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상업포경 재개한다는데…
일본은 상업포경 재개한다는데…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9.03.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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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제재 위한 준비 필요
남해 홍합 양식장 로프에 걸린 긴수염고래

[현대해양] 일본이 국제포경위원회 탈퇴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상업포경을 시작할 뜻을 내비치면서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대처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일본이 국제포경위원회(IWC;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를 탈퇴한다고 선언하면서 부터다. IWC 탈퇴 선언은 그동안 ‘연구’ 명분으로만 고래잡이를 해왔던 일본이 이제는 자유롭게 고래를 잡아 팔고 소비하겠다고 나선 것이라 할 수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해 12월 26일 기자회견에서 “내년(2019년) 7월부터 상업적 고래잡이를 재개하기로 하고 국제포경위원회에서 탈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전날 각의(閣議; 국무회의)에서 IWC 탈퇴안을 의결했다. 일본은 그동안 우리나라와 함께 IWC 회원국에 가입돼 있었다.

IWC는 고래잡이를 하는 국가들이 고래 자원의 적정한 보존 및 포경산업의 질서 있는 발전을 위해 1946년 결성한 국제기구다.  IWC는 고래잡이의 시기, 어장의 제한, 포획 금지 등에 관해 협의하고 결정한다. 당초 IWC는 전면적인 고래잡이 금지가 아니라 적절하게 개체수를 관리하며 고래를 잡기 위한 목적이 더 강했다. 그러다 고래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1986년부터 전면적으로 고래잡이를 중단하자는 안건이 통과됐던 것. IWC에는 전 세계 89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우리나라는 처음엔 옵서버로 참여했으나 미국의 요청으로 1978년 정식 회원국이 됐다.

IWC는 1986년부터 협약에 따라 멸종위기에 놓인 밍크고래, 흰수염고래, 향유고래 등 12종에 대한 상업적 포경을 유예(금지)하고 있다. 상업포경을 재개하기 위해선 IWC 회원국 4분의 3이 찬성해야하기 때문에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미국, 호주 등 포경 반대 국가와 노르웨이·아이슬란드 등 포경 지지국 숫자는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 돌출행위 왜하나?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본격 상업포경에 나서기 위해 국제기구를 탈퇴하겠다는 것. 그럼 일본은 왜 국제적 비난까지 감수하며 고래잡이에 골몰할까?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센터장 손호선)에 따르면 세계 전체 고래는 90여 종이며, 우리나라에서 목격할 수 있는 종은 밍크고래(수염고래류), 동해의 참돌고래, 낫돌고래, 상괭이, 남해 제주연안의 귀염둥이 남방큰돌고래 등 5종 정도다. 이 중 참돌고래는 약 3만, 낫돌고래는 4,000, 밍크고래는 1,600(동해 600, 서해 1,000), 상괭이 1만5,000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1986년부터 IWC가 포획을 금지한 12종 외에도 모든 고래잡이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고래 거리가 있고, 고기 음식점이 포진해 있으며, 매년 고래축제를 여는 울산은 물론 포항 등 동해안 어업인들은 포경 허용을 요구해 왔었다.

우리의 경우 혼획 등 자연포획의 경우만 고래고기 유통을 허용하는 반면 일본 국민은 오래 전부터 고래 고기를 즐겨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은 그간 조사 포경을 하겠다는 명분으로 남극의 밍크고래 위주로 잡아왔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그동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연구 목적의 고래잡이를 허용한다’는 IWC 규정상의 허점을 이용해 고래포획 과정에서 발생한 고기를 식용으로 판매하도록 허가해왔다. 일본의 고래 소비량은 1960년대에는 연간 23만톤까지 이르렀다. 그러다 고래잡이의 잔혹성, 야만성, 식용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과 포경 제한 정책 등으로 소비가 줄었지만, 일본에서 고래고기는 여전히 일반 식료품 매장판매는 물론 학교 급식에도 사용된다. 따라서 요즘도 연간 3,000~5,000톤 정도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일본 포경선
▲ 일본 포경선

 

동해안 어민 상업포경 허용 요구

일본은 일본 영해 및 EEZ 내에서 포경을 할 뜻을 내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동해의 A 어민은 “일본이 다 잡아버리는데 우리가 안 잡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나. 자원이란 게 같이 보존해야지 한쪽만 보호한다고 되는 거냐”라며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B 어민은 “일본은 바다사자인 강치를 동해바다에서 멸종시킨 민족이다. 일본이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은 우리 측 수역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다, 대한해협을 통과해 북상하는 고래에 대해 일본이 무차별 포경에 나설 경우, 동해에 서식하는 고래 보호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일본의 포경 재개 움직임에 대해 국내 어민의 반응은 ‘일본은 고래를 잡겠다는데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되는거냐 하는 반응이다. 반면 국내 유일한 국립 고래연구소인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측은 일본이 정확히 어디에서 얼마만큼 잡겠다는 구체적 발상을 내놓지 않았기에 속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호선 고래연구센터장은 “일본이 어디서 어떤 고래를 얼마나 잡겠다고 밝히지 않아서 뭐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언론을 통해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도 있지만 개체 수가 풍부한 종도 많다. 고래를 보호하자고 다들 얘기하는데 개체 수가 많은 고래를 잡는 것을 비난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어민들 중에도 부분적으로라도 고래 포획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왜냐하면 개체수가 늘어난 고래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고래잡이 전통이 남아있고 고래축제를 여는 울산지역의 반응은 부분적으로라도 상업포경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민들 돌고래 피해 호소

