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합사료 활성화 대책’ 실효성은 얼마나...
‘배합사료 활성화 대책’ 실효성은 얼마나...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9.02.0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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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당사자 중심 협의체, 투명성 확보해야”

[현대해양] 어류 배합사료 사용 활성화 대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해양수산부는 배합사료 사용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2022년부터 광어 양식장에서 배합사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2026년까지 전 품목으로 확대시킬 계획이라는 것. 이번 대책에서는 △고품질·저어분 사료개발 등 배합사료 품질개선 △소비자 중심의 배합사료 공급시스템 구축 △배합사료 산업화 기반 마련 △양식사료 관련 제도 정비 등 4대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해수부는 맞춤형 고품질 배합사료 생산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저수온기(15℃ 이하) 및 성어기(500g 이상)에 적합한 배합사료를 개발하고 값이 비싼 어분을 대체할 수 있는 저어분 배합사료 연구품종을 넙치 1종에서 조피볼락, 참돔 등으로 확대하는가 하면 저어분·고효율 사료 개발을 통해 배합사료 원가절감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 어분함량을 현재 50%에서 2025년 20%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이 목표달성을 위해 해수부는 2025년까지 19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아울러, 사료 성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업체별 품질등급을 공개해 사료 품질인증 관리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배합사료를 먹인 양식어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을 위해 대국민 홍보방안을 마련하고, 대형유통업체 중심으로 판촉 행사를 추진하는 등 정책적 지원방안도 강구할 예정이다. 더불어 품종, 중량, 수온 등에 따른 사료 크기와 먹이 공급 횟수 등이 표준화된 배합사료 공급지침서를 개발·보급하고, 배합사료만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양식시설도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배합사료 산업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고품질 어분의 해외 생산지 및 어분공장을 확보하고, 고품질 어분을 공동 구매하기 위한 구매자금 지원 방안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배합사료를 전량 사용하는 어가에 대해서는 소득보전 등 자원·환경관리 혜택(인센티브) 등을 주고, 이행하지 않는 어가에 대한 제재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배합사료 활성화 대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당사자로 구성된 논의기구를 구성해 운영한다.

관련 제도도 정비한다. 해수부는 ‘사료관리법’ 개정이나 별도의 ‘양어용 사료관리법’ 제정을 추진한다. 사료 사용 의무화를 위해 ‘양식산업발전법’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수부는 주요 항·포구에서 불법어획물 감시를 강화하고 참조기, 고등어, 갈치 등을 자원회복 대상종을 고시해 지정된 장소에서만 판매토록 하는 등 어린 물고기 거래 경로와 시장을 차단해 수산자원을 보호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 배합사료
▲ 배합사료

 

생사료 쓰면 안 되는 건 알지만…

그런데 배합사료 활성화 대책이 이번에 처음 나온 건 아니다. 2004년부터 2~3차례 발표된 적 있다. 하지만 매번 이행시기가 도래할 때까지 양식어가의 ‘생사료 선호’를 극복하지 못했다. 낮은 사료 효율과 높은 사료가가 주원인이었다.

이번 정부 방안 역시 계획대로 실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든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는 3년이나 지난 2016년부터 배합사료 사용을 의무화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2018년 말 현재 배합사료 사용율은 당초 목표(60%)보다 낮은 24.2% 수준이며, 배합사료 의무화의 근거를 담은 법안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번 대책의 특징은 과거의 대책보다 다소 완곡해졌다는 것이다. 우선 표현부터 배합사료 의무화가 아닌 배합사료 활성화로 바뀌었고, 점차 어종을 확대 적용시켜나가겠다는 현장 반응을 반영한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기대감이 예전과는 차이가 있다.

생사료 사용문제는 최근 들어 더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연근해 생산량이 2016~2017년 연속 100만 톤 아래로 떨어지면서 그 주원인을 치어 남획과 생사료 사용에서 찾는 이들이 많았다. 계통판매가 되지 않으면서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생사료용 어류가 얼마나 많을까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게다가 여름철에 생사료를 사용한 넙치 양식장에서 수은이 검출되는 바람에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료 총공급량은 65만 톤에 이른다. 이 중 생사료는 49만 4,796톤(75.8%)을 차지한다.

이는 배합사료 16만 톤(24.2%)의 3배가 넘는 양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 등 국가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넙치 배합사료 품질은 생사료 대비 90∼95% 수준(제주 기준)이나 가격경쟁력이 낮아 대량생산되지 못하는 구조다.

사료업계가 어업인에 공급하는 시판사료는 생사료 가격대비 10% 높은 반면 육성기(500g 이상) 성장이 1∼2개월 늦고, 겨울철(수온 15℃ 이하) 전용사료는 개발도 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합사료로 전환이 더딘 것이다. 양식어류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넙치는 5.5㎏, 조피볼락은 7.5㎏의 생사료가 각각 든다고 한다. 생사료 사용은 자원남획, 어장환경 파괴, 첨단양식 저해를 불러온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배합사료를 쉽게 쓸 수 없는 이유는 존재한다. 양식용 사료 시장(14만 8,000톤, 0.8%)은 축산사료(1,900만 톤) 시장의 0.8%에 불과해 R&D(연구 개발) 투자가 저조하고 정교한 제조공정에 필요한 전문인력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ㅇ수산 대표는 “늘 정부에서는 배합사료를 의무화하겠다고 했지만 효율을 높이고 가격은 대폭 낮추는 혁신이 지지부진한 이상 배합사료 사용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마창모 박사는 지난달 10일 열린 2019년 해양수산전망대회에서 “배합사료 사용에 따른 생산방법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 현장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배합사료 사용 확대를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 중심의 협의체를 만들고 정책과 R&D의 전과정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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