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임권 수협회장,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어업인으로부터
김임권 수협회장,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어업인으로부터
  • 변인수/박종면 기자(글/사진)
  • 승인 2019.02.11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년 간의 소회 밝혀…

[현대해양]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제도는 의복과도 같습니다. 옷에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합니다.”

지난 4년간 김임권 회장은 확고한 결의와 추진력을 바탕으로 수협중앙회의 경영정상화를 이뤄냈음은 물론, 수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외부세력에 맞서 138만 수산인에게 진취적인 열정을 전파해왔다.

바닷모래채취 및 해상풍력발전건설 반대, 수협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수익구조 개선, 해외 대체어장 개척 등 위기의 수산업을 어깨에 둘러메고 뚝심 있는 걸음을 내딛어온 그다.

<현대해양>이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을 만나 대한민국 수산업계의 수장으로서 임기 동안의 성과와 소회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취임 후 그동안의 경영성과를 소개한다면?

 

지난 2015년 취임 때 내건 비전이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입니다, 이는 조직이 추구할 최상의 목표가 수익성 제고에 있다는 소신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수협은 중앙회, 은행, 회원조합 등 전체 조직에서 연간 세전이익 5,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창출하는 조직으로 거듭났습니다.

우리 수협이 수익성을 높여서 어업인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겠다는 의미를 ‘강한 수협’에 담았고 이를 통해 수산업이 노력한 만큼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산업으로 거듭 발전하게 만들겠다는 뜻을 ‘돈 되는 수산’에 반영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취임 당시만 해도 협동조합에서 돈을 많이 벌겠다고 하는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고, 심지어 수협 임직원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는 공익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이니까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길을 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팽배했었습니다. 이는 수협이 버는 돈을 어디에 쓰이느냐를 간과한 탓에 생기는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협이 돈을 벌면 그 돈은 고스란히 어업인, 조합, 수산업을 위해 쓰이게 되므로 많은 수익을 창출할수록 어업인을 위해 돌아갈 몫은 많아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소극적이고 보수적이고 무사 안일한 업무관행에서 벗어나 돈 되는 일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 조직을 뜯어고치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6년 사업구조개편 문제는 수협이라는 조직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에 사력을 다해서 극적으로 성사시켰고, 수협은행 분리를 통해 자본구조를 개선하면서 수협의 수익성 개선에 획기적 전환점이 됐다고 봅니다.

 

수협 공적자금 상환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나?

 

현재 수협은행이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큰 폭의 수익을 벌어들여 상환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결코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추세를 지속해도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 어업인이나 수산업은 생사에 기로에 서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수협이 공적자금에 발이 묶여 은행의 막대한 수익을 어업인을 위해 한 푼도 쓸 수 없는 상황은 심각하게 봐야 하는 것입니다.

수협은행 수익에 대해서 공적자금에 상환될 부분은 법인세를 면제해달라는 요청을 국회나 정부에 하고 있는 것도 더 빨리 하루라도 앞당겨 어업인 지원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입니다.

앞으로 은행의 수익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지원을 이끌어 낸다면 5년 이내에 모두 청산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수산업계의 가장 큰 현안사항은?

 

수산자원 회복이 대단히 시급한 문제입니다.

우리 수산업은 GDP 4.2%에 해당하는 67조원 규모의 연간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부가가치 창출은 연근해 자원을 어획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나 우리 바다는 바닷모래 채취, 갯벌 간척, 해상풍력발전, 발전소 냉온배수 배출 등 환경파괴 행위가 지속되면서 어자원이 급격히 감소하는 실정입니다.

수협이 바닷모래채취 금지를 결사적으로 요구하고 해상풍력발전 확대 반대 투쟁에 나서는 이유이며, 남북수산협력과 러시아 등 해외어장 진출을 추진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우리 한반도 연근해 어족자원을 증강해서 자손만대에 물려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수산자원은 적정 수준에서 어획이 이루어지면 복원력이 작용해 지속적 생산이 가능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닷모래 채취 등과 같이 광범위한 환경파괴로 복원력을 훼손시키거나 복원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어획이 이루어지면 자원고갈은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자원회복을 위해 더 이상의 환경파괴는 없어야 하고 동시에 복원력을 키워줄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어획량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수협은 어업인이 주도하는 자율적 수산자원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가운데 연근해 어선의 해외어장 진출과 남북수산협력으로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업인 입장에서 고기를 잡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만큼 수입이 줄고 생계가 힘들어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그에 상응하는 지원책으로 뒷받침 해줘야 자율적 휴어를 통한 자원 증식 효과를 달성해낼 수 있습니다.

