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대표 수산물에 대한 단상
동해 대표 수산물에 대한 단상
  •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전 선장)
  • 승인 2019.02.08 1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전 선장)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전 선장)

[현대해양] 어릴적 부터 경북 영덕 축산항에 살면서 접했던 동해안 수산물에 대한 소개와 품평을 전하고자 한다.

꽁치
동해를 대표하는 어종은 꽁치와 오징어이다. 꽁치는 봄에서 가을에 걸쳐서 많이 나는데, 계절적으로 겨울을 제외하고는 상시 맛 볼 수 있는 수산물이다.

유자망을 바다 아래 수 미터 내리면 지나가던 꽁치가 걸려든다. 그물채로 배에 싣고 항구로 돌아와 어판장에 내리고는 선원들이 꽁치를 털어 낸다. 그렇기 때문에 산 꽁치는 없다. 이와 같이 꽁치는 활어상태로 운반되지 않기 때문에 횟집 수족관에서 꽁치를 접할 수 없는 것이다.

꽁치회는 오직 선원들만 누리는 특혜이다. 잡은 지 몇 시간이 지나면 회로 먹지 못할 만큼 살이 부드럽다. 소금을 쳐서 구워 먹어도 맛있고 칼로 마구처서 볼을 만들어 각종 야채를 넣고 먹는 꽁치국도 일품이다.

꽁치 과메기도 널리 알려졌다. 꽁치를 길이 방향으로 반으로 잘라 그늘진 곳에 두면 피덕 피덕해진다. 이를 미역과 곁들여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기름끼가 너무 많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꽁치를 볕에 말린 다음, 고춧가루를 뿌려서 먹길 추천한다.

꽁치 먹는 백미는 단연 꽁치 식혜(젓갈)이다. 꽁치를 장독 안에 넣어서 1년 정도 지나면 꽁치가 삭혀진다. 그중에 통상 꽁치의 액젓만 시판되지만, 동해안에서는 삭혀진 꽁치 자체를 반찬으로 먹는데 지역사람들은 최고로 손꼽는다. 그런데 최근 꽁치 식혜 제조법이 전수되지 못하고 있어 대가 끊어질 지경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오징어
최근 연초에 오징어 대풍을 맞이했다는 소식이 동해안 어업인들의 활력을 불러 일으켰다. 오징어 조업을 하는 채낚기 어선에 밝은 불을 켜는 전구가 수 십개가 달려있다. 오징어가 밝은 불을 보고 달려들면 이 때 낚시줄을 내려 잡는다. 바늘에 걸려서 올라온 것이기에 활어 상태로 항구까지 운반할 수 있다.

도시 사람들은 오징어 회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동해안에서는 질기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회로서는 잘 먹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오징어는 말려서 오랫동안 보관하여 먹어도 맛이 구수하다. 오징어 안의 내장을 국을 끓여서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오징어 속을 해체하지 않고 시커먼 먹물만 조심스럽게 빼어내 그대로 삶아 칼로 몸체를 10등분하면 구수한 오징어 내장을 비롯한 다양한 맛을 한번에 맛볼 수 있다.

3일 정도 말린 피데기를 구워서 먹으면 덜 질겨서 먹기 좋다. 그렇지만, 완전히 마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고유의 구수한 맛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예전에 어머니들이 오징어 건조를 하면서 10개 다리 중 1-2개를 뜯어내어서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 만들어 주셨다. 마른 오징어 다리가 8개가 있는 경우는 이런 연유 때문일 수 있다.
  
도루묵
꽁치와 오징어는 흔한 생선이었다. 이보다 낮은 등급이었지만, 이들보다 더 고급으로 승격된 수산물이 있다. 조선시대 선조 임금 일화와 관련있는 도루묵이 그것이다. 겨울에 많이 나는 도루묵은 당시 너무 담백해서 별 맛이 없는 수산물로 선원들이 횟감으로 종종 먹곤 했다.

최근에서야 이 도루묵의 담백함이 빛을 보게 됐다. 된장을 넣고 끓이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알이 가득 찬 도루묵이라면 뽀독뽀독 씹어 먹는 식감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먹어보면 알이 없는 도루묵 찌개가 더 맛있다. 그래서 영덕 식당에 가면 반드시 물어본다. “알이 있는 것과 알이 없는 것 어느 것을 원하시는지요”라고.
  
영덕대게
영덕대게는 11월과 4월에 걸쳐서 영덕 앞바다에서 난다. 영덕은 군소재지이고 내륙지방이라서 영덕에서 직접 대게를 잡는 것이 아니다. 축산항, 강구항에서 나는 대게를 영덕대게라고 부른다.

사실 대게는 축산항의 차유라는 곳이 원조이다. 축산항에는 대나무로 덮힌 산인 죽도산(竹島山)이 있다. 여기에서 나는 게인데 다리가 대나무처럼 길다고 하여 대게로 불려지게 됐다고 조선 초 유학자 권근 선생의 양촌록에 나온다.

대게는 삶아서 먹는 방법이 유일하다. 가위로 다리와 몸통을 짤라서 속살을 먹는다. 도시 사람들이 선물을 받으면 몰라서 버리기도 하는데, 몸통 안에 게장이 대게 맛의 핵심이다. 검은 색이 도는 대게 내장에 몸통의 살을 함께 넣고 게 몸통의 크기에 찰 만큼의 밥을 넣는다. 5숟가락 정도가 되겠다. 여기에 참기름을 조금 넣고 비벼서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힌다. 이것을 먹지 않고서는 영덕대게 먹었다고 할 수 없다.

가게에서 주인장이 대게장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이렇게 먹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주인장은 여러 사람이 같이 먹도록 하기 위하여 밥을 너무 많이 넣는데 게장의 양은 정해져있으니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구·방어
동해안 겨울 생선 중 가장 비싼 귀한 수산물로 대구가 있다.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대구는 국을 끓이면 맛이 최고이다. 살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아가미는 아가미 식혜로, 대구의 알은 알 식혜로 만들어 먹었다.

가끔씩, 겨울철에 방어가 정치망 어장에 드는데, 너무 비싸고 귀하여 지역 사람들은 먹지도 못했다.

고래·물곰
2년에 한번 정도 돌고래가 잡히기도 했다. 꼽새기라고 불리는데 이 때 고래고기를 맛 볼 수 있었다. 생김이 아주 작은 곰처럼 시커멓게 생긴 물곰도 특색있는 수산물이다. 부산에서는 물곰치라고 부르는데 살코기가 너무나 부드러워, 흐늘흐늘하다. 다른 양념도 필요없이 시원한 무우에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먹으면 아침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겨울에만 나는 이 수산물은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한 마리에 20만원 거뜬하다. 

최근 어족이 감소하고 해수온도의 변화로 동해안 대표 수산물 꽁치와 오징어를 비롯한 다양한 수산물을 접하기 어려워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동해안을 대표하는 수산물들이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관심이 모여야 할 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