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광양 목질계화력발전소 논란
국내 최대 광양 목질계화력발전소 논란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9.02.0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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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온배수 배출 심각성 고려해야…준설 시 오염된 퇴적토 일어나

 

[현대해양] “예전 초남하구는 바지락, 굴, 망둥어, 짱둥어 등 다양한 어족자원이 풍부했고, 마을사람들은 농사를 짓지 않고 맨손 어업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지금 광양만 바다는 죽음의 바다가 됐습니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광양 앞바다를 누비며 고기를 잡아왔다는 어업인 박종렬 씨(65세, 가명)는 광양만 바다를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환갑을 훌쩍 넘어버린 나이지만 아직 광양만 바다를 떠나지 못하고, 어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어느 날 바다에 나갔는데, 등이 굽은 문저리들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등에 혹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싹 사라지고 없습니다.”

문저리는 문절망둑 또는 운저리라 불리는 고기로 연안과 기수역의 모래 바닥에 분포한다. 때문에 짱둥어와 함께 청정 갯벌의 척도가 되는 어종이다.

산업단지가 들어서기 전 섬진강 하구와 광양만은 남해안 최대의 기수역이었다. 기수역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다양한 어종들의 산란처가 되는 곳이다. 깨끗한 갯벌에서 나는 바지락이나 굴 등은 조선시대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렸을 정도로 최고의 품질을 자랑했다.

박씨는 일대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광양만 바다는 백화(갯녹음)현상이 심각할 정도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백화현상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따른 바다의 수온 상승과 해양 오염이 주요 발생 원인이다. 바다의 사막화로도 불리는 현상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목질계화력발전소

동서 간 길이 27km, 남북 간 길이 15km의 반폐쇄성만 지형의 광양만은 정부사업으로 산업단지가 건설되면서 전체 해안선 368km 중 절반 이상이 인공해안선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광양만 전체 해역 중 30%가 인공적으로 매립됐기 때문이다.

광양만은 여수국가산업단지, 광양국가산업단지, 광양제철국가산업단지, 광양초남지방산업단지, 율촌제1지방산업단지, 율촌제2지방산업단지, 순천해룡지방산업단지의 7개 대규모 산업단지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으로, 1970년~80년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단지가 조성됐다.

전라남도 광양시 황금동. 일제시대까지 금을 캐던 곳이라 황금동이란 지명이 붙었다. 여기에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황금산단이라 불리게 됐다. 황금산단은 광양 초남지방산업단지 구역에 속한다. 황금산단에 국내 최대 목질계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하 광양경제청)은 사업자인 광양그린에너지에 황금산단 내 14만3,000여㎡ 부지, 6,800억원 투자규모의 목질계화력발전소 건립을 허가했다.

우드펠릿(Wood-Pellet)을 원료로 하는 이 발전소는 발전량 220MW, 국내 최대 규모의 바이오매스(Biomass) 화력발전소다. 우드펠릿이란 목재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목재 잔재를 톱밥과 같은 작은 입자 형태로 분쇄 후 건조 압축하여 원통형의 작은 알갱이 모양으로 성형한 화력연료다.

광양그린에너지의 모회사는 시공실적이 1조원대가 넘는 중견건설사 (주)한양이다. 2016년 말 (주)한양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국내 최대 규모의 바이오매스 발전소인 광양그린에너지를 건설하는 내용의 주주협약을 체결하고, 8:2 비율로 자금을 출자해 계열사인 광양그린에너지를 설립했다.

산자부, 발전소 건립 돌발 승인

일부 입지 예정부지 마을주민들은 투자유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광양시, 순천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환경단체 등 대다수의 지역민들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광양시와 광양시의회, 순천시는 “시민이 원하지 않은 발전소 건설을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일찍부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환경단체를 위시한 시민단체들은 광양만목질계화력발전소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를 출범시키고 반대운동을 펼쳐나갔다. 이들은 “이미 광양만권에는 총 6개 16기의 대규모 화력발전소가 대기오염물질과 온배수 배출로 하늘과 바다의 생태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하며, 새로운 발전소 추가 건립을 반대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에너지정책도 건설사인 그린에너지의 입장에서는 걸림돌이 되는 듯 했다.

