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운석발견, 해양과학의 미래를 앞당긴다
국내 최초 운석발견, 해양과학의 미래를 앞당긴다
  • 현대해양
  • 승인 2008.12.30 0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익 박사(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이종익 박사.
이제는 대한민국 남극대륙운석탐사 단장이라는 직함이 더 잘 어울린다.
남극을 다녀온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 인천 송도에 자리한 극지연구소 실험실에서 그를 만났다.
대한민국 과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역사적인 발견을 했지만 단순히 위대한 발견자가 아니라 우주탄생의 비밀을 넘어 국내 과학의 발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는 이종익 단장. 한 여름 일부러 선탠을 한 피부보다 더 진한 구리빛 피부가 남극의 설원을 헤맨 혹독한 고통을 대신 설명해주는 듯하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 5번째로 운석을 보유하게 만든 장본인이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겸손하고 수수한 모습이다. 운석의 발견으로 이제 첫 걸음을 뗐을 뿐이라며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하는 그의 열정에서 국내 과학과 해양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었다. 

 

 

 


 꿈이 현실이 되다

 국내 유일의 운석박사라 불리는 서울대 최변각 교수(지구과학교육)와 지난 15년간 세종기지를 드나든 남극전문가 이종익 단장이 의기투합한 것은 지난해 초의 일이다.
“대한민국 독자적 운석탐사에 대한 비전을 품고 있던 최 교수의 권유로 시작되었다”는 이 단장은 “그저 만나면 꼭 한번 가자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며 당시의 감격스러움을 전한다.

  계획이 세워지고 지난 1년여 동안 관련 자료수집, 탐사대 구성, 산악 훈련 등으로 남극대륙 운석탐사를 향한 준비를 마쳤다. 운석탐사대는 이종익 박사를 단장으로 서울대 최변각 교수, 김옥주(서울대 석사과정) 씨로 구성된 과학자 3명과 대한산악연맹 산악스키위원회 유한규 회장, 강원도산악연맹 장남택 이사로 구성된 2명의 스키 산악인, 탐사전문작가 박종우 씨(비디오, 사진 촬영 담당)까지 총 6명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12월 28일 6명의 제1차 남극대륙운석탐사단은 지구상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철도역이 있는 곳이며 남극으로 향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칠레의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했다. 하지만 남극으로 들어가는 길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칠레에서 남극으로 들어가기 위해 남극탐사 지원회사인 ALE의 비행기를 타고 서남극의 패트리어트힐로 다음날인 29일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패트리어트힐에 태풍급 바람이 불어대는 통에 22번이나 항공기가 결항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 단장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어야 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무작정 보내야했던 시간들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결국 지난 1월 7일 탐사단이 수송기에 오르며 남극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매서운 추위, 허무함과 싸운 3주
 칠레에서 3,000여㎞를 더 날아가서야 도착한 남극. 주어진 시간은 약 3주에 불과했다. 남극의 2월은 너무 추운 날씨 탓에 탐사를 오래 지속할 수는 없었다. “열흘가량의 시간을 허송세월을 했기 때문에 패트리어트힐에서 장비교육 받는 시간마저도 아깝게 느껴졌다”는 이 단장.

탐사단은 세종기지로부터 직선거리로 2,500㎞이상 떨어진 남극 대륙의 중앙부인 마틴힐과 마틴힐에서 110㎞의 거리에 있는 피리티힐을 탐사지로 정하고 첫 번째 탐사지인 남위 82도의 마틴힐로 향했다. 하지만 마틴힐에서도 두 번째 탐사지인 피리티힐에서도 오매불망(寤寐不忘)기다리던 운석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눈보라를 동반한 강력한 남극의 바람인 블리자드는 수시로 불어와 탐사단을 괴롭혔다.

체감온도 영하 30도, 시속 60㎞를 넘나드는 바람과의 싸움은 탐사단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예정했던 3주간의 시간은 모두 흘렀지만 운석은 찾을 길이 없었다. 이 단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결과가 좋지 않아 모두들 의기소침해 지기도 했지만 운석을 찾지 못한다면 지질조사라도 제대로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힘을 냈다”며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전한다.

