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떨어진 친환경 양식창업지원사업
현실과 동떨어진 친환경 양식창업지원사업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9.01.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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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특성과 현실성 갖춘 창업교육 필요”

 

[현대해양]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공단(구, 한국어촌어항협회) 소속 경남어촌특화지원센터(이하 경남센터)가 추진하는 ‘친환경 양식창업 기술이전 및 One-Stop 창업지원’ 교육사업(이하 친환경 양식창업지원사업)이 실전적이지 못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현장 적용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경남발전연구원은 “현재 이루어지는 친환경 양식창업 지원사업이 신규 양식인력 육성의 제도적 한계와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지역의 수산업 발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남형 양식창업지원사업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양식분야는 귀어인이 어선어업 다음으로 선호하는 업종임에도 실질적으로 양식산업에 종사하는 귀어인 비율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통계청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전국 귀어인 991명 중 양식어업 종사자는 28명으로 전체 귀어인의 약 2.8%에 불과했으며, 경상남도의 경우 귀어인 93명 중 양식어업 종사자는 단 2명으로 2.2%에 불과했다.

이 결과는 창업수요에 비해 실질적으로 창업에 성공하는 비율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을 나타내며, 양식창업 지원제도의 중요성을 반증하고 있다.

 

사업이전, 수과원에서 어촌어항공단으로

친환경 양식창업 지원사업은 해양수산부에서 양식창업을 희망하는 예비귀어인 및 양식어업인을 대상으로 기술교육을 실시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5년부터 2016년 까지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에 의해 ‘양식창업 기술교육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2017년부터는 한국어촌어항공단 소속 경남어촌특화지원센터 주관으로 이전해 ‘친환경 양식창업 기술이전 및 One-Stop 창업지원사업’으로 사업명을 바꾸어 진행해 온 양식창업 국비지원제도다.

사업이 어촌어항공단으로 이관된 배경은 양식창업 기술교육이 단순 기술교육에서 벗어나 △전문적이고 특화된 기술교육 및 창업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와 △연구기관으로서 수과원이 가진 시간적, 물리적 한계 때문이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사업이 이관된 이후 경남센터는 다시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이하 전남센터)에 사업을 분할했다. 참고로 전남센터는 어촌어항공단 소속이 아니다.

사업은 크게 4단계로 추진된다.

사업초기인 1·2차년도(2017년·2018년)는 1·2단계로 교육 및 컨설팅 사업(친환경양식 기술이전, One-Stop 창업지원)이 진행되고, 2·3차년도(2018년·2019년)에는 창업자 및 교육이수자 등을 대상으로 행정·법률서비스 지원을 통한 맞춤형 컨설팅(3단계)과 사후관리 모니터링(4단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생의 양식창업을 관리한다.

쉽게 말하자면, 기술이전과 창업지원의 두 가지 트랙으로 교육 및 컨설팅이 진행되며, 창업 이후에도 지속적 사후관리를 통해 창업률을 제고하고, 성공적인 창업 시스템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2016년까지 수과원에서 진행됐던 양식창업기술교육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사업예산은 전체 사업비 10억9,000만원 중 친환경양식 기술이전사업에 5억6,000만원, One-Stop 창업지원사업에 5억3,000만원이 투입됐다. 이 사업비는 약 5:5의 형태로 경남과 전남센터에 각각 분할됐다.

2017년도 친환경양식창업 기술이전사업은 경남센터의 흰다리새우 과목에 65명, 전남센터의 큰징거미새우 등 6개 품종에 37명이 선정돼 교육을 받았다.

경남센터는 참여교육 3과목 20시간과 이론교육 9과목 30시간, 실습교육 12과목 35시간, 현장학습 4과목 32시간이, 전남센터는 이론교육 11과목 23시간, 실습교육 7과목 18시간, 현장학습 3과목 18시간이 배정됐다.

 

부족한 교육시간, 논란의 창업률

문제는 교육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데 있다.

경남센터의 경우, 4주간 28과목 122시간의 교육이 운영됐다. 이는 하루 8시간 교육으로 15일 이면 마칠 수 있는 교육량이다. 2016년 이전까지 수과원이 한 과목 당 4~7개월의 시간을 할애해 운영해왔던 것과 비교할 때 너무 짧은 교육기간이다.

예를 들어, 이론교육 9과목 중 하나인 ‘바이오플락 기술의 원리와 이해’는 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배우는 과목인데 반해 이 사업에서는 불과 몇 시간 남짓 배정됐을 따름이다.

실습교육도 내실있게 진행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스키머(Skimmer: 유기물 제거기)나 벤추리(Venturi, 유량流量 측정기), 먹이망 제작의 경우 숙련자도 제작하는데 며칠씩 소요되는데, 실습교육에 배정된 시간은 단 하루에 불과했다. 또, 빠듯한 교육 일정에 창업정보, 창업사례 등 외부초청 특별강의가 20시간이나 배정된 것도 균형에 어긋나 보인다.