지난해 5월 산자부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신재생 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고시 일부 개정안을 확정하고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를 하향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REC 가중치가 150%에서 100%로 하향조정 되면,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이 구입할 때 그 만큼 줄어든 지원금을 적용한다는 뜻이 된다.

변경된 고시는 지난해 6월 25일을 기준으로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둬 12월 26일까지 허가가 난 사업자는 현 REC 기준을 유지하고, 신규 사업자는 향후 낮춘 기준을 적용한다는 내용도 발표됐다.

지난해 말까지 광양그린에너지 측이 사업허가를 받아내지 못한다면, 첫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주)한양 입장에서는 사업성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로 불리하게 작용될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전체 사업비의 20%를 담당하면서 REC 권한을 전량 가져가기로 한 한수원도 난감한 처지에 이를 상황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자부는 6개월의 유예기간 마감 시한일인 12월 26일에 광양그린에너지 측에 건립인가를 최종 공고했다. 범대위 측에 의하면, 밤 22시경 팩스를 통해 극적으로 승인했다는 후문이다.

 

지역구 정인화 의원 등 강력 유감 표명

이에 정인화 지역 국회의원(민주평화당, 광양·구례·곡성)과 범대위는 규탄성명과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산자부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했다.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7일 정인화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목질계화력발전소 인가를 규탄한다”고 성명을 발표하고, 산자부와 과양그린에너지의 유착의혹을 제기했다.

정의원은 “전국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광양만권은 이미 대기환경보전특별지역, 특별관리해역, 대기환경규제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도 여기에 막대한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살인행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산자부가 폭거를 자행한 이유를 파헤쳐야 할 이유이며, 산자부는 지속적으로 기업을 비호하면서 인가를 해주지 않아야 할 이유와 당위성이 차고 넘치는데도 불구하고 인가를 해 줄 이유만 찾아왔다"고 비난했다.

이어 28일에는 범대위도 시청 브리핑룸에서 산자부 인가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미세먼지 저감은 커녕 부추기는 정부”라며, “발전사업자의 비열한 유착관계를 즉각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광양만경제청과 산자부의 납득할 수 없는 조치와 행정적 절차들을 감사청구 및 법적 검토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국민들과 함께 투쟁을 전개 하겠다고 밝혔다.

산자부의 갑작스런 설립인가는 광양권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의 공분을 사게 됐고, 수많은 의혹을 낳게 됐다.

전라남도의회 최병용 도의원은 <현대해양>과의 인터뷰를 통해 발전소 건립 승인이 전라남도의 행정소홀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남산단은 국가산단이 아닌, 지방산단으로 전라남도 소속 광양만경제청 관할이다. 전라남도가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세수를 목적으로 승인해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승인 단계에서 전라남도가 적극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고려했는지, 지역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했는지 의문이고, 이 절차가 소홀했다면 발전소 건립은 다시 제대로 살펴서 대응해야 할 일”이라고 피력했다.

 

발전소 배출 온배수 문제

지자체와 시민단체는 대기오염을 중심으로 발전소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양생태적 측면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형 발전소가 지속적으로 구동되기 위해서는 대형 보일러를 식혀야 한다. 식히는 방법으로 바닷물을 사용하는데 이를 온배수라고 한다.

발전소 온배수 배출로 인한 바다 생태계 파괴는 오래전부터 어업인과 발전업계 간의 갈등의 요소가 돼왔다.

배출된 온배수는 주변 바닷물의 온도보다 6~8℃ 가량 높아 그대로 바다에 흘러 들어가면 해수온도를 상승시켜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거나 변화시킨다.

