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 맞는 서울해사중재협회
첫돌 맞는 서울해사중재협회
  • 서울해사중재협회 회장 정병석(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
  • 승인 2019.02.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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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해사중재협회 회장 정병석(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서울해사중재협회 회장 정병석(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

[현대해양]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용선계약과 화물운송계약 체결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유수의 해운국가로 성장했지만 선박금융, 분쟁해결서비스와 같은 연관 산업 부분들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공기업, 정부기관과 관련된 운송관련계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계약은 영국법이 준거법으로 설정돼 있어 분쟁 발생시 영국법원에서 중재를 진행해야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해운업계에서는 국적 ‘해사전문중재기관’을 설립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우리 정부도 이에 부응해 지난 2001년 ‘해운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에서 ‘한국해사중재원’ 설립을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했으며, 지난 2004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한국해사중재원’ 설립의 타당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 2010년대부터는 한국해법학회를 중심으로 수요자인 국내 해운업계와 함께 해사분쟁을 국내에서 해결하자는 기치를 내걸고 ‘한국해사법정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여려 차례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이 결실을 맺어 지난해 2월 28일, 해운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서울해사중재협회(The Seoul Maritime Arbitrators’ Association)가 창립됐다. 아직 설립된 지 1년이 안 된 신생조직이지만, 중재규칙, 각종서식 등이 갖춰지면서 중재 의뢰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에 최적화된 중재규칙 구축

서울해사중재협회의 설립 목적은 ‘해사중재의 지원’이다. 서울해사중재협회가 지원하는 중재는 *기관중재(institutional arbitration)가 아닌 **임의중재(ad hoc arbitration)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손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것은 아니며 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범위에서 협회가 지원을 하는 임의중재(administered ad hoc arbitration) 형태로서 이는 양 절차의 장점을 하나로 모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하면 중재 절차의 신청이나 진행과 관련된 수수료를 부과할 필요가 없으며, 중재절차의 진행에 있어 서울해사중재협회의 지원을 받아 신속하고 원활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해사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화된 제도와 중재규칙이 국내에 마련돼 전통적인 의미의 해사분쟁뿐만 아니라 무역관련 분쟁에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서울해사중재협회는 국제적인 대형분쟁뿐만 아니라, 분쟁해결의 사각지대에 있는 내항선사 및 예선·부선 업체를 위한 지원에도 팔 걷고 나서고 있다. 한국해법학회 등과 협력하여 표준약관을 마련해 제공하는 등 합리적인 책임의 분배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고 혹시라도 분쟁이 발생한 경우 서울해사중재협회의 해사중재를 통하여 신속하고 합리적인 분쟁해결을 할 수 있다면 이 선사들의 사업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당사자들은 자유로이 중재인을 선정할 수 있는데, 당사자들의 중재인 선정을 돕기 위해 엄격한 자격요건 및 심사기준에 따라 선정된 중재인 명부도 협회 내에 마련돼 있다. 서울해사중재협회의 중재규칙에 따른 중재의 신청방법 및 중재절차에 대한 친절한 안내는 서울해사중재협회 홈페이지(www.smaa.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를 향해 날개짓하도록 업계 모두 합심해야

하지만 서울해사중재협회의 앞길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해운을 포함한 무역 거래는 대부분 영어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이 오랜 해운 및 해상보험의 전통과 영국법을 무기로 해사분쟁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용선계약은 특정의 표준 양식을 사용하여 체결되는데 이러한 용선계약분쟁의 상당수는 영국 런던의 LMAA(London Maritime Arbitrators Association)가 국제표준 인양 돼버린 것이 현실이다.

이에 영국의 법원, 중재인 및 변호사는 경험과 전문성을 독점적으로 축적하게 되어, 분쟁에 대한 선례가 쌓이다 보니 예측가능성도 높아져 영국법-LMAA 또는 영국법정에만 해운업계의 선호가 집중돼 있다.

한편, 무역 거래나 해상운송은 극동지역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입각해 싱가포르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영어로 소통하며 영국법의 전통이 구축돼 있는 강점이 있고 더불어, 싱가포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싱가포르의  SCMA (Singapore Chamber of Maritime Arbitration) 중재의 존재감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현재 BIMCO (발틱국제해사기구협의회)의 표준계약서의 중재지로 영국, 미국(SMA, Society of Maritime Arbitrators)과 함께 싱가포르도 포함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해사분규 법률서비스 시장에서의 비중은 미흡한 실정이며 싱가포르와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제의 수탈과 한국전쟁을 겪은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듯이 해운업계가 합심해 순차적으로 영향력을 키워간다면 서울해사중재협회의 중재가 영국의 LMAA, 싱가포르의 SCMA, 미국의 SMA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다고 느껴진다.

끝으로, 해운업계와 관계당국에 국제적인 경쟁력과 해사분쟁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울해사중재협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며 <현대해양>과 같은 매체 파워가 있는 업계 전문지에서도 많은 홍보가 되길 바래 본다.

 

*기관중재(institutional arbitration)에서는 해당 기관의 중재규칙을 적용하며 검증된 중재기관 직원에 의한 중재절차 진행을 감독한다. 일방 당사자의 비협조에 따른 절차지연을 예방한다. 다만 중재기관 수수료 지급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임의중재(ad hoc arbitration) 는 기관이 관여하지 않는 중재로 UNCITRAL 중재규칙 적용이 된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관여된 분쟁이나 대규모 분쟁해결에 적절하다. 완전한 당사자 자치라는 장점이 있으나 단점으로는 절차적 불확실성과 지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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