 현장: 키우는 비용이 더 나가

간담회 이후 A씨가 운영하는 □□수산 양식장 현장을 방문했다. 제주 서부 탐라해상풍력단지에서 1,000ha 규모의 대규모 양식장을 운영하는 A씨는 “일요일을 제외한 거의 매일 하루 한 번씩 2.5톤 활어차가 양식장으로 직접와서 광어를 싣고 제주항으로 이동했는데 근래에는 2~3일에 한 번 정도로 빈도가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산적한 광어를 가리키며 “1년정도 키워 벌써 출하했어야 하는데 속절없이 사료만 먹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양식어민들에게는 사료 비용이 가장 큰 부담이다. 한쪽 켠에서 외국인 노동자 네 명이 생사료를 기계에 넣어 잘게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들 또한 주 일과가 최근에는 하루에 두 차례씩 1시간 가량 사료주는 일과 사료만 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A씨는 “특히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제주도 특성상 현금 유동성이 없는 곳에는 질이 나쁜 사료가 배급된다”며, “그런 사료를 먹고 자란 광어는 면역체계도 이상이 감지된다”고 밝혔다.

폐사률도 만만치 않다. 광어는 1년 주기로 성장하는데 제주광어연구센터에 따르면 연간 10만톤 중 30~40%가 폐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광어 치어
▲ 광어 치어

 

이밖에 지속적으로 산소발생기 등 전기요금 시설비가 고정적으로 비용이 지출되고 있어 양식 어민들의 경영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생산비 절감형 양식시스템이 구축돼 우량 종자 개발연구가 확대되고, 현재 고비용의 생산구조를 체계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스마트양식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지금껏 제주도에서는 정책적으로 배합사료를 이용한 바 없으며 스마트양식은 제주도가 주도로 실현된 바가 전무했다.


#5. 수산정보콘텐츠협회: 콘텐츠 무장으로 쇄신해야

시대에 맞춰 홍보 방법도 SNS, 드라마, 영상콘텐츠 내 PPL 등 다변화 되고 있는 가운데 광어는 다양한 고객층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국민들의 인식에는 어느 횟집을 가도 먹을 수 있는 대표 횟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어와 방어는 다방면의 소비자 패턴을 연구하고 트랜드화 해 왔다. 한국은 가정간편식(HMR)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수산물 제품이 대형할인마트, 편의점 등에 유통된다는 실태를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가 수년전부터 현장에서 분석하여 양식, 가정식, 셀러드, 연어장 등 연어를 다변화시켜 국내 식탁에서 노르웨이 연어의 존재감을 키웠다.

방어 또한 무서운 기세로 한국인의 입맛을 점령하고 있다. 초밥, 구이, 시시미 위주에서 최근에는 방어김치찌개, 방어머리김치찜, 방어가스, 방어강정 등 새로운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수산정보컨텐츠협회 관계자는 “광어는 포지셔닝(목표 시장에서 전략적 위치를 계획하는 것)이 없다. 연어는 노르웨이의 청정함, 방어는 도톰하고 맛있다는 식감을 필두로 광어의 빈틈을 잠식해왔다”며, “광어도 소비자의 마음 속에 안착 할 브랜드 없이는 광어의 대반등은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과거의 횟감으로만 국민들에게 인식이 강하게 심어져 있어 이를 타개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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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효 2019-03-05 03:25:05
제주 광어를 제주도에서 먹는거보다.
서울이나 육지에서 먹는게..더 싸니...
동문시장 가면 죽은생선으로 미리 떠 놓은 그런 하급 회 말고
제주가 산지라고 해도 가격이 산지가격이 아닌데... 무슨 매력이 있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