2016년 해양수산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710억톤의 발전소 온배수가 매년 바다로 배출되고 있다. 특히 남해안의 경우 연안 전체가 어류, 패류, 해조류 양식장임을 감안할 때 직간접적 피해가 상당하다.

발전시설에서의 온배수 배출은 해조류가 없어지고 암반이 하얗게 달라붙는 갯녹음 현상도 유발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갯녹음 발생현황은 2004년 약 7,000ha에서 2014년 1만6,783ha로 10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56배가 넘는 수치다.

황금산단은 폐쇄만인 광양만 중에서도 가장 안쪽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온배수가 배출이 됐을 경우 수심이 낮은 폐쇄만의 특성상 온배수가 상당기간 체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깊은 바다의 경우 온배수가 쉽게 바다에 녹아들 수 있겠으나, 얕은 바다 특히 폐쇄만의 조건을 갖춘 이 지역에서는 직접적인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광양환경운동연합 백성호 의장은 “황금산단 해역은 썰물시 갯벌이 드러나는 수심이 얕은 지역으로 온배수를 배출하려면 파이프라인을 수 킬로 연장공사해서 깊은 수심에 배출해야 하는데, 관 연장공사는 공사비가 많이 소요돼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금산단 해역의 Cr, Cu, Zn 등 중금속 오염도가 다른 곳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특히, 이중 비소의 함유량이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5배까지 두드러질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비소는 살충제·쥐약·제초제·페인트 등의 원료가 되며, 비소산화물은 신경계를 마비시키는 독약으로도 사용되는 위험 물질로 분류된다.
황금산단 해역의 Cr, Cu, Zn 등 중금속 오염도가 다른 곳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특히, 이중 비소의 함유량이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5배까지 두드러질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비소는 살충제·쥐약·제초제·페인트 등의 원료가 되며, 비소산화물은 신경계를 마비시키는 독약으로도 사용되는 위험 물질로 분류된다.

 

접안시설 위한 준설 시 오염된 퇴적토 일어나

또 다른 문제는 준설 시 발생하는 오염된 퇴적토의 부유(浮遊)다.

광양그린에너지 측은 황금산단에서 바다로 돌출된 부두를 건설해 우드펠릿을 실은 배를 접안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돌출 부두를 만들어도 원료를 실은 배가 접안시설까지 닿을 수 있는 항로에 대한 준설과 썰물 시에도 접안이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준설은 불가피하다.

우드펠렛이나 우드칩은 현재 국산연료로 대체할 수 없다. 2017년 통계에 의하면 국내전체 목질계화력발전소가 사용하는 우드펠릿의 97프로 이상이 수입이다. 이중 70% 이상을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산 우드펠릿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 의장은 “수만톤 규모의 배가 접안하려면 상당량의 준설이 필요하고, 준설 시 뒤집어진 오염된 퇴적토가 주변 바다에 흩뿌려져 다시 안정되는 기간은 최소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산단 해역의 퇴적토는 광양만 내 타 해역의 퇴적토보다 중금속 오염도가 심각하다고 알려졌다.

전남대학교 수산과학연구소는 지난 2007년 10월부터 1년간 광양만 여수, 광양, 하동, 남해의 35개 지점에 대한 조사·연구를 통해 ‘광양만 지역 환경현황 조사’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황금산단 해역의 Cr, Cu, Zn 등 중금속 오염도가 다른 곳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중 비소의 함유량이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5배까지 두드러질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비소는 살충제·쥐약·제초제·페인트 등의 원료가 되며, 비소산화물은 신경계를 마비시키는 독약으로도 사용되는 위험 물질로 분류된다.

 

지난 십 수년간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및 해양생태계 회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왔다. 광양만 지역의 추가 발전소 건설은 그동안의 환경개선 노력을 자칫 물거품으로 돌릴 수 있는 사안이라고 전문가들은 염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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