경남발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사업의 교육체계부터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성과지표인 창업률에 관한 논란이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2년 동안 수과원은 강도다리, 흰다리새우, 미꾸라지 등 전체 26품종을 교육했고, 교육생은 1,125명에 이른다. 처음 2005년 당시는 6명에 불과했던 교육생이 점차 늘어 2016년에는 한 해 동안 203명의 교육생을 배출해 냈다. 예산은 매년 달랐으나 1억5,000만원에서 2억 원 정도가 소요됐으며, 창업률도 2014년 36.9%, 2015년 48.4%, 2016년 41.3%에 이르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센터 측은 지난해 기술이전 교육 수료자 92명 가운데 31명이 창업해 올해 창업률 33.6%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중 흰다리새우 창업은 예비창업자 10명을 포함 15명, 큰징거미새우는 예비창업자 2명을 포함해 9명, 김 1명, 뱀장어 3명, 해삼이 3명이다. 예비창업자는 창업을 계획하고 있거나 창업 수순을 밟고 있는 교육생들로 이들을 제외하면 실제 창업자는 19명, 20.6%다.

이 사업을 수행해 온 해수부와 경남센터 관계자들에 의하면 One-Stop 창업지원사업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로 계획된 바, 창업지원이 이뤄지는 중간 과정이라 현 단계에서 창업률을 산출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10대 양식전략품목 중 민물장어, 참다랑어, 참굴
10대 양식전략품목 중 민물장어, 참다랑어, 참굴

 

자기모순에 빠진 해수부

교육대상 품종이 정부가 지정한 소수 품목에 발이 묶여 교육품목 선정의 폭이 좁고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017년부터 진행된 교육사업에서는 해수부 선정 10대 전략양식품종이 교육 대상 품종으로 제한됐다. 해수부가 정한 10대 양식전략품목은 넙치, 전복, 참다랑어, 해조류(김), 해삼, 갯벌참굴, 새우, 민물장어, 관상어, 능성어다.

그런데 이 10대 전략품목들은 몇몇 품목을 제외하고는 양식업계에서 현장 적용 가능성이 낮고, 아직 연구개발(R&D) 단계에 있는 품종들로 알려져 있다. 말 그대로 이 품종들은 해수부가 국가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필요를 느끼는 품목일 뿐 대중적이지도, 현장접목에 있어서도 제약이 따르는 품종들로 인식되고 있다.

수과원이 사업을 진행하던 시절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던 품종 선정이 친환경 양식창업지원사업으로 바뀌고부터 갑자기 10개의 품목으로 특정돼 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우선, 이들 중 대중성을 갖춘 품목은 어류인데, 어류는 넙치와 능성어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양식어업 생산량을 볼 때 가장 생산량이 많은 품종, 즉 대중적 품종은 넙치이고 다음으로 조피볼락, 참돔 순이다. 굵직굵직한 대표 어류들이 10대 품목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으며, 굳이 10대 품종만을 이 사업에 적용하는 이유도 찾기 힘들다는 것.

한 양식전문가는 “실제 해상가두리 양식어가에서는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 그때그때 다른 양식 품종을 선택하고 있으므로, 성공적인 양식경영을 위해서는 다양한 품종에 대한 양식기술을 보유해야 하며, 그 중 어류에 대한 양식기술은 기본이다”며 현장 접목 가능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다음으로 지역 수산업의 특성에 맞는 품종교육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상남도의 경우 통영은 굴, 거제는 개조개‧왕우럭조개, 고성은 가리비, 남해‧사천은 바지락, 창원은 홍합, 하동은 재첩이 지역특화 품종이다.

해수부는 이 사업의 도입 취지를 밝히며, “지역 어촌특화지원센터 설립에 따른 지역 중심의 양식산업지원을 추진하기 위함”이라고 했으나 실상은 10대 품종에 한정시킴으로써 자기모순을 드러내게 됐다.

우리나라 패류 중 양식량이 가장 많은 종은 굴이다. 그런데 ‘갯벌참굴’만 교육품종으로 지정돼 있으니 일반적인 수하식 굴 양식 교육은 빠져있다. 수하식 굴은 경상남도 통영의 대표 수산물이다. 심지어 요즘 갯벌참굴은 양식장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품종이 돼버렸다.

또, 참다랑어 양식 기술 보유자는 국내 한 두 명 정도로 알려졌는데, 창업수요는 있는 것인지, 있다면 교육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아함만 남게 된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차후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대상어종을 폭넓게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 전략과 창업지원의 이원화

친환경 양식창업지원사업은 청년층 신규 인력의 양식업계 진입을 유도하고, 창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교육 및 친환경 양식기술 지원을 통해 소득증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마창모 어촌양식실장은 “친환경이라는 것은 에코(Eco) 소비자의 등장으로 소비패턴의 변화가 생산에까지 영향을 미친 개념으로 과거에는 식품에만 국한돼 제품의 좋고, 나쁨을 가리는 기준이 되었으나, 지금은 전 세계에서 생태적, 환경적, 윤리적 개념으로 확대돼고 있다”며, “국가가 지향하는 큰 틀은 있되, 귀어인에 대한 창업지원은 현장에서 접목이 가능한 대중어종을 대상으로 이원화 해 기술이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식창업 지원사업이 현장의 니즈를 반영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양식전문가들의 견해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 글로벌 추세를 따라갈 수 있는 교육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거제시 어느 바이로플락 흰다리새우 양식장
거제시 어느 바이로플락 흰다리새우 양식장(사진은 글 내용과 관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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