오시환 전 울산수협 조합장은 “고래 수가 많아 어민들이 피해를 입는다. 고래를 잡지 않아 늘어난 개체수 때문에 우리가 잡을 고기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의 C어민은 “돌고래 한 마리가 하루에 청어, 오징어 등을 5~10㎏씩 먹어치우기 때문에 어획량이 크게 떨어진다”며 “돌고래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규식 전 구룡포수협 조합장은 “채낚기어선으로 오징어집어를 해 놓으면 돌고래떼가 와서 훼방을 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얼마나 짜증나는지 모른다”며 “정상조업이 가능하도록 솎음포경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울산의 D어민은 노골적으로 쿼터(포획 허용량)를 달라고 했다. “IWC에서도 ‘원주민 포경’은 허락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쿼터를 달라는 말을 못하느냐. 왜 일본은 되고 우리는 안 되나”고 따져 물었다.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떨까? 먼저 캐나다는 포경 금지 여론에 반대해 1982년 IWC를 탈퇴한 후 비회원국으로서 원주민 생존 포경을 하고 있고,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회원국이지만 1986년 포경금지 협약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까지 상업 포경을 하고 있다. 반면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은 포경에 반대하고 있다.

▲ 긴수염고래
▲ 혼획됐다가 구조되고 있는 긴수염고래

고래 혼획 상상 이상

이만우 장생포고래박물관장은 울산 장생포 지역민들의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이만우 관장은 “장생포 주민들은 고래잡이를 기다렸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금지한다고 생각해 허용될 때까지 기다려왔는데 움직임이 없어 답답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래박물관장은 우리는 일본과 입장이 다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본은 기록이 잘 되어 있다. 규제하지마라고 주장해 왔었고 줄곧 쿼터를 요구했었다. 일본은 축적이 돼 쿼터를 요구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근거가 없다. 설사 쿼터량을 받는다 해도 양이 많지 않다. 쿼터에 혼획량이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 어민은 포경이 재개되기를 학수고대하는 사람이다. 그는 “30년을 금지했으면 어느 정도 개체는 회복이 됐다고 본다. 실제로 마리 수가 많은 것도 있다. 마구잡이로 잡는 건 막아야겠지만 다른 어종을 다 잡아먹어 우리가 잡을 고기가 없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전문가의 입장에는 차이가 있다. 김현우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연구사는 “고래가 정치망이나 안강망에 혼획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2004년에 서해에 서식하던 상괭이 3만마리가 10년 뒤에 1만5,000마리로 줄었다. 서해 안강망에서 1년에 1,000마리 이상 혼획되고 있다”고 말했다. 혼획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입장이다.


먹이 피해

김현우 연구사는 “어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참돌고래도 연 400~500마리가 혼획된다. 전체 개체수로 봤을 때 혼획이 위험 수준에 있어 솎아내기식 포획도 현실성이 없다. 왜냐하면 그물에 혼획되는 양이 많다보니 포획 쿼터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30년 가까이 포경을 금지하며 종 보존에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여전히 멸종 위기에 놓인 종이 있다는 것. 귀신고래의 경우 1997년 이후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북방긴수염고래는 전 세계 150마리 정도만 생존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북방긴수염고래의 경우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2015년에 40년 만에 처음으로 목격됐다는 기록이 있다.

먹이 피해에 대해서 김 연구사는 “돌고래는 청어, 오징어를 먹지만 밍크고래는 멸치, 난바다곤쟁이를 주로 먹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김 연구사는 “채낚기어선이 집어해 놓으면 돌고래떼가 나타나 흩트려 놓는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고래를 다 잡을 수는 없다. 돌고래가 (집어등)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 IWC 컨퍼런스
▲ IWC 컨퍼런스

 

“고래자원 보존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겠다”

김 연구사는 일본의 포경 영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일본이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영향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며 “동해 쪽에서 잡는다면 관계가 있겠지만 일본이 공식적으로 포획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멸종 위기종을 잡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잡는다면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 입장 또한 일본의 입장 변화에도 포경 금지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알리고 있다. 해수부 국제협력총괄과 관계자는 “포경 관련 국제기구는 IWC가 유일하다. 우리는 IWC 틀 안에서 IWC의 기조를 따르며 고래를 보존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일본이 공식적으로 어디서 얼마나 잡겠다고 발표한 건 없다”며 “우리가 30년 이상 포경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일본이 IWC를 탈퇴했다고 해서 동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포경 여부와 관계없이 해수부는 포경 금지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일본의 고래잡이 행위에 맞불을 놓을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와 공조는 필요해 보인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은 SNS를 통해 “일본이 동해에서 회유하는 고래를 포획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적 배타수역에서 일본어선의 고래 포획에 대한 감시를 해서 필요시 국제제재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국제제재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고래자원이 포획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며 “일본의 포획으로 우리 자원에 영향이 있다면 일본과 협의(요청)를 하고 영향을 최소화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IWC 틀 내에서 고래자원 보존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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