 

바닷모래 채취 반대운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수협이 나서서 EEZ 바다모래채취를 중단시키자 건설업자들은 모래대란으로 엄청난 파장이 올 것처럼 호도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 2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도 그들이 말하던 대란은 없었지요. 바닷모래 대신 다른 골재를 써도 건설 쪽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으므로 금지되는 것이 타당한 걸 입증한 것입니다.

지난 수십년 간 자행되어 온 무분별한 행위로 인해 우리 어업인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져버렸고, 이제 더 이상은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자연 훼손으로 발생하는 환경비용, 어장이 파괴되면서 생기는 피해, 염분을 제거하는 비용, 염분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채 사용했을 때 건축물에 미치는 피해 등을 따져보면 가장 값비싼 자원인데도 골재로 쓰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발상입니다.

실제로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서는 석유보다도 모래가 더 값비싼 자원으로 거래되는 현실입니다. 자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면서도 헐값에 바다모래를 계속 쓰는 일은 어업인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도 당장 멈춰야 마땅한 당위성이 있습니다.

 

노량수산시장 입주 거부 상인들에 대한 입장은?

 

최근 법원은 단전단수에 대해서 정당성을 인정하며 불법점유자들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새 시장 완공 후부터 내세웠던 이전 거부 사유들이 모두 명분이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명도소송에 이어 단전단수 가처분에 관한 판단에 있어서도 법원이 이를 모두 재차 확인해 주었습니다. 더 이상 이들에 대해서 협상이나 설득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서울이라는 도심 속의 바다입니다. 단순히 수산물을 팔고 사는 개념에서 벗어나 바다의 다양한 문화와 만날 수 있는 관광지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앞으로 개발될 해양수산복합시설을 적극 활용해 노량진수산시장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명소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것이 현실이 되면 소매상인들도 큰 수혜를 볼 수 있어 서로가 win-win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수협법에 관한 소회를 밝히셨는데 현재 심정은 ?

 

처음 제정된 수협법에서는 회장이 상임직으로 연임에 제한이 없었지만, 지난 2010년 비상임화가 된 이후로 어업인과 수산업을 위한 일관된 어정활동이 사실상 제약을 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당장 법안 통과는 불가능하겠지만 빠른 시일 안에 법개정이 이뤄짐으로써 수협 조직이 안정적으로 장기 과제들을 차분히 추진해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올해 진행될 수협 선거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올해 우리 수협은 중앙회장선거와 전국동시조합장선거라는 또 다른 변화와 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기를 맞았습니다.

선거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원칙은 공정성과 투명성입니다.

중앙회장과 조합장선거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지역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도·단속을 실시하기 때문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 수협 전체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현안사항 해결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임직원을 비롯해 선거에 관련 있는 사람들은 선거법상 금지되어 있는 행위들에 대해서 각별히 유의하고 주의를 기울여서 법에 저촉되거나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고, 중앙회장 및 조합장 선거가 공정하게 진행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할 것입니다.

 

임기를 마무리하며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취임하면서 꼭 마음먹었던 것은, 우리가 지금 먹고 사는 터전이 되는 바다를 자손만대까지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조부, 선친에 이어 3대를 이어가는 어업인으로서 나는 그동안 바다 덕분에 먹고 살았지만 지금의 어장, 자원의 상태로는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바닷모래채취 금지 등 해양환경파괴 저지와 자율적 수산자원관리 방안 마련, 연근해어선 해외 진출 등은 우리 대한민국의 바다를 자손만대가 누릴 수 있는 풍요로운 어장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에서 혼신을 다해 노력해 왔던 일들입니다.

수협은 어업인들이 서로 힘을 합쳐 만들어낸 협동조합으로, 조직의 주인은 바로 어업인들인데 정작 주인 대접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IMF구제금융 당시 대부분의 시중 은행들이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고 수협 역시 1조1,000여억원을 지원 받았지만 이를 해소하기 전까지는 수협은행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어업인을 위해서 단 한 푼도 사용할 수 없는 제약이 가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수익성을 계속 높여서 충분한 이익을 창출하고, 공적자금 상환 후 이를 어업인들을 위해 쓸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시급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수협이 어업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어업인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떠난 후에도 이와 같은 노력이 쉼 없이 이어져 진정 어업인을 위해 존재하는 수협다운 수협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