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연안조업구역 분쟁 어떻게 타결됐나
동해안 연안조업구역 분쟁 어떻게 타결됐나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9.02.0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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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조정위 활약, 소형선망협회 결단 빛나

[현대해양] 동해안 연안어업 조업구역 분쟁이 극적으로 타결돼 화제가 되고 있다. 무려 30회 가까운 어업조정활동으로 경북 남부 연안어업인들과 근해소형선망어업인들 간의 갈등이 해결됐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동해어업관리단(단장 김성희)은 지난해 12월 28일 동해어업관리단 회의실에서 ‘경북 남부 연안어업과 근해소형선망어업 간 조업구역 분쟁 해소를 위한 어업인상생협력 협약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경북 남부 연안어업인들은 소형선망어업의 연안조업으로 어구 손실 등 지속적으로 피해가 발생한다며 2017년 11월 동해어업관리단 동해어업조정위원회에 어업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이후 동해어업조정위원회에서는 어업인간담회 등 총 27회의 조정활동으로 이해당사자 간 이견을 좁히고 양측 합의를 통해 △대상어종 △자율조업금지선 설정 △기타 준수사항 등을 골자로 하는 ‘어업인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

이날 협약 체결로 그동안 낭비되던 인력과 시간, 어구 손실 등이 감소되면 어업인 소득증대는 물론, 어업인들 간 신뢰가 확산돼 어업질서 확립과 수산자원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협약 체결과정 ‘화제’

협약 체결과정 또한 화제다. 발단은 자망, 통발, 정치망(구획어업 포함) 등 경북 남부 연안어업인들의 호소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7년 경북남부정치망협회(회장 이재석)와 경북호미곶선주협회(이길봉)는 해수부에 민원(어업분쟁조정 신청)을 제기한 것. 내용인즉 근해소형선망어선의 연안 조업으로 경북 연안어선 어구 손실 등 피해가 연중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분쟁구역의 해당 연안어업 척수는 포항 남구가 837여 척, 경주 감포가 192여 척이었다. 이들이 지목한 이해상대는 근해소형선망협회영어조합법인(회장 임수규)으로 어업허가건수 12건에 어선수는 35척, 분쟁해역은 포항 호미곶~감포 연안(87해구 일원)이었다.

경북남부정치망협회, 경북호미곶선주협회 측은 남해안에서 주로 조업하던 소형선망어업이 동해안으로 진출하면서 청어, 방어 등 다양한 어종을 어획해 연안 어업인의 생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연안에서 5.5㎞ 소형선망어업 금지구역 설정 △청어 포획·채취 금지 등을 요구했다.


소형선망협회의 배려

경북 남부 연안어업인들의 요구에 대해 근해소형선망협회영어조합법인 측은 그물코 규격(30mm 이하), 포획금지 체장(방어의 경우 30cm 이하) 등을 따르는 준법조업을 하고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을 했다. 특히 청어 금지체장의 경우 양측(경북남부정치망협회, 경북호미곶선주협회)이 해수부 등에 법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는 견해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연안어업인들은 경북 어업인의 결집력이 약해 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고, 체장 제한, TAC(총허용어획량) 등에 청어가 누락된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관련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연안어업인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방법을 찾기 어려운 형국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근해소형선망협회 영어조합법인 측은 연안에서 5.5㎞까지 조업금지구역은 수심이 깊어 조업이 어려우므로 12척을 감척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정치망의 야간점등부자(라이트 부자) 설치비용 및 어구손실 피해 발생 시 지원 △어구손실 보상 △포항 호미곶~감포 연안 임시 자율조업금지선 설정 및 준수 등의 결단을 내렸다.

이런 결단이 있기까지 동해어업조정위원회(공동위원장 김병호, 김성희)는 경북 남부 연안어업인 간담회, 소형선망어업인 간담회, 합동 간담회, 분과 위원회, 전체조정위원회 등 총 27회의 공식 분쟁조정 활동을 벌였다.

 

숨은 주역 ‘분과위원회’

먼저 2017년 11월 20일 경북 남부 연안어업인들이 제기한 민원을 접수한 동해어업조정위원회는 조정 계획을 세웠다. 동해어업조정위원회의 계획에 따라 담당 분과위원회가 구성됐다. 분과위원회에는 배익구 전 동해어업관리단 기술 서기관(위원장)을 비롯해 장창도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장, 연규식 전 구룡포수협 조합장(동현수산 대표), 김대식 부산시 수산진흥과장, 김영대 부산시 수산유통가공과장 등 5인의 분쟁지역 수산업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분과위원회는 민원 접수 이틀 뒤 당사자 측 입장을 듣고 분쟁내용을 확인하는 등 조정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동해어업조정위원회 정식안건으로 채택할 것을 결의한 뒤 이듬해 본격적으로 현장 확인, 어업인들과 간담회 실시 등 의견 청취 과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경북 남부어업인과 간담회 9회, 소형선망어업인과 간담회 11회 등 총 20회의 간담회를 개최했으며, 양측 모두 참여하는 합동 간담회를 3회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요구사항을 듣고 협의, 조율, 조정하는 절차를 거쳤다.