결국 아무런 소득도 올릴 수 없었던 탐사단에게 ALE(남극탐사 지원회사인 영국계 항공회사)가 티엘산맥의 왕복항공편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해 왔다. 탐사단이 이를 받아들이고 티엘산맥에 마지막 기대를 모았다.

 드디어 운석 발견하다
 남극점 가까이 85도에 위치한 티엘산맥에 들어간 것은 칠레로 철수하기로 예정된 날짜를 하루 넘긴 28일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주어진 시간은 단 6시간. 12시 30분에 도착해 2시간가량 참담한 절망감을 맛봐야 했던 탐사단에게 마지막 3시간을 남겨놓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리도 고대하던 운석이 바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몇 시간동안 굳어진 얼굴로 누구한명 입도 열 수 없었던 긴장감 속에서 발견한 운석으로 대원들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기쁨의 미소가 터져 나왔다.

“운석을 발견한 기쁨이야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지만 처음에는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수많은 자료를 분석하고 연구해 탐사지를 결정하고 남극까지 와서 3주간 아무런 실적도 올리지 못했는데 전문 탐사단도 아닌 외국계 회사의 지원으로 3시간에 운석을 찾았다는 사실에어딘지 모를 아쉬움과 허탈함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당초 400개 운석발견을 목표로 탐사길에 올랐던 이 단장은 철수 3시간을 남겨놓은 채 발견한 운석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던 당시를 떠올리고는 “솔직히 처음에는 실감이 나질 않았지만 대원 한명이 만세를 부르며 다음 운석을 발견했을 때 더 큰 감격을 느꼈다”고 덧붙인다. 이후 예정시간인 7시까지 3개의 운석을 더 추가하면서 총 5개의 운석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밤 10시 패트리어트에 도착한 탐사단의 모습에는 3주간의 강행군에서 오는 피곤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철저한 준비로 맞이한 운석
운석의 발견으로 온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즈음 처음 발견한 운석을 국내에서 어떻게 연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이미 극지연구소 내에는 레이저분화방식의 산소동위원소기를 갖추고 운석연구의 기반을 마련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운석의 일부를 떼어내 산소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하고 현미경으로 조직을 관찰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운석이 형성된 시점과 태양계에서 지구로 들어온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운석의 종류를 분류하고 지구 형성과정까지도 연구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운석학자인 일본의 구사까베 미노루 교수의 역할이 막중했다. 지난해 여름 은퇴한 미노루 교수를 데려오기 위해 이 단장은 은퇴시점에 맞춰 정부 예산을 세워 경비를 마련하고 몇 번의 설득 끝에 극지연구소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미노루 교수는 직접 연구하던 질량분석기 장비까지 연구소에 기증해 국내 운석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극지연구소와 함께 레이저로 운석을 떼서 추출하는 추출장치를 공동제작하고 현재 연구소 내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 단장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오는 2011년에는 정부예산 700억 원을 지원받아 남극에 대륙기지를 세우겠다고 밝힌다. 실제로 현재 2명의 기지예정지 탐사단이 예상후보지인 기지를 순찰하면서 가장 접근하기 유리한 지역을 선정 하고 있는 만큼 차후 대륙기지 건설로 운석탐사와 연구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는 “이번 남극대륙운석탐사 경험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며 앞으로 쇄빙선, 대륙기지 건설 등으로 이제는 제대로 연구해 보겠다”며 포부를 밝힌다. 이 단장은 “이번 운석탐사의 성공에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가장 많은 공헌을 해준 서울대 최변각 교수와 캠프를 설치하고 대원들의 안전문제, 먹을거리 등을 책임져준 산악 전문가들의 완벽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함께한 대원들의 공로도 잊지 않는다.

이번 운석발견으로 지질학계의 발전은 물론 세종기지와 연계한 남극대륙탐사, 쇄빙선 건조 등으로 이어져 국내 과학과 해양의 발전까지도 청신호가 켜졌다. 비록 시작은 빠르지 않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이 단장의 포부처럼 우리나라가 지구의 역사와 우주탄생의 비밀을 밝히는 등 우주연구에 큰 전기를 마련하고 국내 해양의 발전에도 이바지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