분과위원회는 간담회 등 당사자들의 의견 청취과정을 통해 연안어업인들이 관철시키고자 하는 소형선망어업의 연안 5.5㎞내 조업금지 및 청어의 금지체장(기간) 관련법 개정은 관련 지자체와 협회가 조정과는 별개로 해수부 등에 지속 건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연안어업인들이 호소하는 소형선망어선의 불빛이용 금지선 내 어탐기를 이용한 조업행위는 위법이 아니므로 관련 법 개정까지 임시 자율조업금지선 지정, 조업시기 설정 등의 조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자율조업금지선 설정

물론 분과위원회의 조정 의견이 쉽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소형선망어업인 입장에서는 연안어업인들이 불편을 호소한다고 해서 조업금지구역과 포획금지 어종을 설정한다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인 반면, 연안어업인들은 어구·어장 피해, 어획량 감소 등의 손실을 입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과위원회는 의견 수렴과 회의를 통해 지난해 8월에 포획시기, 어획할당량, 조업구역 등을 명기한 조정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를 합동 간담회를 통해 추인을 얻고자 했지만 당사자 간의 큰 입장 차이로 성사시키지 못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어업인과 준법조업을 왜 문제 삼느냐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는 상황이었던 것. 이런 입장 차이를 좁히고 상생을 유도하는 것이 분과위원회에 주어진 임무였다. 많은 이들이 참석하는 간담회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맨투맨 작전이 필요했던 것. 분과위원들은 양측 대표단을 따로 만나 설득하기 시작했고, 양측 대표들은 회원들을 이해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소형선망어업인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했던 위원들의 활약이 빛났다. 이런 노력 끝에 조정안에 수긍할 수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지난해 12월 18일 분과위원회는 정치망협회 간담회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조율하는데 성공했고, 이를 이튿날 근해 소형선망협회가 수용함으로써 어업인 상생협력 협약 체결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열흘 뒤 동해어업관리단에서 ‘어업인상생협력 협약식’이 열렸다.

▲ 지난해 12월 28일 ‘경북 남부 연안어업과 근해소형선망어업 간 조업구역 분쟁 해소를 위한 어업인 상생협력 협약식’이 동해어업관리단에서 열렸다.왼쪽부터 김성희 동해어업조정위원회 공동위원장, 이길봉 호미곶선주협회장, 임수규 근해소형선망협회영어조합법인 회장, 이재석 경북남부정치망협회장, 김병호 동해어업조정위원회 공동위원장.
▲ 지난해 12월 28일 ‘경북 남부 연안어업과 근해소형선망어업 간 조업구역 분쟁 해소를 위한 어업인 상생협력 협약식’이 동해어업관리단에서 열렸다.왼쪽부터 김성희 동해어업조정위원회 공동위원장, 이길봉 호미곶선주협회장, 임수규 근해소형선망협회영어조합법인 회장, 이재석 경북남부정치망협회장, 김병호 동해어업조정위원회 공동위원장.

 

경북 남부 연안어업-소형선망어업 ‘갈등 끝’

어업인 상생협력 협약 주내용은 △포획 대상어종 명기 △자율조업금지선 준수 △정치망 보호구역선 300미터 밖 조업 △AIS 작동 및 법적 등화 점등 △입어 선명, 연락처 등 사전 통보 △어구 피해 보상 등 주로 소형선망어선에 대한 것.

여기에 경북남부연안어업협회 소속 어업인들은 △협약에 따른 입어 어선의 조업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어업인 상생협력 협약을 위해 분과위원들은 선망어업인들이 많은 통영, 연안어업인들 집결지인 포항, 동해어업관리단이 있는 부산 등지를 1년 여 동안 오가며 공식 간담회, 어업인 대표들과의 비공식 간담회 등 숱한 대화와 조정, 협의 절차를 거쳤다.

협정서를 체결하던 지난해 12월 28일 연규식 위원 등 분과위원들은 ‘통 큰 양보’를 한 소형선망어업인들과 리더로서 회원들을 움직여준 임수규 회장에 대해 90도로 인사함으로써 존경의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통 큰 양보와 분과위원들의 활약이 유난히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이날 동해어업조정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병호 부경대 교수와 김성희 동해어업관리단장은 분과위원들을 격려하고 협약에 동의한 어업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김성희 위원장은 “이번 협약 체결을 계기로 그동안 갈등과 분쟁을 해소해 어업인들이 상생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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